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편집자 주최근 화제가 된 기업인의 뉴스 데이터를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분석한 뒤, 해당 기업가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짚어본다. ‘#SPC 불매.’ 최근 소셜미디어를 뒤덮은 해시태그다.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를 만들던 직원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이 사고를 계기로 SPC그룹 전체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사고 직후 사측의 미흡한 대처와 부적절한 태도가 공분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결국 사고 6일 만인 지난 10월 21일 SPC그룹을 이끄는 허영인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SPC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허 회장은 몇 분 남짓 사과문을 낭독한 뒤 별다른 질의응답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인 지난 23일 또 다른 SPC그룹 계열사에서 안전 사고가 거듭 발생했다는 점이다.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40대 남성 근로자의 우측 검지손가락이 공장 기계에 절단되는 사고가 벌어진 것. 잇딴 사고 소식으로 SPC그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는 추세라,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허 회장과 SPC그룹이 언급된 뉴스 데이터 500건에서 추출한 주요 키워드를 짚어본다.
#SPC 계열사 #제빵공장 사망사고 #소스 배합기 기계지난 15일 새벽 6시 20분께.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홀로 작업하던 중 당한 사고였다. 특히 이 기계에 끼임 방호장치와 같은 기본 안전조치가 없어 문제가 됐던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보고 있다.
#불매운동 #SNS #노동자불의의 사고 직후 사측의 부적절한 대응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에도 공장을 가동하며 고인의 동료 직원들에게 빵을 생산하도록 한 것. 일부 직원들은 사고가 발생한 기계 부근을 천으로 가린 채 사고 현장 근처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 동료 직원들의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않은 ‘비인도적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PC그룹 측이 숨진 직원의 빈소에 파리바게뜨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을 경조사 지원품으로 두고 간 것도 논란에 올랐다. 빵을 만들다가 유명을 달리한 직원 빈소의 지원품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망 직원의 유족 측은 “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숨졌는데 빵을 답례품으로 주는 게 말이 되냐”며 분노했다.
SPC그룹의 부적절한 사후 조치가 연달아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됐고, 대중의 공분은 불매운동으로 옮겨붙었다. 현재 트위터 등 SNS에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삼립 등 SPC그룹 계열 브랜드 목록이 불매운동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되고 있다.
#SPC그룹 회장 #기자회견 #대국민 사과 #사과문 #재발 방지사건 직후 며칠 간 SPC그룹 본사가 적극적인 대응 없이 침묵한 것도 여론을 싸늘하게 만든 배경이다. SPC그룹은 사고 다음 날 영국 런던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새롭게 오픈했다는 홍보 자료만 배포했을 뿐이다. 허 회장의 이름으로 된 사과문이 나온 것은 사고 이틀 뒤인 17일, 허 회장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사과한 것은 사고 6일 뒤인 21일이다.
21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허 회장은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SPC그룹 측은 향후 3년간 총 1000억 원을 들여 전사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압수수색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윤석열 대통령논란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문제의 SPL 제빵공장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경찰은 평택공장 안전관리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경위 파악을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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