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할 따름, 그래서 20년의 캠핑 경험과 최근의 정보를 모아 슬기로운 장비 구매법을 소개해보기로 했다. 그에 앞서 스스로가 단단히 챙겨야 할 키워드는 ‘가족 환경’과 ‘취향’이라는 것, 꼭, 꼭 명심하자. 2006~2010년은 우리나라에 첫 번째 캠핑 붐이 일었던 시기다. 당시 캠퍼들의 명분은 여행 경비의 절감이었다. 텐트에서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비싼 호텔이나 펜션을 안 가도 되고 사 먹는 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경험치가 쌓이며 눈이 높아지자 현재의 장비가 마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새 장비를 사들이고,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면서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소위 캠핑 고수들에게조차 흔한 이야기다.
캠핑은 결코 저렴한 취미가 아니다.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장비도 너무도 많다. 게다가 요즘 캠핑비는 일평균 5만~6만 원을 넘나든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 캠핑 장비도
첫 구매가 매우 중요하다. 캠핑 장비는 크게 ‘머물기 위한 장비’와 ‘먹기 위한 장비’로 구분된다. 머물기 위한 장비에는 텐트, 타프, 테이블, 체어, 매트리스, 침낭, 렌턴 등이 있고 먹기 위한 장비에는 버너, 코펠을 포함한 식기류가 포함된다. 가족 환경과 취향이 중요해
장비 구매에 앞서 돌아봐야 할 것은 '집 밖에 나가 잠을 잘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이다. 캠핑은 자연 위에서의 활동이다. 아무리 좋은 장비로 무장해도 집처럼 안락하지는 않다. 낭만의 이면에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떠날 용기는 캠핑하는 데 기본으로 갖춰야 할 덕목이다.
가족 중에는 특히 아내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평생 취미를 함께할 사람이니 당연히 생각이 닮아야 하고 내키지 않아 한다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취학 전이나 초등학교 자녀들에게 캠핑은 교육적으로 매우 좋다. 거침없이 뛰놀며 관계와 배려심을 배우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중학교로 진학한 이후에는 가족이 함께 캠핑할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 많은 캠퍼가 이 무렵 캠핑을 그만둔다. Tip
캠핑하고 싶다면 가족으로 핑계 삼지 말자. 경험을 쌓아 가며 스스로 재미를 찾고 가족과 함께 나누는 방식이 좋다. 아이들과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오래도록 함께할 사람은 바로 아내다. 아이들이 따라다니지 않으니 아내가 캠핑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곱씹어보자. 캠핑, 어떤 모드로 시작할까
캠핑은 크게 오토캠핑, 미니멀캠핑, 백패킹, 차박으로 나뉜다. 물론 장비를 대여해 쓰는 글램핑도 있지만 캠핑입문학에 대한 이야기니만큼 이 글에서는 제외하기로 한다.
오토캠핑과 차박은 본디 같은 개념이다. 차량을 이용한 캠핑으로 캠핑카, 트레일러 등이 이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달리 이해되고 있다. 오토캠핑은 커다란 텐트에 살림살이에 버금가는 장비를 갖춘 캠핑을 통칭한다. 이동할 때 반드시 차량을 이용한다는 특징 때문에 그렇게 불러온 것이다. 주로 캠핑장을 이용하며 가족 단위 캠핑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미니멀캠핑은 오토캠핑에 비해 비교적 작고 적은 장비를 사용한다. 보통은 오토캠핑에서 아이들의 진학 등으로 인해 미니멀캠핑으로 옮겨 가는 경우가 많지만, 처음부터 단출하게 시작하는 입문자들도 있다. 주로 휴양림 등 작은 공간의 캠핑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캠핑장에 머무는 대신, 지역을 둘러보는 등 여행의 개념을 접목하기도 한다.
백패킹은 캠핑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배낭에 넣고 이동하는 형태다.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 산을 오르거나 배를 타고 섬으로 가며 오지의 터프함을 즐긴다. 가족 단위보다는 주로 개인으로 움직인다. Tip
자녀들이 어린 4인 가족의 경우라면 일단 오토캠핑을 추천한다. 안락한 집을 떠나 불편한 자연으로 접근하는 과정에는 완만한 경계가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편리한 장비를 동반한 오토캠핑이 적당하다. 너른 공간은 가족의 안전에 유익하며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캠핑장에서의 경험은 향후 또 다른 캠핑 모드로의 변화에도 자신감을 준다. 신혼이나 오히려 중년 이상의 부부라면 미니멀캠핑으로 시작해도 좋다. 오토캠핑에 비해 활동의 폭이 넓고 향후 배낭여행이나 백패킹으로의 진화 또한 꿈꿔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어울리는 장비
1. 텐트 캠핑은 자연에서 집을 짓고 생활하는 조금은 거친 취미다. 자연의 집은 텐트가 담당한다. 텐트는 크게 가족용과 개인용으로 구분된다. 가족용은 말 그대로 가족이 함께 잠을 자고 생활할 수 있는 텐트다. 요즘은 하나의 텐트에 잠자리, 식사 공간을 나눠 쓸 수 있는 거실형 텐트가 일반적이다. 거실형 텐트는 바닥이 없다.
그 때문에 잠자리 공간은 별도의 이너텐트(바닥이 있는 잠자리 전용 텐트로 폴이 없음)를 걸어 사용한다. 텐트의 남은 공간은 자연 거실이 된다. 신발을 신은 채 활동할 수 있으며 테이블과 체어, 취사도구를 세팅해서 식사하고 가족과 함께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거실형 텐트는 대략 길이 5~6m, 폭 3~4m로 매우 크다.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설치하는 데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거실형 텐트는 오토캠핑에 적합하다.
개인용 텐트는 인원수에 해당하는 명칭이 붙어 있다. 이를테면 1인용, 2인용 이런 식이다. 모양에 따라 돔형 텐트, 터널형 텐트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잠자리 공간과 작은 전실을 포함한다. 백패킹을 위한 알파인 텐트는 압도적으로 가볍고 설치하고 해체하기가 매우 쉽다. 2. 셸터
텐트의 또 다른 종류다. 거실형 텐트가 투룸이라면 셸터는 원룸의 형태다. 과거 일본 스노피크사에서 개발한 리빙셸을 상징적 모델로 하며 바닥이 없고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내부 공간이 크다. 셸터 내에는 일반적으로 테이블과 체어 등을 세팅하고 간이침대를 설치해 잠자리를 꾸민다.
최근에는 면 재질의 티피텐트(인디언텐트)가 인기다. 일단 모양이 예쁘고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니멀캠핑이나 백패킹에 어울리는 작고 가벼운 셸터들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3. 타프
타프는 비와 자외선을 막아주는 일종의 천막이다. 그늘이 필요한 여름에 특히 많이 사용한다.
대부분 2개의 폴로 지탱하고 스트링을 당겨 팩으로 고정하게 되는데 공간 활용이 좋은 사각타프와 날렵하고 모양이 예쁜 헥사타프로 나뉜다.
Tip
오토캠핑에서 거실형 텐트 한 동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하지만 감성과 미래를 지향하고 계절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잠자리, 거실, 외부를 각각 나눠보기면 어떨까. 즉, 개인용 텐트, 셸터, 타프를 별도로 구매, 따로 또 같이 사용해보기를 제안해본다. 겨울에는 셸터만으로, 여름에는 셸터에 타프를 추가하면 더할 나위 없다.
사설 캠핑장에 갈 때면 3가지 모두를 세팅하고, 휴양림이나 국립공원 야영장에서는 개인용 텐트만으로도 간소한 캠핑을 즐겨보는 거다. 나의 취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면 더욱 그렇다.
글· 사진 오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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