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진 피에르파브르 더모코스메틱 코리아 지사장

매일 쓰는 마스크 때문일까. 의사나 약사가 개발에 참여한 더모코스메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름도 어려운 더모코스메틱은 대체 무엇일까. 지난 2013년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선도해 온 ‘피에르파브르 더모코스메틱 코리아’의 전현진 지사장을 만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피부 과학과 화장품의 만남, 선구자 역할에 자부심 크죠"
- 우선 축하한다. 지난 5월 피에르파브르 더모코스메틱 코리아(이하 PFDC) 지사장이 됐다.
“책임감이 크다. PFDC는 ‘아벤느’와 ‘듀크레이’ 같은 더모코스메틱(dermocosmetic)과 ‘르네휘테르’, ‘클로란’ 등 헤어 케어 브랜드뿐 아니라 항암제, 피부과 치료제 등 제약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이 매우 광범위하다. 특히 지금은 바르는 의료 기기를 통해 본격적으로 메디컬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는 시기라 어깨가 더욱 무겁다.”

- 르네휘테르를 한국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2013년 PFDC가 지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르네휘테르는 유통사를 통해 한국에 진출해 있었다. 이전 유통사와의 양도·양수 협상이 결렬된 후 대대적인 리론칭을 직접 진두지휘했기에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크다.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아찔할 정도다. 갓 입사한 영업부장, 마케팅 직원과 함께 세 사람이 한 달 만에 제품 등록과 수급부터 백화점 입점 준비, 매장 디자인, 공사, 직원 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야 했다. 작은 부분이라도 어긋나면 큰일 나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결국 단 한 달 만에 7개 매장의 영업 준비를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 피에르파브르는 1960년대 ‘더모코스메틱’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처음 도입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화장품과 차이점이 있다면.
“더모코스메틱은 피부 과학이라는 뜻의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 약국 전용 기능성 화장품이나 피부 전문가가 만든 화장품을 의미한다.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피부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의약품과 비슷한 수준의 연구·개발(R&D)과 임상 테스트를 거쳐 만든다. 따라서 주로 심미적 부분에 초점을 두는 일반 화장품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런 면에서 자부심이 클 것 같다.
“더모코스메틱이라는 개념 자체가 피에르파브르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 분야에서는 선구자나 다름없다. 후발 기업 대부분이 우리를 벤치마킹했을 정도다.”

- 그래서일까. 최근 더모코스메틱을 표방한 화장품 브랜드가 부쩍 많아졌다. PFDC만의 ‘강점’이 있다면.
“우리 회사에서 규정하는 더모코스메틱은 의약품과 똑같은 임상 연구를 거친 화장품을 말한다. 여느 브랜드가 진행하는 사용자 대상의 테스트나 피부과 의사가 참관하는 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피에르파브르 그룹이 프랑스 3대 제약사이기에 가능하며, 피부에 대한 노하우와 의학적 솔루션 측면에서 타 브랜드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PFDC는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피부 상태와 병증에 초점을 맞추고, 피부질환 치료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 따라서 여느 브랜드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제품도 여럿 만들었다. 신생아 피부병을 위한 약과 당뇨 환자를 위한 발 건조증 제품, 희귀 유전병 환자를 위한 주사제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더모’ 콘셉트를 차용한 것과 실제 더모코스메틱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 PFDC에 있어 한국 시장의 의미는.
“전 세계 뷰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정말 대단하다. 가장 치열하고 다이내믹한 시장이라고 할까. 특히 한국인의 미적 감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프랑스 본사에서도 잘 알고 있는 부분으로, 한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전용 제품도 여럿 선보인다. 특히 아벤느의 ‘아쿠아크림인젤’이나 르네휘테르의 ‘포티샤 컨디셔너’ 같은 제품은 한국 팀과 공동 개발했다. 요즘은 오히려 프랑스 소비자들이 ‘왜 프랑스에서는 이런 제품을 판매하지 않느냐’고 항의할 정도다. 또 르네휘테르의 경우 한국 시장이 프랑스를 제외한 글로벌 2위 시장이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딩 성공 비법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 많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다. 업계 베테랑으로서 한국 뷰티 시장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한국은 세계 뷰티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이룬 제조업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술 발전으로 많은 로컬 브랜드가 탄생했다. 하지만 이런 지위에 걸맞은 세계적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것이 조금 안타깝다. 이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성향과 그에 편승해 이윤만을 추구하는 브랜드, 그것을 더욱 부추기는 유통 채널의 종합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 요즘은 남성들도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한경 머니는 경제에 관심이 많은, 성공한 남자들이 즐겨 보는 매거진으로 알고 있다. 아벤느의 ‘클리낭스 젤 클렌저’와 클로란의 ‘퀴닌 세럼’, 르네휘테르의 ‘포티샤 샴푸’가 어울릴 듯하다. 클리낭스 젤 클렌저는 과다 피지와 트러블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아벤느의 베스트셀러다. 특히 면도로 인해 자극받은 피부에 사용하기 좋다. 또한 흔히 ‘남자는 머릿발’이라고 하지 않나. 퀴닌 세럼은 드라이 전 두피에 뿌리는 헤어 제품으로, 모발의 힘과 풍성한 볼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르네휘테르의 포티샤 샴푸는 프리미엄 샴푸계 부동의 판매 1위 제품으로 두피와 모발을 강화하는 데 특화돼 있다.”

- 고객들이 PFDC를 떠올릴 때 어떻게 생각하기를 바라는지.
“내가 생각하는 PFDC는 선한 의지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다. 특이하게도 피에르파브르 그룹은 회사 소유주가 비영리 공익 재단인 ‘피에르파브르 재단’과 전 직원이다. 또 재단이 그룹 전체 지분의 86%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에서 받은 배당금은 제품 및 신약 개발과 재단의 공익 실현에 활용된다. 아프리카의 백색증 환자를 위한 피부암 퇴치 프로그램 사업과 시리아 난민, 레바논 빈민층을 돕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최근에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소 33% 감축하는 목표도 세웠다. 이처럼 우리 그룹이 추구하는 ‘가치’는 일반 회사와는 차이가 크다. 한국 소비자에게도 이런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

- PFDC의 2023년이 기대된다. 어떤 계획을 하고 있나.
“경기 전망이 좋지 않지만, 30%라는 높은 성장률을 목표로 더욱 열심히 달릴 것이다. 올해 아벤느와 르네휘테르, 클로란을 기반으로 리테일 시장에서 큰 성장을 만들어냈다면, 내년에는 12월에 출시한, 바르는 흉터 젤 ‘덱세릴’을 시작으로 아벤느와 듀크레이 브랜드가 메디컬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한다. 여기에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광선 각화증에 대한 치료제 등 전문 의약품도 준비 중이다. 이로써 향후 3~5년 이내에 더모코스메틱과 의료 기기, 전문 의약품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