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이문정 씨는 최근 애플페이가 국내에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분이 설렜다. 그동안 삼성페이로 결제 서비스를 간편하게 이용하는 친구들을 보고 스마트폰을 삼성 제품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삼성페이가 워낙 쓰기 편리하고 지갑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애플에서 삼성으로 갈아타야 하나 갈등을 했다”며 “애플페이가 들어온다면 아이폰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서지환 씨는 자칭 네이버페이 중독자다. 서 씨는 “온라인 구매는 네이버페이를 통해 모두 구매하고 있다”며 “최근 네이버페이 연 회원이 돼서 포인트 지급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들을 제공받고 있고 편리해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포화상태로 진단될 정도로 각종 페이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삼성페이를 필두로 플랫폼이 운영하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각 유통 기업 및 오픈마켓별로 SSG페이, 11번가페이, 쿠팡페이, 위메프페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여기에 최근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와 손잡고 연내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무한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페이들이 있지만 애플페이라면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애플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30%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아이폰을 고집하는 사용자들에게 애플페이가 출시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삼성 폰으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애플페이가 들어온다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다소의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폰이 간편결제 서비스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면 스마트폰 시장과 간편결제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애플페이와 현대카드가 손잡은 이유는
애플페이가 국내 여러 카드사 중에서도 현대카드와 손잡을 것이 유력한 이유로 재계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이폰 사랑이 한 몫을 차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태영 부회장은 애플 아이폰으로만 접속 가능한 소셜 애플리케이션 클럽하우스를 애용하는 유저이며, 금융권 최초로 애플 뮤직 큐레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이번 제휴를 통해 아이폰 유저들을 대거 충성 고객으로 유치함으로써 수익성 확보와 고객 증가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해외 시장에서 이미 70여 개국에 보급이 됐다고 알려진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에 탑재된다면 비자(VISA)카드나 마스터카드처럼 해외에서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애플은 애플페이, 애플카드에 이어 후불결제서비스(Buy Now Pay Later, BNPL: 무이자로 할부 결제를 하는 방식의 서비스로, 결제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여러 차례에 나눠 결제 업체에 대금을 보내는 방식)를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자회사를 통해 직접 대출을 제공해 차주 신용평가와 리스크 관리를 독자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애플의 행보는 리테일 금융 서비스를 내재화해 애플 생태계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애플과의 제휴한 현대카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카드 업계 간편결제 1위인 삼성페이에서는 결제수수료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 반면 애플은 결제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는 가맹점으로 받은 수수료 이익의 30%를 애플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근접무선통신(NFC) 기반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애플페이 특성상 새로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고 업주들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낼지 관건이다. 주요 카드사들 ‘오픈페이’ 동맹으로 맞대응
애플페이가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고 정확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드 업계는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이미 6개 카드사가 모여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오픈페이’ 동맹이 연합의 결과물이다.
신한·KB국민·롯데·하나·NH농협·BC카드 등 6개 카드사는 공동으로 오픈페이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카드사 앱을 통해 자사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했던 방식에서 오픈페이를 통해 하나의 앱으로 다른 카드사의 카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시스템이 ‘오픈페이’다.
다만 카드 업계 간편결제 서비스 1위로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카드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동맹에서는 빠졌지만 앞으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우리카드 역시 아직 오픈페이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카드의 지난해 카드사 점유율은 16.58%로 국내 4위 수준으로 1위 신한카드와의 점유율(21.25%) 차이가 크지 않지만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드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NFC 보급률이 낮은 국내에서 NFC 기반의 애플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agnetic Secure Transmission, MST)과 NFC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삼성페이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폰 이용자의 충성도가 워낙 높아 일정 부분의 점유율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높은 시장의 성장성 고려한다면 기존 업체(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6000억 원 오가는 간편결제 시장 '후끈'
한국은행이 올해 3월에 발표한 ‘2021년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지급결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실적은 1981만 건, 60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3%, 35.0% 증가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금융 거래 선호가 확산되면서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이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를 기반으로 거래되는 2021년 중 간편송금 서비스 역시 하루 평균 이용실적은 433만 건, 50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0%, 41.5% 늘었다.
간편송금 서비스의 잔액을 기반으로 하는 청소년 선불카드 발급 서비스 확산 등으로 금융 회사의 간편송금 서비스 이용 건수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 시장 급격한 성장...업계 경쟁 치열
카드 업계가 애플페이 진출설로 요동을 치고 있는 가운데, 유통 업계에서도 간편결제 서비스 규모가 폭증해 간편결제 시장이 ‘빅뱅’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상위 10개 간편결제 서비스 가입자 수가 1.4배 가까이 증가했고 매출액은 약 3배 증가하는 등 시장 규모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상위 10개 간편결제사업자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쿠팡페이, 지마켓, 우아한형제들, 11번가, NHN페이코, SSG닷컴, 비바리퍼블리카, 롯데멤버스 순이다. 가입자 수 총합은 지난 2019년 말 1억1228만 명에서 2021년 말 1억 5978만 명으로 늘었다. 복수 가입일 경우 중복 집계된 수치다.
가입자 수 1위인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2022년 4월 3066만 5000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60% 이상이 네이버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위인 카카오 페이는 2969만 명, 3위 쿠팡페이는 2453만 8000명이 가입한 것으로 조사돼 1위부터 3위까지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은 가입자 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상위 10개 사업자의 총 매출액은 2019년 2조6567억 원에서 2021년 7조7383억 원으로 2.9배 늘었다. 특히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 2년 만에 매출이 5844억 원에서 2조292억 원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배달 수요 급증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페이, 안방 수성 아닌 글로벌 진출 서둘러
삼성페이는 세계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의 아성을 앞세워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카드 업계에서는 이미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서 안방 수성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3개 국가에 연말까지 삼성페이와 삼성패스를 통합한 삼성 월렛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 월렛은 지난 6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8개국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해외에서의 명칭은 삼성 월렛이 아닌 삼성페이다.
향후 간편결제지급 시장 전망에 대해 최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증가로 높은 성장을 보인 간편결제 시장이 엔데믹 이후 성장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최근 국내 간편결제 업체는 오프라인 결제처를 확대하고 자사 커머스와의 결합, 포인트 지급 등을 통한 가입자 록인(Lock-in: 기존의 것을 계속 구매하게 되는 효과) 전략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 성장률 자체는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성장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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