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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기능성 식음료 기업 이그니스를 8년째 이끌고 있는 박찬호 대표는 향후 아시아 식품 브랜드 디벨로퍼(Asia No.1 Food Brand Developer)가 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이그니스 2.0’이라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향후 2~3년 내에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라며 “기업 상장은 사업 운영의 최종 목표가 아니며 저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단순히 식품을 만드는 회사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제품력 향상을 통해 맛을 다양화해 자사가 가진 카테고리 품목 내 선두주자가 되고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게 우리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마시는 간편식, 성공 입증...아시아 시장 공략”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는 2014년 이그니스를 설립했다. 당시 그는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대학 동기인 윤세영 씨(현 이사)와 함께 개발한 기능성 식품 ‘랩노쉬(Labnosh)’를 선보이고, 와디즈 펀딩으로 1억3000만 원을 유치했다.
그는 “처음 설정한 펀딩 금액은 1000만 원이었는데 약 29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초월했다”며 “한 달여간 약 2500명의 서포터즈가 참여해 초기 목표 금액 대비 1300%에 도달해 당시 와디즈 내에서도 1회 진행한 프로젝트 중 최고 펀딩 금액을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이후 박 대표는 사업으로 전환, 본격적으로 식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지금은 펀딩 성공담을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사실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식품영양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관련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수많은 도서와 논문을 읽고, 영양소를 직접 배합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던 전문가가 합류해 성분 검사와 기관 신고까지 마쳐 2015년 10월에 첫 제품이 나왔다”고 회상했다.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사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다면.
"원래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 기업 입사 후 항상 새로운 품목을 발굴하고 검토하는 신사업팀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구축된 업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주어진 일만 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미래형 대체식품 스타트업 ‘소이렌트(Soylent)’를 알게 됐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완전 영양식’을 표방하는 이 회사를 보고 한국도 머지않아 간편식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해 제안서를 보고했다. 하지만 제안서는 반려됐다.
그래서 제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간편식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어보자는 욕심이 생겨 현재의 이그니스를 창업하게 됐다. 처음 랩노쉬를 개발할 때도 단순 일회성 펀딩으로 그치지 않고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스타트업 당시 사업 초기 지원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처음 자본금 8000만 원으로 랩노쉬를 개발했고 제품이 출시되면서 벤처투자사에서 시드머니 유치에 성공했다. 이후 제품력 강화에 주력한 결과 2017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10억 원, 2018년 기술보증기금에서 10억 원을 추가로 투자 받았다. 창업 자본금 전부를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성장 초기 단계에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계기 삼아 회사의 규모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꾸준히 출시해 업계는 물론 여러 투자사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떻게 되나.
"최근 3년간 총매출액은 2020년 약 120억 원, 2021년 약 150억 원이고 2022년은 상반기 기준으로 205억 원이다. 매출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지속적인 초과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 한 해의 매출액보다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에 하반기는 물론 2022년도 총 매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영업이익은 2021년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그니스를 찾는 소비자층은.
"제품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연령대로 접근한다면 20~30대층이 주요 소비자로 꼽힌다.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본다면 분초를 다투는 현대사회에 살면서 제대로 끼니를 챙길 수 없어 균형 잡힌 식사가 필요한 고객을 주요 소비자 층으로 볼 수도 있다. 소비 형태로 구분한다면 건강과 간편함을 모두 고려해 식사가 가능한 제품을 선호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타깃 고객층이다."

이그니스의 효자 상품은 무엇인가.
"이그니스가 첫 발을 내딛게 해준 기능성 식품 ‘랩노쉬’ 제품이다. 특히 랩노쉬에서 출시되고 있는 ‘마시는 식사’는 단일 제품으로만 2022년 상반기 전체 매출의 약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랩노쉬의 단백쿠키, 쿠키바 등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랩노쉬의 경우 이그니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올해는 총 매출은 약 140억 원까지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전체 브랜드 총 매출의 약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마시는 간편식, 성공 입증...아시아 시장 공략”
최근 개폐형 마개를 만드는 독일 엑솔루션사를 인수했다던데.
인수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제품 라인 확장이다. 현재 이그니스 캔워터 브랜드 ‘클룹’에는 이번에 인수한 엑솔루션사의 개폐형 마개가 사용된다.
개폐형 마개는 일반 캔 뚜껑에 비해 약 2배 정도 밀봉력이 좋고 여러 번 여닫을 수 있어 한 번 오픈하면 끝까지 마시기 힘든 기존 캔 음료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탄산이 가미된 음료 또는 워터의 경우 뚜껑을 계속 열어 두면 탄산이 빠져나가기 쉬운데 개폐형 마개는 마시지 않을 때 뚜껑을 닫을 수 있어 탄산감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현재 클룹은 플레이버 워터 2종(복숭아, 사과)과 스파클링 워터 2종(샤인머스캣, 레몬)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 저칼로리 탄산음료부터 맥주 등 다양한 제품군에 개폐형 마개를 적용해 카테고리 확장을 준비 중이다.
두 번째는 인지도다. 다른 음료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패키지의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함으로써 상호 윈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이끌면서 보람되거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사업을 하면서 고민이 많지만 보람도 있다. 첫 번째는 ‘랩노쉬’ 제품을 출시하고 매달, 매해 매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일이다. 두 번째는 유명 오프라인 유통 채널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을 때이다. 소비자들에게 ‘랩노쉬’ 제품력을 인정받고 온라인 바이럴을 통해 제품이 알려지자 올리브영 등 유명 오프라인 유통 채널 머천다이저(MD)들이 ‘랩노쉬’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봐주시고 입점 제안을 했을 때 열심히 달려온 뿌듯함을 느꼈다."

간편식 및 음료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
"우리 제품은 자사몰 및 마켓컬리, 쿠팡, 올리브영, GS25, CU, 현대식품관 등 총 30여 개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중 자사몰이 전체 매출 중 약 40~5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사몰이 주요 판매 채널이기 때문에 고객 유입과 충성고객 확보에 집중했고, 그 노력이 현재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자사몰 강화 및 각 채널별 특화 상품을 개발하는 등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매출 안정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미투(비슷한 제품) 제품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아이템과 비슷한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랩노쉬’를 선보였던 2015년만 해도 ‘마시는 간편식’의 콘셉트를 가진 제품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는 없었다. 특히 와디즈 펀딩의 결과가 성공을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재 스타트업 지원 정책은 초기 단계 스타트 업에 집중돼 있는데 중기 단계에 접어든 기업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당연히 지원에 앞서 기업 스크리닝 강화는 필요하겠지만 가능성이 충분한 스타트업이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펀 드매칭, 세컨더리 펀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현실적인 지원이 더욱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정책자금의 경우 출자 조건과 운용 방식에서도 경직돼 있는데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업계 상황과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했으면 한다."

박찬호 대표
2014년~ 현재 이그니스 대표
2011~2014년 (주)대우 인터내셔널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