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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000만 시대, '펫테크'가 뜬다

"'개소리하지 마.' 이런 말이 욕처럼 쓰이는데 우리에겐 개의 소리가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장윤옥 펫펄스 대표는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를 데이터화해 반려동물의 심리 상태를 취합하고 있다.
장 대표는 “작은 소리에서부터 긴장하는 울음소리, 긴장 중에서도 무서워서 짖는 감정, 가기 싫은데 데리고 가려는 짖음, 흥분 상태 등 반려동물의 다양한 소리를 저장해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며 “2021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이후 미국 시장에 5만 달러 정도 수출할 만큼 해외에서 먼저 펫펄스에 대한 입소문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판매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반려견의 감정과 감지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2017년부터 반려견의 소리를 데이터화해 수집하고 있다.
"가족 같은 반려견의 감정, 소리로 알 수 있어요"
본인 소개를 간단히 부탁 드린다.
"반려견과 소통을 지원하는 기기인 펫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펫테크 스타트업 펫펄스랩의 대표다. 현재 4~5세로 추정(유기견 센터에서 입양)되는 시추와 말티즈 믹스인 ‘체체’라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펫펄스랩은 어떤 회사인가.
"반려견과 소통하기 위한 모든 정보기술(IT)과 빅데이터와 콘텐츠를 함께 연구·개발(R&D)해 만들고 서비스까지 하고 있는 펫테크 기업, 펫빅데이터 기반 펫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기업이다. 2020년 3월에 설립된 회사다.
요즘 ‘펫휴머니제이션’이라는 말이 있듯이 반려동물이 곧 가족이라는 인식이 지금은 보편화돼 있다. 제품 개발 초기에는 부모가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겨두면 염려가 되듯 반려견과 잠시 떨어져 있어도 늘 연결돼 있고 싶다는 욕구, 아이와 교감하고 싶다는 보호자들의 요구가 많았다. 그래서 결국 반려견의 감정을 이해하는 도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컸다.
그리고 강아지를 운동시키고 비만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현실적 요구와 바람을 가지고 사물인터넷(IoT)을 만들고자 했다. 이런 단계를 거쳐 반려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현재는 그 모든 과정을 완성해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리를 취합하는 견종 수와 각 강아지들의 소리가 다를 것 같은데.
"처음에 소리를 모을 때 견종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하고 각각의 강아지별 소리를 데이터화했다. 하지만 서울대 음향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결과 소리의 감정선이 견종마다 소리가 다르지 않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 등 개의 크기에 따라 소리통이 다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IT에기반한 펫테크 사업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데 기술을 접목한 케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반려견이 주는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자 초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 무엇보다 반려견의 목소리를 현실에서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자는 절실함이 있었다."

펫테크 관련 어떤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나.
"우리는 세계 최초로 반려견의 사운드 인식 감정 및 상황 이해를 통한 소통하는 IoT 펫펄스를 만들어서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으로 10여 건에 달하는 특허와 다양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특허로는 △반려동물의 감정 상태 감지 방법 및 그 장치 △밴드형 애완동물 착용 장치 △반려동물 음성과 활동 정보를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감정과 상태 분석을 통한 사람과 반려동물 간 대화형 챗봇 알고리즘 △반려동물의 감정 상태를 감지하는 시스템 및 방법 △애완동물의 감정 상태 증강을 이용한 애완동물과 대화 제공 방법 △AI 기반 애완동물 주변 영역을 이용한 애완동물의 감정 상태 증강 방법 △밴드형 애완동물 착용 장치가 있다.
또 디자인 특허로는 △반려동물용 스마트 밴드 △애완동물 목걸이용 연결부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세계적인 기술을 갖추고 있다."

현재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
"우리의 대표 제품인 반려견의 감정 인식 서비스는 펫펄스 디바이스 혹은 휴대전화로도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할 수 있다. 비만 케어 활동량 기반 운동 서비스, 반려견 소변 진단 시트지 및 휴대전화 이용 AI 기반 건강 진단 시스템인 펫펄스 ‘삐뽀’ 등이 있다."

CES에서 상까지 받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반려견으로부터 직접 데이터를 수급해 감정과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IoT 디바이스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품화했다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서 수상하게 됐다."

반려동물에 어떻게 사용되며, 감성은 어떻게 인지하나.
"반려견의 목에 채우면 소리를 낼 때, 그 소리가 타임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돼 그 감정을 알려준다.
반려견의 움직임을 체크해서 활동량과 소모한 칼로리, 필요한 하루 칼로리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비만 관리가 가능하고 산책 기능이 있어서 산책 시간과 거리 등도 알려준다. 디바이스가 없는 사람들은 휴대전화 마이크를 통해 LITE 기능, 감정 기능과 산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타임라인을 이용해서 사운드를 낼 때 그 소리가 타임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감정을 알려준다. 이 데이터가 올라왔을 때 그 상황을 타임라인에 자세히 기록해 두고 그 자료들을 2주 정도 모아서 보면 반려견의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교감은 디테일이라 기계가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다. 보호자의 관심과 관찰 등 2차적 노력이 자신의 반려견에게 맞는 최상의 교감을 만들 수 있다."
"가족 같은 반려견의 감정, 소리로 알 수 있어요"
건강 모니터링은 어떻게 하나.
"펫 활동량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펫펄스 디바이스에서는 반려견의 기본 정보를 기초로 반려견의 기초대사량과 이에 따른 하루 필수 대사량과 운동으로 소비한 대사량 등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사료량을 조절하거나 운동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비만 관리가 가능하게 해준다.
펫펄스는 헬스 데이터를 더 모으기 위해 곧 펫펄스 ‘삐뽀’라는 소변 진단 시트지와 진단 시스템 서비스할 예정이다. 시트지의 성능도 기존 시트지보다 업그레이드했고 무엇보다 휴대전화를 통한 진단 시스템을 자체 AI 학습을 통해 정확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기기의 장·단점을 설명해 달라.
"장점은 반려견에게 무해한 친환경 실리콘을 소재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소통을 위한 펫의 데이터를 알고리즘화해 계속 업그레이드한 플랫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우리 디자인에 대해 아주 만족한다는 반응이지만 국내에서는 소형 반려견이 많아서 조금 사이즈가 크다고 한다. 이에 버전2에서는 목걸이형 외에 하네스나 목줄에 부착하는 소형화된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펫펄스랩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2021년 CES 이후 미국 시장에 5만 달러 정도 수출했고, 40여 개 다른 국가들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으며 400군데 세일즈 제휴 요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확대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주문한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해줬다.
무엇보다 버전1의 생산량이 적어서 아마존에서 판매 계약서를 보내와도 판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빠르게 버전2를 생산하자고 해 개발은 완료했으나 칩을 공급받기 어려워서 메인 칩을 바꿔서 다시 개발하고 현재 올 하반기는 양산용 출시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없는가.
"최근 펫 산업의 다양한 기업들이 제휴 혹은 제품 구입을 통한 공동 사업 제안을 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활동량+칼로리 분석으로 비만 관리 맞춤 식단 제공 업체 ‘코니엔’, 사운드 감정 분석을 통해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제거 맞춤 교육 제공 업체 ‘비로소 펫유치원’, 서울 강남에 위치한 펫 호텔·펫 복합몰 기업 ‘펫타리움’, 펫 헬스 데이터를 활용한 블록체인 펫 헬스케어 기업 ‘셀피디’, 펫 맞춤 영양제 제공 펫 AI 기업 ‘퍼펫(PERPET)’ 등과 협업 중이다.
최근 우리 디바이스와 펫 빅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시스템을 사용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국내 최대의 펫 이커머스 기업에서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타진하는 등 협업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펫테크 기술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기술적으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작은 스타트업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서비스나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를 받거나 대기업과 제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들도 많은 것 같다. 기술에 비해 서비스의 다양성이 더 필요한 시기로서 제2기 펫테크 시대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기업을 찾아봐주고 이들이 기술이든 자본이든 축적할 수 있는 과정을 지원해주면 좋겠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도 하루하루 생존을 염려하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투자를 받기 위해서 초기에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기술에 대한 인정을 받으니까 이제 매출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래서 중소 기술 기업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이해와 지원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글 정유진 사진 서범세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