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이 적지 않다. 한때 대통령 공약으로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가 등장한 적이 있을 정도. 동물들의 가을 털갈이 때문일까. 유독 가을엔 머리가 빠진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병인 듯 아닌 듯’한 탈모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가을은 탈모의 계절? 치료 방법 A to Z
전체 탈모의 70~80%는 유전적 소인 때문에 생긴 ‘남성형 탈모’다. 남성형 탈모는 이마부터 엠(M)자 형태로 머리가 빠지다가 정수리까지 점점 탈모가 확대되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대사를 통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남성호르몬으로 변하면서 생긴다. DHT는 모낭에 침범해 모낭을 위축시킨다. 그러면 모낭에서 나오는 머리카락은 점점 가늘어지고 결국에는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다. 유전적으로 DHT에 민감한 사람에게 남성형 탈모가 생기는데,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그 밖에 면역체계의 이상, 영양 결핍, 특정 약물 사용, 출산·발열·수술, 스트레스 등도 원인이다. 빈혈이나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같은 질환이 있어도 탈모가 될 수 있다. 탈모는 유전성이 강한 질환이다. 흔히 대머리는 대(代)를 걸러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대로 나타날 수 있다. 가족, 형제 중에 머리가 빠진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해봐라. 탈모는 우성 유전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안에 대머리가 있으면 자신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행히 서양에는 중증 탈모가 많지만 동양에는 중증 탈모가 적다.

탈모를 의심해야 할 때는
모발은 20대 중후반에 가장 풍성하다. 그러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카락이 얇아지고 개수가 줄어든다. 뒷부분의 머리카락은 일반적으로 굵은데, 뒤쪽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앞머리를 만졌을 때 굵기의 차이가 손으로 느껴질 정도라면 탈모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남성형 탈모는 M자 형태인데, 이마에 빠진 부분이 엄지손가락 한 마디 이상 들어가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굵고 건강한 머리카락은 가늘고 옅은 색으로 변하면서 점차 솜털처럼 변하며, 이후 점차 범위가 넓어지면서 탈모 부위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은 앞머리나 정수리 부위에만 주로 나타나며, 뒷머리나 양측 옆 머리카락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아 끝까지 남아 있다.

탈모 치료 꼭 필요할까
탈모 치료, 꼭 해야 하냐고 전문가들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선택의 문제”라고 한다. 탈모 치료제는 비싼 편이고 혈압약 먹듯 매일 먹어야 한다. 약을 끊으면 원래 탈모 패턴대로 머리카락이 빠진다. 모발 이식은 수술비용이 비싸다. 30~40대 젊은 나이에는 탈모에 대한 걱정이 크게 다가온다. 비슷한 연령대 사람이 머리가 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60~70대만 돼도 탈모 걱정이 크지 않다. 주변에 탈모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탈모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엔 ‘대머리’를 보기 쉽지 않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추세이기 때문.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탈모 치료 관련된 요구도는 더 높아지는 편이다. 일본만 해도 한국보다 탈모 시장이 10배나 크다.

탈모 치료는 어떻게
치료 효과를 기대한다면 먹는 약을 써야 한다. 시중에 파는 탈모 샴푸는 머리카락이 나거나 굵어지는 효과는 없다. 그래서 탈모 샴푸에는 머리털이 난다는 ‘발모’ 표현은 쓰지 못한다. 탈모 샴푸는 탈모 진행을 더디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머리카락에 볼륨감을 줘 머리가 많아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대표적인 약이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성분)’다. 이 약은 20년 이상 된 약이다. 그만큼 임상 경험과 연구 데이터가 많다. 바르는 약으로는 미녹시딜이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을 탈모 치료제로 인정했다.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 성분)’는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이지만 발모 효과도 있어 탈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성분은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을 위축시키는 DHT로 바뀌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이 약들은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있어 가임기 여성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성은 미녹시딜 성분이나 알파트라디올 성분의 바르는 약을 쓴다. 먹는 약으로 탈모 개선 효과를 보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처음에는 머리카락 개수가 늘고 그다음에는 머리카락이 굵어진다. 탈모 환자의 70~80% 약으로 이러한 효과를 본다. 치료 시작 시기가 빠를수록 정상에 가까운 머리숱을 유지할 수 있다.

성기능 장애 등 부작용 괜찮나
흔히 탈모약을 먹으면 성욕 감퇴나 발기부전 같은 성기능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2% 내외에서 나타난다. 연령에 따라 성기능 장애를 느끼는 정도는 다른데, 중년에서는 이미 성기능 감소가 시작되기 때문에 탈모 치료제의 부작용을 더 크게 받아들인다. 약 부작용은 보통 복용 초창기에 많이 나타난다. 프로페시아는 계속 먹다 보면 극복된다. 아보다트는 끊었다 먹어본다.

20~30% 환자는 약도 효과가 없는데, 이들은 모발 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사람의 두피에는 평균 10만 개의 모낭이 있는데 이 중 뒷머리와 옆머리에 분포한 2만5000개는 잘 빠지지 않는다. 모발이식 수술은 뒷머리나 옆머리에 있는 모낭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앞이마와 정수리 부분에 이식을 많이 한다. 모발 이식을 하면 탈모 치료제를 안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탈모 치료제를 먹지 않으면 이식하지 않은 나머지 머리카락이 빠진다. 모발 이식 후에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한편, 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을 잘 심어야 한다. 너무 범위가 넓으면 다 심기가 어렵다. 그래서 머리가 너무 많이 빠지지 않은, 적절한 타이밍에 모발 이식을 해야 한다. 이마 라인은 불규칙하게 심어야 자연스럽다. 머리를 너무 촘촘하게 심으면 모낭의 생착률이 떨어져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