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민 작가]캠핑,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자
캠핑은 ‘집을 떠나 텐트 생활을 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자연과 문화를 즐기는 일련의 여행 활동’이다.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화롯불 가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정다운 밤을 보내보았거나, 비 오는 날 텐트 안에 누워 타닥이는 빗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캠핑의 매력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덧 전 국민의 취미 활동으로 등극한 캠핑, 초보에서부터 나름 고수까지 보다 근사하게 캠핑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20년간 갈고 닦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보고자 한다.
[오태민 작가]캠핑,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자
레저 문화의 대세가 된 '캠핑'
우리나라의 캠핑이 레저 문화의 한 갈래로 자리매김한 것은 불과 20년이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이전에도 바닷가나 계곡 혹은 산에서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여름철 피서나 휴가를 즐기는 방식으로 국한됐다.
등산과 낚시로 점철됐던 아웃도어 문화에 캠핑이 끼어들게 된 것은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것에 기인한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펜션과 호텔 등의 숙박비용에 부담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캠핑은 신세계였다. 국공립공원과 자연휴양림에 캠핑장이 들어서고, 사설 캠핑장들이 문을 열면서 인프라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마침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캠핑 관련 카페가 생겨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캠핑 인구는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자연과 직접 맞닥뜨리고 불편함을 감내하며 즐겨야 했던 캠핑 문화는 결국, 조정기를 맞게 된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고 비용이 저렴해진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트렌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많은 수의 캠퍼들이 여행으로 옮겨 갔고 캠핑을 즐기는 방법도 세분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방대한 장비를 설치하고 캠핑장에 머물면서 음식과 모닥불을 즐기는 오토캠핑이 존재했는가 하면 배낭에 텐트와 식량을 넣고 오지를 찾아가는 백패킹과 그에 더불어 바이크캠핑, 모토캠핑, 카약캠핑 등 여러 갈래가 생겨났다.
[오태민 작가]캠핑,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자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더는 가족 캠핑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점이 캠핑 모드의 변화로 이어졌다. 아이들을 학원에 빼앗기고 그 돌봄을 위해 아내마저 캠핑장에서 사라진 후 커다란 텐트와 장비는 의미가 없어졌다. 홀로 남은 이의 열정을 이어가는 데 필요했던 것은 배낭에 넣어 다닐 수 있는 작은 캠핑 장비들, 또다시 취미를 위한 투자가 시작됐다.
코로나19는 여행과 캠핑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팬데믹은 해외로 향했던 여행의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

프로그램의 중요한 소재를 잃어버렸지만, 발 빠른 대중매체는 너나없이 캠핑을 주요 테마로 다루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가비용과 시간을 캠핑에 쏟았다. 차박과, 베란다캠핑, 루프톱캠핑 등의 새로운 테마를 포함한 캠핑은 역대급 호황기에 접어든 것이다.
여행이 회복기에 접어둔 현재도 캠핑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2~3년 확장세가 지속하리라 전망한다. 이미 캠핑은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깊게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오태민 작가]캠핑,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자
캠핑 인구 700만, 부작용도 커져
캠핑은 이로움이 많은 취미임이 틀림없다. 자연과 근접해 있으며 가족 등의 관계를 향상하고 인간의 본질 회복에 이바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고 재미있다. 하지만 캠핑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캠핑 인구는 2021년 현재 700만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급속한 확산 속도에 비해 시설은 여전히 모자란 현실이다. 수도권 캠핑장의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라 할 정도로 어려워졌으며 시설 사용료도 1박 평균 5만~ 6만 원을 넘어서게 됐다. 장비값도 많이 올라 새롭게 캠핑을 시작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또한 보여주기식 캠핑이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전기히터는 물론이고 정수기, 제빙기, 에어컨까지 등장해 캠핑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캠핑 그 자체에 매몰되다 보니 먹고 마시는 데 집중하며 실제로 자연에 있으나 자연을 보지 않는 모순적 행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차박의 일부는 공공시설이나 자연에서 비용을 내지 않고 즐기는 얌체 캠핑으로 전락했다. 농어촌의 주민 공간을 침범하고 관광지 주차장을 점거하는 등의 무분별한 행태로 인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백패킹이란 명목하에 전망 공간이나 탐방 시설 등에서의 캠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불법 취사로 인해 데크가 불에 그슬리고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간 중심의 이기적 사고는 자연과 환경에 손상을 입히며 법과 규칙이 만들어져 캠핑을 제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오태민 작가]캠핑,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자
다시 캠핑의 기본으로
베란다를 열어보면 캠핑 초기에 구매한 후 몇 번 쓰다가 그대로 처박아 둔 계륵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어떤 장비들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캠핑의 처음 덕목은 합리성이다. 합리적이면 쓸데없는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으며 캠핑지에서의 하루가 더욱 즐겁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캠핑을 아웃도어로 분류한다. 단순히 머물러 즐기는 취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과 바다, 섬 등 갈 곳은 많고 할 것도 무궁하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조금만 동반한다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캠핑을 할 수 있다. ‘숙식을 스스로 해결하고 자연과 문화를 즐기는 여행의 갈래’라는 캠핑의 정의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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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 캠핑의 종류
-오토캠핑
오토캠핑은 오토모빌(automobile)과 캠핑(camping)의 합성어. 자동차에 텐트와 취사도구를 싣고 자연 속에서 하는 캠핑을 통칭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동의 개념보다는 사이트 옆에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캠핑의 형태로 이해된다.

-미니멀캠핑
오토캠핑의 과한 장비와 번잡함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차량에 장비를 동반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간편한 장비를 사용하며 국립공원 야영장, 자연휴양림 등 비교적 다양한 장소에서의 캠핑을 추구한다.

-백패킹
배낭을 짊어지고 대중교통과 도보로 여행하는 캠핑의 한 갈래다. 작고 가벼운 장비를 사용하며 정형화된 캠핑장보다는 산과 바다 등의 오지를 선호한다. 하지만 산림법, 자연보호법 등으로 야영과 취사 행위를 제한하는 곳이 많아 불법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차박
자동차를 이용해 여행하며 차내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는 캠핑의 신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트레일러와 캠핑카 또한 차박의 범주로 이해된다. 여행에 중점을 뒀던 초기의 개념에서 벗어나 한 자리에 머물며 장비 세팅을 확장하는 형태로 변모하는 추세다.

-글램핑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을 어원으로 한다. 화려한 캠핑으로 직역되지만,
텐트를 포함한 모든 장비가 설치된 곳에서 즐기는 캠핑을 통칭한다. 펜션이나 호텔급 편의시설을 갖춘 곳까지 등장하고 있다.

글. 사진 오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