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미래 먹거리·신성장 정보기술(IT)에 집중 투자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 육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은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바이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꼽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사업의 성공이 연관 산업 발전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은 녹록지가 않다. 반도체·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세계 각국이 인식하고 전략 산업화에 나서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모리 분야에서는 미국, 중국의 견제와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는 경쟁사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바이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가 안보 산업으로 변모했으나 소수 선진국과 대형 제약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경제 안보 측면에서 반도체·바이오 공급망을 국내에 두는 것은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등 수치로 표현되는 그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 삼성, 향후 5년간 450조 원 투자...'제2반도체 신화' 도전
삼성이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성장 가능성이 큰 핵심 전략 사업을 선택해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삼성의 ‘미래 청사진’인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두로 나설 경우 삼성전자를 하나 더 만드는 효과 창출”이라며 “바이오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제2반도체 신화’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삼성의 미래 구상”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전략적 투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 경제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와도 무관치 않으며, 한국 대표 기업으로서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 10~20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데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런 목표를 향한 삼성의 행보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심화로 대변되는 산업구조의 판도 변화, 자국 중심주의 강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라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앞으로 5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면서 한국 경제의 발전과 쇠락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 IT’ 집중 투자는 향후 5년간 삼성이 한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음으로써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 원(국내 36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 원 대비 120조 원이 늘어난 것으로, 삼성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산업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린 것이다.
삼성은 선제적 투자 및 차별화된 기술력, 새로운 시장 창출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인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성장 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
지난 20년 기준 반도체 산업은 한국 수출의 19%, 제조업 설비투자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역전하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 메모리 분야 초격차 위상 강화...점유율 상승세
삼성은 지난 30년간 선도해 온 메모리 분야에 향후 5년간 지속 투자해 ‘초격차’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 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반도체 미세화에 유리한 EUV(기존 불화아르곤 노광공정이 가진 미세화 한계 극복을 위해 필수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이 30여 년간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서도 경쟁 업체의 도전은 거세지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도 위협적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첨단 기술의 선제적 적용으로 이 같은 추격을 따돌리며 메모리 분야의 시장 점유율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EUV 공정을 적용한 14nm D램 양산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14nm D램은 마이크론의 10나노급 4세대 D램보다 선폭이 더 짧아 마이크론에 비해 ‘앞선 기술력’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또 14nm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활용하는 레이어(layer)를 5개로 확대했다. 멀티 레이어 공정을 사용한 업체는 삼성전자가 최초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경쟁 업체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D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 자리를 수성할 계획이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2021년 3분기 43.9%로 세계 1위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2020년 4분기 41.1%, 2021년 1분기 41.2%, 2분기 43.2%, 3분기 43.9%로 세 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보…4차 산업혁명 이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저전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5세대(5G)·6세대(6G) 통신모뎀 등 초고속통신 반도체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 4차 산업혁명 구현에 필수불가결한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및 센서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에 신성장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관련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는 8000여 종의 제품으로 구성되며, 용도와 수요가 사실상 무한대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의 2025년 시장 규모는 4773억 달러로 메모리 반도체(2205억 달러) 시장 규모의 2배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인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 △시스템온칩(SoC)은 퀄컴 △이미지센서는 소니 등 각 분야별 강자들이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사업 중 모바일 SoC, 이미지센서 등은 1등 업체들과의 시장 격차는 크지만 투자와 R&D 통해 ‘기술 격차’를 줄이며 성장 가능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미지센서의 경우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 점유율은 24.9%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1위 업체는 40%대, 삼성은 20%대 초반이었지만 올해는 격차가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의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1등 도약은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패키징, 테스트 등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동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 가전, 스마트 카, 스마트 팩토리 등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전장, 로봇, 스마트 시티, 유전자 사업 등 다양한 신산업 발전을 견인할 것이다.
파운드리·바이오 등 성장 동력 발굴로 미래 시장 적극 개척
파운드리 사업은 기존에 없던 차별화된 차세대 생산 기술을 개발 및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할 계획이다. 차세대 패키지 기술 확보로 연산칩과 메모리가 함께 탑재된 융·복합 솔루션을 개발해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삼성은 ‘바이오 주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나가며 바이오 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나서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위탁생산개발(CDMO) 및 시밀러를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 신화’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삼성의 반도체는 1983년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10년 만인 1992년 세계 D램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바이오는 지난 2010년 1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10여 년 만에 국내 시가액총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은 ‘바이오 제2반도체 신화’를 구현하며 대한민국의 ‘바이오 산업 허브’ 도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 전문 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 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글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삼성제공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