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big story]주원 “내년 복합 불황 가능성…美금리·中부동산 심각”
글로벌 경제가 좀처럼 탈출구를 찾기 힘든 덫에 걸렸다. 치솟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가파른 금리 인상,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세계 곳곳에서 리스크 요인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현시점 가장 큰 덫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이 지난 1년 새 과감하게 단행한 금리 인상은 세계 주요국의 숨통을 죄였다. 더욱이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하면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세계 환율 시장은 벼랑 끝에 몰렸다. 아시아 외환 시장에서는 일본의 달러당 엔화가 150엔을 돌파하며 엔화 가치가 3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의 경우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가 1985년 이후 최저치로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유럽발 위기도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다. 에너지 위기는 유럽 경기 위축과 고물가를 재촉하는 불쏘시개나 다름없다. 우리 수출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IMF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돼, 부동산 업체의 45%가 채무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를 우리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주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예상보다 과격하게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는 10월 첫째 주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데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더 안 좋아지고 모든 나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통상적인 경기 하강 사이클상에서는 45도 각도로 내려가는 추세라고 한다면, 지금은 거의 70도, 80도, 90도 각도로 경기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주 경제연구실장과의 일문일답.
[big story]주원 “내년 복합 불황 가능성…美금리·中부동산 심각”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을 진단한다면.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인 코로나19의 영향은 이제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봄부터 경기가 올라가는 국면이었다. 그러다 경기가 내려갈 타이밍이 됐는데, 그 시기부터 미국이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 영향이 환율 시장을 거쳐 세계 주요 경기가 하강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만 좀 버티는 상황이고, 나머지 유럽이나 한국, 일본, 신흥국 대부분의 경기가 이미 꺾여 내려가고 있다. 미국 경제 또한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고용 시장만 좀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고용지표는 실제 경기보다 후행하는 성격이 있어, 앞으로 꺾일 것이라고 본다. 결국 미국도 올해 연말이 지나면 경기가 내려가는 방향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중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세계 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우리나라 수출 경기에 타격을 줄 것 같다.”

미국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사실 경제가 나빠지면 금리를 내리는 게 통상적이다. 그래야 가계나 기업이 버틴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다.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데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가 나빠지고 모든 나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경우 경기가 더 심각하게 내려갈 가능성이 생긴다. 통상적인 경기 하강 사이클상에서는 45도 각도로 내려가는 추세라고 한다면, 지금은 거의 70도, 80도, 90도 각도로 경기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아시아 국가 중 어느 한 곳이 부도 상황까지는 가야 외환위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이나 일본이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국가다. 또 일본은 엔화 자체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다. 다만 엔화와 위안화, 아시아 통화들이 다 약세를 보이면서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가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언급된다. 물론 한국을 그런 국가들과 동급으로 넣긴 좀 어렵다.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은 아니지만 외환보유액이 많은 상황이다.”

영국 등 유럽 쪽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보인다.
“영국만 따로 놓고 볼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유럽 전체 분위기가 안 좋다. 독일이나 프랑스도 무역 적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이미 유럽에서 떨어져 나갔고, 런던 금융 시장이 크긴 하지만 미국에 비해서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중국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특히 중국 주택 시장이 심각하다. 지난해 헝다그룹 사태가 터졌던 것을 시작으로 최근 중국 부동산이나 건설 시장 지표가 상당히 안 좋게 나오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정책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책금리를 내리는 국가가 중국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뜻이다. 사실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계속 나왔던 이야기지만, 지금 위기의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도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라 최근 들어 그 부분이 걱정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서구의 위기 상황과는 시각을 좀 달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집권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본다. 그 ‘무언가’가 어떤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중국 경제가 나락으로 빠지는 상황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조치가 중국 경제를 턴어라운드 시킨다기보다는, 급격한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는 정도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 과정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리스크가 있을까.
“지금 거론되는 글로벌 경제 리스크 요인은 갑자기 튀어나온 것들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지속됐던 리스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 해도 거의 1년 다 돼 간다. 이벤트의 부정적인 영향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전혀 뜻밖의 리스크가 나온다면 상당히 심각하게 볼 수 있겠지만, 오래된 리스크들이라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다. 그런데 단 하나, ‘금리’에 대해서만큼은 심각하게 본다. 경제가 나빠지는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금리를 내려서 버티게 해줘야 한다. 우리 내수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와 기업의 유동성 경색이 생길 수 있다. 이 부분은 내년에 가장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당장 금리를 내리기는 힘든 상황 같은데.
“미국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따라 올리지는 못할 망정 내릴 수는 없다. 내년에도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위기 상황에 비해 세계 주요국의 국제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그 원인도 미국이 금리를 지나치게 빨리 올렸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억지로 따라가는 상황이라 공조가 이뤄질 수 없다.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라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들은 어렵다.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가 강세가 되고, 미국 입장에서 수입 물가가 싸진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인플레 현상을 부채질하게 된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진다.”

과거 미국의 스탠스와는 어떻게 다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대표적이다. 7년 동안 제로금리였다. 당시 세계 각국은 풍부한 달러화와 유동성을 가진 상태에서 정책을 펼칠 수가 있었다. 반면 이번에는 미국이 2년 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하다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년에 걸쳐서 금리를 올렸던 것과 달리, 최근 1년 동안 지금 수준까지 인상했다. 올해 4.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2%대 중반이나 3%까지만 올려도 효과는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금리를 과격하게 인상했다고 본다. 시장에 대응할 시간은 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Fed의) 정책 강도와 타이밍이 정말 적절했는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굵직한 위기와 현재 상황을 비교한다면.
“그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기는 좀 힘들다. 왜냐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금융 시스템 자체가 망가졌고, 미국 굴지의 금융기관들이 도산했다. 금융위기를 벗어나는 데까지도 한참 걸렸다. 미국이 금리를 정상화하기까지 거의 7년 정도가 소요됐다.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과거와 달리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다만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금융 시장에서 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해본다. 내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상당히 어려워지는 시기는 분명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어려운 시기가 될까.
“복합 불황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계 수입이 늘지 않고, 기업 수출과 실적이 안 좋아지는 불황이 찾아올 것이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되면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높아지고,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나올 수 있다. 결국 이는 소비 침체로 이어진다. 기업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진다. 기업 투자가 다 유보되고 증권 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이나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유동성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은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질 것 같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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