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최근 국내외 경제주체들이 주목하는 곳은 다름 아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다. 미 Fed 의장의 한마디에 환율과 증시가 출렁거리고 경제 방향성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Fed가 기침 한 번 할 때마다 주변 국가들은 독감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최근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넘어서 울트라 스텝으로 금리 인상 페달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오랜 기간 동안 Fed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Fed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은 매우 큰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경제 구조상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오히려 현재가 더 심각할 수 있다”며 “대외적인 공조 부분도 현재 상당히 균열이 심화된 부분이 있어서 회복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보다는 물가 억제를 위해서는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국가 간 공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노동 시장은 꽤 좋은 편이고 실업률도 굉장히 낮은 편“이라며 “기초체력이 탄탄하다 보니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려도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대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김 교수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리스크가 크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살아남겠지만 우리나라가 과거보다는 외환보유액 규모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면 안 된다”며 “어떤 나라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정학적 리스크나 대내외적인 변수로 신용경색 문제가 발생할 경우엔 외환보유액 규모에 상관없이 경제에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전쟁이 난다고 가정한다면 외환보유액으로는 경제위기 상황을 막지 못하는 것과 같다”며 “현재 상황은 기존 경제 시스템으로도 리스크를 막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우리나라가 미국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금리 차 확대로 인해 경제에 부담이 클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정책 금리 자체는 계속 역전 현상이 늘어날 텐데 한국은행은 계속해서 금리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 빅스텝 수준은 아니더라도 1·3·10년 금리 역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역전 차가 1% 이상 차이가 나더라도, 5년 금리가 미국과 비슷하다면 크게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끝낸 후에도 한국이 금리 인상을 좀 더 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시장에 전달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Fed이 금리 인상을 언제쯤 멈출 것으로 예상하는가.
“미국의 물가상승률 목표는 2%인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다가가지 않는 한 금리 인상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이 3.5% 정도까지 내려와도 금리 인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은 양호한 편에 속한다. 노동 시장과 소비 시장이 좋고, 실업률도 낮은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시장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 한은도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는데 국내 경제에 부담은 없나.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렸을 때 경제 전반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하나는 가계부채나 기업부채가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책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데에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이다. 따라서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우리나라가 빅스텝으로 금리를 올렸을 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외환 시장에 대한 영향은 어떤가.
“외환 시장은 미국이 금리를 더 빨리 올리면 환율이 올라갈 텐데 그렇게 되면 자연히 달러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즉, 이는 환율을 더 올리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에 환율이 장중 2000원을 넘겼을 때와 지금은 경제적인 규모로 봤을 때 큰 차이가 있다. 다만 지금의 경제 규모에서도 외환·가계·기업 부문에서 문제가 동시에 생겼을 때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라진 것은 글로벌 전반으로 공조가 균열된 부분이 가장 크다고 본다. 국가별 블록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위기에 닥쳤을 때 서로 공조해서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그런 구조가 전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국가별 정치적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각자도생으로 회복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본다. 국가 간 블록화 현상이 오히려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더욱 회복력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현재 정부에서 어떤 정책 카드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가.
“현재 금리 인상 외에는 쓸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많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부실차주들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로 인해 피해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는 외생변수가 너무 많아서 정책 카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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