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IREMENT INSTITUTE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한경 머니 기고 =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은퇴 후 삶에 자신 있나요?”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이렇게 물어온다면 당신의 대답은 무엇일까. 잠시 머뭇거림도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반대로 대답을 주저하거나 망설이고 있다면 당신의 자신감을 저해하는 요인을 무엇인가. 그리고 떨어진 자신감을 다시 고취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EBRI(Employment Benefit Research Institute)에서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은퇴 자신감 조사(Retirement Confidence Survey)’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EBRI는 미국 노동부에 퇴직연금과 근로자 복지에 대한 자문을 하고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서 처음으로 은퇴 자신감 조사를 실시했다.

2022년 9월 처음으로 4050세대 직장인 2000명으로 대상으로 ‘은퇴 자신감’ 서베이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과 수도권, 6대 광역시와 세종시에 거주하는 1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가 대상이다. 서베이 결과 “은퇴 후 삶에 얼마나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0점 만점에 평균 5.2점의 자신감을 보였다. 평균 점수만 보면 은퇴 후 삶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하다고 할 수도 없고,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하기도 어렵다.

평균 점수만으로는 설문 참여자의 다양한 특성을 모두 파악할 수 없어서 분포를 살폈다. 은퇴 자신감 점수를 기준으로 서베이 참여자를 하위, 중위, 상위의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은퇴 자신감 점수가 0~4점인 직장인은 하위 그룹, 5~6점이면 중위 그룹, 7~10점이면 상위 그룹으로 분류했는데, 하위 그룹은 30%, 중위 그룹은 40%, 상위 그룹은 30%를 차지했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자산과 소득이 많으면 은퇴 자신감이 높아질까
4050세대 직장인의 은퇴 자신감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재무적 요인부터 분석해봤다. 누구나 돈이 많으면 은퇴 후 삶에 대한 자신감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말 그럴까. 돈과 은퇴 자신감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서베이 응답자가 답한 은퇴 자신감 점수와 자산과의 관계를 보면, 둘 사이에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베이 참여자의 가계순자산은 6억6000만 원이데, 자신감 점수가 5점 이하라고 답한 사람들은 평균보다 적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룹별로 보면, 은퇴 자신감이 낮은 하위 그룹의 가계순자산은 평균 4억3000만 원인 데 반해, 중위 그룹은 6억2000만 원, 상위 그룹은 9억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자산만큼 소득도 은퇴 자신감에 영향을 미칠까. 서베이 참여자 가계의 월평균소득은 665만 원인데, 은퇴 자신감 점수가 5점 이하라고 응답한 사람의 가계소득은 이보다 적었다. 은퇴 자신감 그룹별로 비교해보면, 하위 그룹은 근로소득으로 월평균 570만 원을 버는 데 반해, 중위 그룹은 674만 원, 상위 그룹은 749만 원을 벌고 있었다. 따라서 근로소득과 은퇴 자신감 사이에도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자산만큼 그 상관관계가 또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은퇴자들은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서 가장 아쉬운 것이 매달 따박따박 받던 월급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은퇴 이후 사라진 월급을 대신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연금이다. 그렇다면 연금을 많이 준비해 둔 사람이 은퇴 자신감도 높지 않을까. 그래서 은퇴 자신감과 연금소득과의 관계를 살폈다. 그랬더니 근로소득과 마찬가지로 연금소득 역시 은퇴 자신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국민연금부터 살펴보자. 서베이 참여자 중 53%는 노후생활 기간 동안 주 소득원으로 국민연금을 꼽았다. 그리고 국민연금 예상수령액이 많을수록 은퇴 자신감 점수도 높게 나타났다. 그룹별로 국민연금 예상수령액을 비교해봤더니, 은퇴 자신감 점수가 낮은 하위 그룹은 월평균 139만 원, 중위 그룹은 161만 원, 상위 그룹은 167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노후 소득원이 다양할수록 은퇴 자신감도 높았다. 서베이 참여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서 평균 4.5개의 노후소득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은퇴 자신감이 높은 상위 그룹은 평균 5개의 소득원을 갖고 있었다. 반면 중위 그룹은 4.5개, 하위 그룹은 3.8개의 소득원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노후소득원을 다각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연금 이외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전체 설문 참여자 중에서 퇴직연금을 보유한 근로자는 76%였는데, 하위 그룹은 67%, 중위 그룹은 79%, 상위 그룹은 81%가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연금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전체 설문 참여자의 개인연금 보유 비중은 64%였는데, 하위 그룹은 50%, 중위 그룹은 68%, 상위 그룹은 74%가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은퇴 자신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비재무적인 요소들이 은퇴 자신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자산, 소득과 같은 재무적 요인만 은퇴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비재무적 요소 중에서 은퇴 자신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서베이 결과 건강, 특히 본인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은퇴 자신감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 3일만 아프다가 죽기’를 희망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이다. 건강과 관련해서 가장 우려가 되는 질병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치매와 뇌혈관 질환이라고 답한 사람이 40.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심혈관 질환(29.1%)과 암(26.7%)이 뒤를 이었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높을수록 은퇴 자신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전반적으로 건강해서 앞으로 지출할 의료비 부담이 낮을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응답자 중 49%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은퇴 자신감이 높은 상위 그룹은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70%가 “그렇다”고 답해서 이에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중위 그룹은 45%, 하위 그룹은 30%만 “그렇다”고 답해서 건강 악화와 치료비 부담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외에 가족과 주변과의 원만한 관계, 취미와 여가 등 정서적 요인도 은퇴 자신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주변 사람과 관계가 좋을수록, 노후에 즐길 수 있는 취미와 여가활동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은퇴 자신감이 높게 나타났다.

먼저 가족관계가 은퇴 자신감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가정이 화목하고 가족과 주변에서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응답자의 6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를 그룹별로 분석해보면 은퇴 자신감이 낮은 하위 그룹은 43%, 중위 그룹은 71%, 상위 그룹은 88%가 “그렇다”고 답했다. 가족관계가 원만하면 할수록 은퇴 자신감도 높게 나타난 셈이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취미와 여가 활동도 은퇴 자신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즐길 만한 일이 있고, 은퇴 후 삶이 재미있을 것 같으냐”는 물었더니, 은퇴 자신감이 낮은 그룹은 27%만 “그렇다”고 답한 반면, 중간 그룹은 55%, 높은 그룹은 83%가 “그렇다”고 답했다.

은퇴 자신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의사가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려면 병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은퇴 자신감을 끌어올리려면 이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서베이에 참여한 4050세대 직장인에게 “은퇴 후 삶에 대한 자신감을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1위는 ‘본인 건강 우려’가 차지했다. 응답자 중 37.3%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은퇴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눈여겨봐야 것은 은퇴 자신감이 높은 그룹이다. 이들 중 44.7%가 ‘본인 건강 우려’ 때문에 은퇴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은퇴 자신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두 번째로 많이 지목한 것도 ‘노년의 외로움(15.9%)’과 같은 정서적 요인이다. 반면 ‘은퇴 자산 부족’을 지목한 이들은 12.1%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은퇴 자신감이 높은 그룹에서는 재무적 요소보다는 정서적 요소가, 돈보다는 건강이 은퇴 자신감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원인을 알았다면, 처방을 할 차례다. 먼저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은퇴 자신감을 회복하려면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까. 건강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돈 문제로 귀결될 때가 많다. 노후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병치레 비용을 감당하려면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험에 가입해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해 두면 은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보험에 가입하면 노후에 재정적 위험에 처할 걱정을 덜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42.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와 같이 보험에 긍정인 태도를 보인 이들의 은퇴 자신감 점수는 평균 6.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평균(5.2점)보다도 1점이 높고, 보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이들(평균 4.5점)과 비교하면 1.7점이나 높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건강에 자신 있는 사람들도 같은 반응이 보였다는 점이다. “자신은 건강해서 노후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들 중에서 보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이들의 은퇴 자신감 점수는 평균 6.4점으로, 보험에 부정적인 이들(평균 5.0점)보다 높았다.

보험이 은퇴 자신감을 높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퇴 이후 나이가 들어갈수록 보유한 자산과 소득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질병과 사고로 인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치료비와 의료비 부담은 늘어나게 돼 있다. 보험을 가지고 있으면 이 같은 불일치를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질병과 사고는 발생 시기와 확률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보험이 있으면 필요한 때 언제든 치료비와 간병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은퇴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본인 건강 우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21.8%)이 지목한 것은 ‘은퇴 자산 부족’이다. 특히 은퇴 자신감이 낮은 그룹에서는 ‘은퇴 자산 부족(29.9%)’을 지목한 이들이 ‘본인 건강 우려(28.2%)’를 지목한 이들보다 많았다. 그래서일까. “은퇴 자신감을 높이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하위 그룹에 속한 이들은 일자리와 직업교육(18.6%), 내 집 마련(15.0%), 은퇴자 자산관리 서비스(12.9%)와 같은 재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은퇴 자신감을 저해하는 요소로 3위를 차지한 것이 ‘노년의 외로움(12.4%)’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가족 또는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관계 부족으로 인해 은퇴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답한 것이다. 이 같은 답변은 은퇴 자신감이 낮은 그룹보다는 높은 그룹에서 많이 나왔다. 은퇴 자신감 상위 그룹에서는 은퇴 자신감 저해 요인으로 ‘노년의 외로움’을 꼽은 사람이 15.9%로, ‘은퇴 자산 부족’을 선택한 사람(12.1%)보다 많았다.
은퇴 후 자신감 높이려면 ‘이것’부터 바꿔라
노년의 외로움은 ‘빈둥지증후군’과도 무관하지 않다. 빈둥지증후군이란 자녀가 독립했을 때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말한다. 통계청의 ‘장래 가계 추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34.9%이고 부부 가구가 34.7%라고 한다. 65세 이상 가구 중 70%가 자녀와 떨어져 혼자 또는 부부 둘이서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상위 그룹에서는 노년의 외로움을 줄이고 은퇴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만한 가족관 계(20.1%)’와 ‘커뮤니티 활성화(9.5%)’가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다. 자녀와 함께 가까운 거리에 모여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로 간의 프라이버시는 지키면서,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주거공간을 함께 쓰는 새로운 주거 형태인 컬렉티브하우스와 코하우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에 데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하면 삶의 무대가 회사에서 지역사회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