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흐름이 더욱 가팔라지면서 10월 환율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0월 채권 시장 체감지표(BMSI)’에 따르면 환율 BMSI는 29.0으로 전월(80.0) 대비 크게 악화됐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환율 상승을 점쳤다. 앞으로 미 Fed가 금리 인상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환율 추가 상승 시그널…외국인 자금 이탈 커질 듯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주가 하방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 Fed의 금리 빅스텝으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코스피 저점 수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스피 저점을 2100선까지 점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 순매도 가속화를 자극하는 주식 시장의 부정적인 재료로 지목된다.
외국인은 수출 종속 변수로 환율을 볼 때도 순매도에 나선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수출 전망 악화에 따른 결과물로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외국인의 패닉 셀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 추이는 급격하게 줄며 자금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9월 15일 기준 코스피 시장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비율은 30.39%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다.
통상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르게 되면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는 외국인이 환차손을 예방하기 위해 주식과 선물을 매도하고 달러에 대한 선호 심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이 급등한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금융위기 당시에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로 주식 시장이 폭락했다. 시중 자금들이 달러 자산으로 몰리면서 주가는 더욱 약세를 보인 것이다.
채권 시장도 한미 간 금리 차 역전이 발생하게 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불가피해진다. 금리 차 역전으로 미국의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외국인 입장에선 국내 채권을 팔아 미국 채권을 사들이게 된다. 이는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결국 환율이 더 오르는 효과로 나타나게 된다.
국내 자본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이탈할 경우 오히려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외국인은 지금이 최적의 매도 타이밍일 것”이라며 “주식과 채권 모두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양면성 부각…수혜주 주목해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미국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은 오히려 원·달러 환율 상승에 환호하고 있다. 미국 주식을 보유한 서학개미들은 달러 상승으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향후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1일부터 18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1억3957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종목들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가장 높은 마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업종은 컴퓨터와 전자 및 광학기기, 운송장비, 기계, 화학 제품으로 지목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와 조선은 환율 효과를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데 실제 자동차 12개월 선행 매출액이 지난해 초에 비해 25%가 증가했고, 조선 매출액 전망치도 같은 기간보다 52%나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