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POINT 2
상속주식 할증 및 할인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세 부과 시 최대주주 지분 가치를 20% 할증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에서도 중견기업을 빼기로 했다. 그간 상속세 개정 때마다 주요 논란거리로 떠올랐던 최대주주 주식 할증의 핵심은 무엇이고,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할까.
[big story]주식 할증평가로 가업 포기? 해외는 할인평가도 인정
세금은 재산 취득, 이전 또는 보유를 과세 계기로 삼고 각 시점의 ‘세법상 평가액’을 기초로 부과되기 때문에 재산의 평가 방법은 조세법에서 중요한 영역이다. 상속세나 증여세는 상속이나 증여를 계기로 재산이 이전되면 그 재산의 세법상 평가액을 기초로 세금이 산정된다. 법인세나 소득세 역시 재산의 양도가액이 세법상 평가액과 다르면 세법상 평가액을 기준으로 소득금액을 재산정해 과세될 수 있다.

재산 평가의 주요 내용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규정돼 있고 다른 세법에서 이를 일부 또는 전부 준용해 해당 세법의 평가액을 산정하므로 상증세법상 평가 방법은 그 의도와 무관하게 모든 세목의 재산 평가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상속재산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최고 50%의 상속세율을 곱해 납부할 세액을 산정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상속세율인 26%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다가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주식에 대해서는 20%의 할증액을 가산해 평가함으로써 실효 상속세율이 60%에 이른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평생 모든 재산과 정열을 투자해 주식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가들의 상속인들은 상속을 계기로 사실상 기업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면서 더 이상 선대의 가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상속주식 할증의 이론적 근거는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경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가산돼 거래되고 있으므로 일반적 주식평가액보다 더 높은 가액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관점에서 원칙적으로 상장주식은 평가기준일 이전과 이후 2개월 동안 공포된 거래소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가액을 세법상 평가액으로 산정하고, 비상장주식은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2대3 또는 3대2로 가중평균한 가액으로 평가하되 만일 그 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하면 후자의 가액을 세법상 평가액으로 한다.

그리고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은 일률적으로 20%의 할증평가 된 가액을 세법상 평가액으로 하되, 중소기업 주식은 할증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주식의 세법상 평가액은 순손익가치가 음수로 나와 실제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되더라도 최소 순자산가치의 96% 이상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최근 상속주식의 평가 방법과 더불어 최대주주의 상속주식을 일률적으로 20%로 할증해 평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명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먼저, 현행 상속주식 할증평가 방식은 우리나라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 주식 발행 법인은 각각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어 양(+)의 경영 프리미엄 외에 음(-)의 경영 프리미엄을 주고 경영권 이전이 필요한 주식들이 있다. 경영 능력 부재나 심각한 노사분규 등이 원인이 돼 과거보다 미래의 기업 성과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상관행상 음의 경영 프리미엄으로 반영한 가액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다.

이는 특수관계가 없는 자들 사이의 거래로서 2020년부터 2022년 9월 사이에 이루어진 최대주주의 변경을 수반하는 상장주식 거래 사례 중 매우 이례적 사례를 제외한 47건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13개 사례가 20% 미만의 양의 경영 프리미엄이 수수됐고, 9개 사례는 최대 14% 낮은 음의 경영 프리미엄이 수수돼 거래됐다. 또한 올해 7월 말 기준 물납받은 보유 주식 중 공개 입찰된 9194억 원 상당의 주식 중 60.3%가 3회 이상 유찰됐고 2858억 원 상당의 주식은 사실상 가치가 없는 휴지조각으로 평가된 사실 및 물납받은 비상장주식이 세법상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에 매각되는 사례가 다수라는 사실 등에서 명백히 확인된다.

더욱이 상속세 납부의 부담이 큰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주식인 경우, 그 처분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음의 경영 프리미엄으로 거래될 가능성이 더 큼에도 일률적으로 양의 프리미엄을 전제로 세법상 평가액을 산정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상속주식의 할증평가는 조세의 형평성이나 중립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세법상 주식 평가 방법은 비상장주식의 경우 과거 3년간의 경영 실적을 기초로 해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등 개별 법인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할 수 없어 실제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의 경우 일률적으로 할증한 가액까지 가산해 세법상 평가액을 산정하는 것은 주식을 대부분 상속재산으로 하는 상속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 수많은 직원을 고용해 국가 경제를 부양해 온 기업가들이 부동산만을 가진 재산가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조세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예를 들어, 건물 일부만 소유한 것보다 전부를 소유한 것이 건물의 개발이나 관리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액이 산정되는 것이 타당함에도 상속주식에만 할증하고 건물에 대하여는 할증하지 않는 것은 조세의 형평성을 훼손한다. 나아가 상속재산의 실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오로지 주식에 대하여만 할증평가를 하도록 강제한다면 이는 납세자들의 주식 보유에 대한 선호도를 낮아지게 함으로써 조세의 중립성도 해칠 수 있다.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상속세는, 미실현 소득을 상속이라는 계기로 일시에 과세하는 측면도 있지만, 피상속인이 생전에 자신이 얻은 소득을 기초로 취득한 재산에 다시 과세하는 이중과세의 측면도 있는데, 최대주주가 보유한 상속주식에 대한 할증액 가산은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킨다.

가령, 피상속인이 100이라는 소득을 얻어 최고 소득세율인 49.5%의 소득세 49.5를 납부한 후 마련된 자금 50.5로 기업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는데 갑자기 사망한 경우, 상속주식의 평가액 50.5의 60%에 해당하는 30.3의 상속세를 납부하면 결국 세금 납부 후 남은 평가액은 20.2에 불과하다. 즉, 100의 재산 중 20만 상속될 수 있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재산 몰수에 가깝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big story]주식 할증평가로 가업 포기? 해외는 할인평가도 인정
상속주식 할증평가, 해외는 어떻게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의 상속주식 평가 방법을 참고해보면 우리나라의 상속주식 할증평가 제도의 불합리성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상속주식의 평가는 할증 또는 할인평가 규정 없이 공정시장가액(fair market value)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비상장주식은 ‘자산가치접근법’, ‘시장접근법’ 또는 ‘소득접근법’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기업의 특성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할증 또는 할인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시가평가 원칙만 두면서 할증 또는 할인평가 규정 없이 다양한 평가 방법을 인정하고 있으며 평가 방법 등에 따라 20~50%의 할인평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유럽계 국가인 독일은 공정가액(gemeine wert)으로 평가하도록 하면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최대 25%까지 할증평가할 수 있지만 ‘미래현금흐름가치법’과 유사한 ‘단순소득가치법’에 따라 평가하는 경우에는 할증평가를 배제하고 있고, 영국은 시가(market price)에 의해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준수하면서 오히려 75% 미만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는 15~25%를 할인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대부분 각국 평가 기준의 요체는 최대주주 보유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공정시장가액으로 평가해야 하고 할증평가를 포함해 상속주식의 평가 방법을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상증세법은 시가주의 원칙을 표명하면서도 이에 배치되는 상속주식 할증제도를 그대로 두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상속주식에 대해 적용하는 할증액 가산 제도는 우선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첫째, 20%로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할증액 가산 제도는 그 실증적 근거가 미흡하므로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조세행정의 편의상 잠정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실증적 연구를 통해 할증 및 할인의 범위만 상증세법 규정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시가를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합리적인 평가 방법을 허용해 시가에 가까운 세법상 평가액이 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령, 상거래나 상장주식 공모가격을 산정할 때 많이 적용하는 ‘현금흐름평가법’이나 ‘유사업종비교기업평가법’ 등을 인정해야 한다. 경영권 이전에서 음의 프리미엄에 수수되고 물납주식이 세법상 평가액보다 현저히 낮게 거래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는 상황에서 조세행정상 편하다는 이유로 상속주식을 보유한 납세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더 이상 부과해서는 안 된다.

글 정영민 법무법인 세종 조세그룹 선임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