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하기 좋은 여덟 종류의 우리 술을, 전통주 전문가들과 함께 시음했다.
정성을 담은 최고의 술 선물
담 진주
서울시 무형문화재 삼해약주 보유자인 권희자 선생의 제자이자 현재 ‘우리 술 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안담윤 씨가 만든 탁주. 백하주 제법을 바탕으로 멥쌀과 찹쌀을 사용해 삼양주로 빚었다. 알코올 도수는 9%다.
이지민 | 단맛을 좋아하는 대중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겠으나, 단맛이 적은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와 주당에게는 최고의 탁주다.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아 반주로 곁들이면 금세 한 병을 해치울 듯.
김다슬 | 심플하고 드라이하다. 어느 향 하나 튀지 않고, 산뜻하고 새콤한 향이 단아하게 피어오른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쌀밥처럼 마실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데, 담백함에 숨어 있는 쌀 본연의 은은하고 보드라운 맛을 찾아가며 마시기를 추천한다.

병영 소주
제61호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된 김견식 씨가 만든 보리 소주. 전남 강진에서 재배한 유기농 햇보리쌀과 직접 만든 전통 누룩으로 빚어낸 삼양주를 삼압 증류 이후 1년간 숙성 과정을 거쳐 완성했다. 알코올 도수는 40%다.
이지민 | 보리소주 중 대표 선수를 꼽는다면 이 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입안에서 변주가 펼쳐지며 칼칼한 기운을 뿜어내는 캐릭터를 갖췄다. 단, 편안하고 쉬운 술은 아니다. 증류식 소주를 섭렵한 소주 애호가들에게 권한다.
김다슬 | 곡류의 달큼한 향과 함께 아카시아 등 흰 꽃의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향과 달리 맛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곡류의 고소함이 은은하게 퍼지는데, 알싸하게 톡 쏘는 알코올의 스파이시함도 느껴진다.
정성을 담은 최고의 술 선물
한영석 청명주 2차 배치
국내 1호 누룩 명인 한영석 씨가 만든 청명주. 60일간 직접 띄운 누룩을 사용하고 다시 90일간 발효와 숙성을 거쳐 만든다. 2차 배치는 1차 배치와는 다른 향미주국(香米酒麴)을 썼으며 곡류의 단맛과 쓴맛, 신맛의 밸런스가 우수하다. 알코올 도수는 13.8%.
이지민 | 입안 가득 단맛과 산미, 감칠맛이 ‘쫙쫙’ 어우러진다. 마치 사과즙을 가득 머금은 느낌이다. 한 잔, 두 잔, 계속 다음 잔을 부르는데, 차갑게 마시면 더욱 상큼하게 즐길 수 있을 듯. 안주가 따로 필요 없을 만한 맛이다.
김다슬 | 한 입 머금는 순간 잘 익은 홍옥(紅玉)이 떠오른다. 강렬하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산미가 임팩트 있게 느껴진다. 베이스에는 쌀의 농밀하면서도 깔끔한 단맛이 깔려 있는데, 감칠맛이 어우러져 마치 간이 잘 된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든다.

씨크릿
충남 공주시 석장리동에 위치한 양조장 ‘석장리 미더리’에서 만든 미드(Mead) 스타일의 과실주다. 꿀술을 베이스로 폴란드산 체리와 블랙 커런트를 넣어 만들며 알코올 도수는 11.2%다.
김다슬 | 침샘을 자극하는 상큼한 산미와 자연의 단맛이 어우러진 농축미가 느껴진다. 목 넘김 이후에는 꿀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꿀술이라는 캐릭터가 드러난다. 제품명처럼 몰래 숨겨두고 마시고 싶은 술이다.
이승률 | 한 병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고농축 유기농 주스 같은 맛이다. 입에 넣으면 진한 과일과 꿀의 풍미가 폭발할 듯 터져 나온다. 오일리한 질감으로 마신 후에는 혀와 입안이 코팅되는 느낌. 목 넘김 후에도 한참이나 입맛을 다시게 된다.
정성을 담은 최고의 술 선물
쑥크레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 술 비스트로이자 소규모 양조장인 ‘주방장 양조장’에서 만든 탁주. 쑥을 부재료로 애엽쑥과 쌀, 누룩으로 빚었다. 알코올 도수는 10%다.
이지민 | 향이 독보적이다. 허브 가든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밀키하고 중간 이상의 단맛 뒤로 화사한 향과 적당히 쓴맛이 뒤를 받쳐준다. 쑥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 탁주로, 쑥에 대한 편견이나 호불호를 많이 줄여줄 듯하다.
이승률 | 브라이언과 피터, 제임스와 함께 마시고 싶다. 다시 말해 외국인에게 자랑하고 싶은, K-막걸리 아니 ‘K-라이스 와인’이다. 부드럽게 들어와서 알싸하게 넘어가는 목넘김과 길고 긴 여운, 감각적인 디자인의 보틀 디자인도 매력이다.

써머 딜라이트 샤인 머스켓
같이 양조장과 전통주 콘텐츠·유통 플랫폼 대동여주도가 협업해 선보인 제품. 찹쌀 구멍떡(쌀가루에 물을 섞어 도넛 모양으로 만든 밑술)으로 3번 발효한 삼양주에 샤인 머스켓 과즙을 넣어 만든다. 한 병에 샤인 머스켓 한 송이가 거의 통째로 들어갈 정도. 알코올 도수는 10%다.
이지민 | 산미를 돋우는 청포도 향과 함께 망고스틴이나 리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의 달콤한 향이 느껴진다. 농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단맛과 감칠맛, 우아한 텍스처가 일품이다. 아이스 와인 스타일로 식후주로 제격일 듯. 이 술 자체가 하나의 디저트가 될 듯싶다.
이승률 | 막걸리인데 서양 맛이 난다. 정원보다는 ‘가든’에서 즐겨야 할 맛이다. 특히 도드라지는 산미가 화이트 와인을 떠오르게 한다. 막걸리지만 전보다는 샐러드와 함께 먹어야 할 맛이랄까.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시면 더 맛있겠다.
정성을 담은 최고의 술 선물
지란지교 무화과
임숙주·김수산나 부부가 직접 재배한 고품질 무화과와 순창산 햅찹쌀, 지하 791m에서 뽑아 올린 천연 암반수로 빚은 탁주. 병당 3~4개의 무화과가 들었으며 알코올 도수는 12%다.
이지민 | 무화과 탁주의 매력은 컬러와 향에서 나온다. 따라서 바로 섞는 대신 맑은 부분을 우선 맛본 뒤, 탁주 전체의 맛을 즐기길 추천한다. 여름 과실에서 느껴지는 싱그럽고 경쾌한 풍미가 일품. 목 넘김 후에는 혀를 쫙 조여오며 침샘을 자극한다.
김다슬 | 산호색의 빛깔에서 연상되는 사랑스러운 느낌이 오롯이 느껴진다. 잘 익은 참외와 멜론, 자두와 복숭아 등의 과일을 한번에 베어 문 듯한 달콤한 맛이 압권이다. 부드럽고 농밀한 달콤함에 이어 상큼하고 강렬한 산미가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 다른 시선 No.1
충북 영동 지역의 갈기산에서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킹델라웨어 포도로 만든 로제 와인으로 국내 와인 최초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알코올 도수는 12%다.
김다슬 | 화사한 장미 향, 흰 꽃 향, 산딸기, 체리 등의 붉은 열매, 라임, 자몽, 레몬의 시트러스 등 다채로운 과실 향이 일품이다. 입안에서 역시 풍성한 과실 향이 느껴지는데, 기분 좋은 달콤함이 입안에서 오래 맴돈다.
이승률 | 여자친구 혹은 아내와 함께 먹고 싶은 맛이다. 새콤달콤한 게 여성들이 좋아할 만하다. 게다가 알코올 도수가 12%인데도 체감상 5% 내외로 느껴질 만큼 술이 술술 들어간다. 한마디로 최고의 ‘작업주(?)’라 할 만하다.



이지민 전통주 콘텐츠·유통 플랫폼 대동여주도 대표.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비롯한 각종 대회의 심사를 맡고 있는 전통주 전문가다.
김다슬 2021년 제11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 대회 우승. 현재는 우리 술에 대한 콘텐츠와 기획, 상품 개발자로 활동 중이다.
이승률 한경 머니 주류 담당 기자.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도움말 대동여주도 | 사진 박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