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슈퍼 앱이 몰려 온다
우리가 생활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를 꼽으라면 단연 스마트폰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이제 스마트폰은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이다. 폰 안에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한다. 금융, 소비, 정보 수집, 엔터테인먼트 등 우리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도구로 앱이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분야별로 기능화된 앱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되고 있다. 이를 일컬어 ‘슈퍼 앱’이라 부른다.

슈퍼 앱은 하나의 앱에서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혼합해 구동시키는 방식이다. 결제를 포함한 다양한 생활금융서비스를 탑재해 고객 접점을 늘리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슈퍼 앱 모델은 중국에서 시작됐다. 알리페이, 위챗 등이 대표적이다.

핀테크 기업은 고객 생활과 밀접한 각종 생활 서비스를 탑재하며 고객 유입을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 앱 하나로 식당 예약이나 택시 호출,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융합시켜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슈퍼 앱에서 고객 니즈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굴비 엮듯이 엮어 제공하는 시대가 왔다. 마이데이터와도 관련이 깊다,

금융사가 식당 예약, 유통사가 디지털 자산 수탁

미국 페이팔과 영국 레볼루트는 고객이 다른 경쟁 업체 앱으로 이탈하지 않고 자사 앱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결제를 포함한 다양한 생활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슈퍼 앱 고도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식당 예약 서비스 기업인 ‘레시(Resy)’를 인수하고, JP모건이 식당 리뷰 기업인 ‘인패추에이션(Infatuation)’을 흡수하는 등 글로벌 금융기관까지 다양한 이업종의 서비스를 자사 앱에 연계하고 있다.

우선 페이팔 사례를 보자. 이 기업은 자사 앱 내 예금계좌와 쇼핑, 요금 지불, 리워드, 소액후불결제(BNPL), 암호화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했다. 경제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슈퍼 앱을 만든 것이다. 쇼핑, 금융 부문 기능 확충을 위해 가격 비교·리워드 전문 기업 ‘허니(Honey)’, 암호화폐 수탁 기업 ‘커브(Curv)’, 환불·분쟁 전문 기업 ‘차지하운드(Chargehound)’ 등 다양한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영국 ‘클라나(Klarna)’도 결제를 포함한 고객 쇼핑 경험을 지원하는 슈퍼 앱 고도화에 한창이다. 소포트(sofort·독일), 빌페이(BillPay·독일), 숍코(ShopCo·미국) 등을 인수, 서비스 국가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뒤이어 애널라이즈드(Analyzed·이스라엘), 머니무어(Moneymour·이탈리아), 히어로(Hero·영국), 톱룩스(Toplooks·미국) 등 기업 인수를 통한 종합 쇼핑 플랫폼으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23년 슈퍼 앱이 몰려 온다
고객 이탈 방지 위한 리워드 전략 부각

슈퍼 앱을 통해 고객 유입을 극대화했다면 가두리 형태처럼 이들 고객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한 대안으로 차세대 리워드 전략이 등장한다.

슈퍼 앱의 확대로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면서 신규 고객 유치와 기존 고객 이탈 방지에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리워드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MDPI에 따르면 기업은 리워드 프로그램 운영으로 신규 고객 확보 및 고객 로열티 제고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부수 업무에 활용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제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리워드 부문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 고객과의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고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위치 정보 전달을 위한 신호 전송 관련 기술인 비콘을 활용, 가맹점을 방문한 고객에게 맞춤형 할인 정보나 리워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서는 결제 인프라 발달, 디지털 기술 진보, 개방형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 여건 조성으로 실시한 계좌 간(A2A) 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2A, BNPL 등 다양한 디지털 결제 방식이 등장하면서 결제에 따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에도 데이터에 기반한 개인화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결제 데이터는 고객을 이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유용한 자료로 쓰인다. 빅데이터 축적을 통해 고객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개인화 리워드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지난해 개인화를 구현하기 위한 엔진 ‘오르케스타(Orchesta)’를 구축하고 리워드 마케팅을 포함한 카드회원과의 실시간 상호작용 환경을 구축했다. 마스터카드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 카드 리워드에 관한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마스터카드 베네핏 앱(Mastercard Benefits App)’을 선보였다. 비자카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차세대 리워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로열티 기술 업체 아센다(Ascenda)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슈퍼 앱, 금융 격차 해소에 일조

슈퍼 앱의 등장은 국가별 또는 금융 서비스 분야별 디지털 접근성 확대를 통한 금융 격차 해소에 일조한다. 다시 말해 금융 포용성 증대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 결제 인프라가 미비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금융 접근성 개선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 도모, 보조금 집행 효율성과 투명성 제고에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언뱅크드 유입 효과다.

언뱅크드는 금융계좌를 보유하지 않아 금융 서비스 이용 경험이 없는 집단을 지칭한다. 언뱅크드와 종종 함께 언급되는 언더뱅크드는 상대적으로 금융 서비스 이용이 제한적인 집단을 의미한다.

일례로, 케냐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엠페사(M-Pesa) 이용 확산으로 2007년 80%에 이르는 현금 결제 비중이 2017년에는 전체 시장의 80%가 전자 결제로 전환되는 효과를 누렸다. 디지털금융 확산은 오는 2025년까지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을 6%가량 개선시킬 수 있으며 9500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들은 범국가적 차원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구축, 이를 기반으로 한 언뱅크드 그룹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지원금·보조금 지급 및 이용에 있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계기로 작용하며 G2P(Government-to-Person) 결제 부문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개선을 촉진하는 효과를 누렸다.

콜롬비아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한 ‘연대지원금(Ingreso Solidario)’ 정책을 시행했다. 2500만여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지급할 수 있었다. 결제·대출 부문에서 빅데이터 활용 및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기반의 잠재적 고객(신파일러 등) 선별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고도화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중심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하면서 글로벌 결제 시장에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목할 만한 주요한 트렌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 구독경제 등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인해 일상 소비 생활과 소매·유통 산업 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디지털 중심의 소비패턴 변화와 디지털 상거래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소매·유통 업체를 중심으로 결제 부문을 사업 경쟁력 제고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 아마존 저스트 워크 아웃, 우버 인스턴트 페이 등 혁신 결제 서비스 도입 노력이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결국 슈퍼 앱 모델의 부상으로 이 같은 새로운 디지털 고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