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로젠버거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총지배인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의 여파로 활력을 잃었던 한국 관광 산업에도 부활의 씨앗이 움트는 중이다. 본격적인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시대를 맞아 럭셔리 호텔 업계도 재도약의 활로를 찾는 시점이다. 실비오 로젠버거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총지배인과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기의 비즈니스 전략을 들어봤다.“한국 시장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숨겨진 보석이다. 앞으로 한국을 생각할 때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을 함께 떠올릴 수 있도록 국내 시장의 상징적인 앰버서더(ambassador)가 되고 싶다.”
지난 7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 새롭게 합류한 실비오 로젠버거 총지배인의 포부는 결코 작지 않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최고의 럭셔리 호텔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남긴 “달성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발언을 빗대, 최고의 자리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럭셔리 호텔과 일반 호텔의 차이는 서비스의 디테일한 부분을 얼마나 잘 살리는지에 달렸다”며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결국은 아시아에서 서울을 떠올릴 때 우리 호텔을 함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엄혹했던 팬데믹 시대를 뒤로한 채 엔데믹을 맞이하는 시기인 만큼, 달라진 비즈니스 전략으로 국내 호텔 업계를 발빠르게 선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로젠버거 총지배인과의 일문일답. 이번 취임으로 인해 한국과는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호텔 업계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점을 크게 느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만 봐도 내부 직원들이 서로를 대할 때나 고객과 마주할 때 늘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서비스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느꼈다.”
취임 후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했나.
“서비스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그룹 창립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직원부터 잘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면 그만큼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호텔의 평판이 더 좋아진다. 따라서 직원들이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아울러 팬데믹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해하는 고객들이 많다. 이에 따라 보건과 위생을 포함한 ‘안전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엔데믹 시대를 맞았다. 호텔 업계도 변화를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호텔 비즈니스가 성장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앞으로도 상승 궤도를 이어가기를 고대하는 상황이다. 점점 국경도 열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비즈니스 방문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국내 고객 또한 우리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고객층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국내 여행과 호캉스를 즐기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호텔을 찾는 고객군에 어느 정도 변화는 있겠지만, 국내 고객의 수요 또한 이어지면서 내수 고객층이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엔데믹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은.
“팬데믹 시기에 외국인 고객이 투숙하는 호텔 비즈니스가 위축됐던 게 사실이다. 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호텔에서 진행하는 대면 행사가 적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온라인 트렌드 자체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시아 지역은 얼굴을 대면하는 미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대면 비즈니스 수요가 어느 정도는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따라서 대면 시대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호텔 업계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고객 유치 전략을 바꿔 움직이고 있다. 과거 팬데믹 시기에는 온라인을 타깃으로 하는 영업 활동을 주로 했다. 하이브리드 미팅이나 온라인 판매 채널에 좀 더 집중한 측면이 있었으나 지금은 고객의 얼굴을 실제로 뵙는 방향으로 영업 활동을 강화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호텔 업계를 떠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인력난이 심해졌다고 들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상황은 어떤가.
“전 세계적으로 호텔 업계가 인력난을 겪고 있다. 팬데믹 이후에 호텔에서 근무하던 많은 분들이 이 산업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 호텔은 상황이 좀 낫다고 판단한다. 메리어트의 핵심 철학 중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 팬데믹 기간에도 직원들이 느끼게 될 직업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직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안심시키려고 노력했다. 팬데믹 기간 내 인위적인 인력 조정은 전혀 없었다. 지금도 20년 넘게 장기 근속한 직원이 상당히 많다. 항상 직원에게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오너사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글로벌 관광 산업의 관점에서 한국의 시장성을 평가한다면.
“한국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숨겨진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과 같이 관광업을 주로 하는 국가들은 이미 그 나라만의 특정한 슬로건을 갖고 있다. 한국의 경우 관광지로서 많은 것을 갖고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숨은 보석’과 같은 지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취임 전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정보는 K-팝과 하이테크, 자동차, 음식, 국제 페어 등이다. 이런 요소를 활용하면 더 좋은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공항, 고속철도(KTX), 고속버스터미널 등 교통 인프라가 잘 돼 있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이나 업무상 출장을 오는 분들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
한국 특유의 자연 환경도 장점이다. ‘한강’이 대표적인 사례다. 취임 전 서울에 대해 찾아봤을 때는 한강에서 어떤 것을 즐길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서울에 도착해 직접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며 경치를 느껴보니, 자연 환경을 살린 인프라가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정부 또한 인프라 발전을 위해 협조적이라고 느꼈는데, 이 부분도 한국만의 강점이다.
메리어트 호텔 그룹 차원에서도 한국은 굉장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조만간 제주도에도 JW 메리어트 호텔을 오픈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수의 호텔이 계속해서 한국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많은 특급 호텔 가운데서도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선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좋지만, 백화점과 호텔이 연결돼 있어 비즈니스와 관광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한 투숙객에게 ‘웰빙’의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꼽을 수 있다. 호텔 7층 정원에서 자연을 느끼며 쉬기 위해 방문하는 분들이 적지 않고, 호텔에서 몇 발자국만 나가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 특급 호텔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피트니스 클럽을 보유한 것도 우리 호텔의 차별점이다.”
취임 당시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 최고의 특급 호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나.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했던 이야기 중에 ‘달성하기 전까지는 모든 게 불가능해 보인다’는 내용이 있다. 당장 앞에 놓인 장애물을 보는 것보다는 결승점을 바라보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달려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텔 측은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서비스할 수 있는 마인드셋과 팀워크를 만들어주기 위한 서포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국 럭셔리 호텔과 일반 호텔의 차이는 서비스의 디테일한 부분을 얼마나 잘 살리는지에 달렸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며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결국은 아시아에서 서울을 떠올릴 때 JW 메리어트 호텔을 함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앞서 언급했듯 한국 시장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숨겨진 보석이다. 그만큼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분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을 때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상징성을 가진 앰버서더가 됐으면 한다.”
실비오 로젠버거 총지배인은…
독일 출신으로 20여 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호텔리어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크에서 재무관리자로서 본격적인 호텔 커리어를 시작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중국 내 오픈한 다양한 규모의 메리어트 호텔들의 인수위원회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으며, 메리어트 동중국 기업 협의회(Marriott East China Business Council) 의장을 맡았다. 올해 7월 1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취임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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