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차주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40조 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내놨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무려 77조5000억 원의 금융 지원을 실시했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금융위원회는 안심전환대출을 위해 20조 원을 공급한 후 내년 금리나 시장 및 예산 상황을 고려해 최대 20조 원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자마자 ‘빚 좋은 개살구’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차주들의 금융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시행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서다. 집값은 치솟았는데 주택 가격을 너무 낮게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요건 강화돼 신청 부진… “주택 가격·소득 조건 등 완화 필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난 9월 15일 출시한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인 16일에는 5105건(4900억 원)이 접수됐다. 이어 9월 20일에는 누적 기준 1만771건(1조104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5년, 2019년보다 저조한 실적이라는 것이 은행권의 시각이다.
앞서 2015년에는 40조 원 규모로 추진돼 1차 안심전환대출로 31조7000억 원이 집행됐고, 2019년에는 서민안심지원대출을 20조 원 규모로 시행했다. 이번에 세 번째로 진행된 안심전환대출의 실적이 저조한 배경에는 2015년, 2019년보다는 대출 요건이 더욱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시행은 2019년과는 시장 환경도 다소 달랐다는 분석이다.
2019년 안심전환대출 출시 당시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미·중 무역분쟁과 경제지표 둔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 하락, 미·중 협상 진행 등의 요인이 있었다. 이때는 9억 원 이하 주택, 기존 대출 범위 내 최대 5억 원 한도, 부부 합산 소득 8500만 원 이하인 경우 신청이 가능했다.
반면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4억 원 이하 주택 보유, 기존 대출 범위 내 2억5000만 원 한도, 부부 합산 소득 7000만 원 이하 등으로 조건이 크게 낮아졌다. 2019년보다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주택 가격 제한이 오히려 과거의 30%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주택 시가 기준 일반형은 9억 원, 우대형은 4억 원 이하에 시행되는데 가격 인상을 감안하면 각각 시가 9억 원을 한도로 집행됐던 1·2차 안심전환대출에 비해 대상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진 셈이다.
또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을 갖춘 케이스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리도 일반형은 보금자리론에서 우대형은 보금자리론 금리 대비 최대 30bp(0.3%) 낮게 책정할 계획인데 금리가 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2015년(2.55~2.65%)과 2019년(1.85~2.2%) 대비 매력이 크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주택 가격 상향 기준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최근 2~3년 폭등했는데 주택 가격이나 소득 요건 등 안심전환대출 요건에 맞는 케이스는 수도권에서 찾기 힘들다”며 “현실적인 부분을 감안해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심전환대출은 은행의 대출 자산을 유동화 대출로 대환한다는 점 때문에 대환과 유동화 시점에서는 은행의 자산이 감소하게 된다.
올해 하반기 집행 예정인 20조 원은 지난 4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1060조 원 기준이 약 2%이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86조8000억 원 기준으로 약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드뱅크나 부실 채권 관련 대책은 은행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에는 2금융권 대출을 모두 포괄해 실제효과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안심전환대출이란
제1·2 금융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하는 구조이다. 은행이 대출채권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넘기면 주금공은 해당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주택저당채권(MBS)을 순차적으로 발행하고, 은행에서 이를 재매입하는 구조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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