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

[special]이현철 소장 “본격 장기 하락장…규제 풀어도 반등 어려워”
주택 시장이 한창 고점을 향해 달려가던 2021년. 조만간 하락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흐름을 감지하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던 부동산 전문가가 있다. 바로 아파트사이클연구소의 이현철 소장이다. 이 소장은 분양 현장에서 수천 명의 실수요자를 만나며 부동산 하락기의 고통을 피부로 느껴 온 인물이다. 그는 ‘장기 우상향’에 대한 과도한 희망에 젖어 하락기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의 질주를 뒤로한 채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하락기가 3년 정도만 지나도 하우스 푸어가 나올 겁니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오히려 ‘벼락거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하락론으로 주목받은 이 소장이지만, “무조건 폭락”을 외치는 하락론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8~2019년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주택 시장 폭등론을 내놨고, 그의 전망은 시장의 흐름을 적중한 바 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1월 5일, 이 소장을 직접 만났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방향으로 쏠리기 시작한 대중의 심리다. 지금은 급속도로 집값이 떨어지는 하락장이다. 예전이라면 정부가 규제를 많이 풀어줬을 때 엄청난 집값 상승 효과가 생겼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 가장 좋은 상황은 집값이 크게 오르지도, 더 많이 떨어지지도 않는 상태에서 머무는 것이다. 최근까지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이런 시장 상황을 어느 정도 의도했다고 본다. 규제 완화로 거래량은 좀 늘 수 있겠지만, 상승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은 2027~2028년까지 장기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그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전망에 변화는 없다. 과거 상승장 분위기를 생각해보라.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규제책을 거듭 내놨지만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만큼 대중 심리가 모이면 힘이 엄청나게 세진다. 앞으로 하락장이 이어지는 동안 우리나라 사람의 대부분은 집을 안 살 것이다. 그런데 ‘왜 안 사는가’를 잘 알아야 한다. 주택은 필수품인데, 하락기라고 해서 왜 안 살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아주 특별한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전세’다.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로 주택을 빌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유리한 선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로 목돈을 묶어놓는 것은 부동산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특히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투자 부흥기를 거치며 그런 인식이 많아졌다.
“그 전략은 집값이 반드시 오른다고 생각할 때 쓸 수 있는 전략이다. 물론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부동산 상승기에 집값이 올라가는 정도가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하락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제부터는 전세로 사는 쪽이 월등히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점점 알아 가는 시기다. 사람들은 이제 주거 문제를 해결할 때 굳이 매매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부동산 폭등기의 학습 효과로 인해 사람들의 선택 양상이 과거와는 다를 가능성은 없는가.
“부동산 시장에서 대중의 행동 패턴은 달라질 수 없다. 과거 폭등장을 거친 후 하락기를 맞았던 2008년 이후 상황도 지금과 똑같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로 스스로를 조롱하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처럼, 과거에도 상승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조롱받았다. 앞으로 일부 수요자들이 급한 마음에 집을 살 수는 있겠지만 그다음 시장을 이어줄 사람이 있어야 집값이 올라가는 것 아니겠나. 10만 원에 샀다면 11만 원에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구하기가 당분간 쉽지 않아질 것이다.”

‘부동산은 장기적 우상향’, ‘실거주자라면 주택 매수는 필수’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 젊은 분들은 상승장만 겪었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하락기가 3년 정도 지나면 하우스 푸어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오히려 ‘벼락거지’가 된다. 10억 원짜리 집을 5억 원 대출받아 샀다고 가정해보자. 1년 이자를 3%로 잡아도 매년 1500만 원씩 이자가 나간다. 그럼 4년 동안 그 집에 살았다고 계산했을 때 6000만 원이 날아가는 셈이 된다. 여기에다가 집을 사면서 필수적으로 내야 하는 취득세, 재산세를 더하면 손실은 더 커진다. 무조건 집을 가진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된다. 그 과정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상당한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 혹은 집값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기에 일찍 샀던 사람이다.”
[special]이현철 소장 “본격 장기 하락장…규제 풀어도 반등 어려워”
그렇다면 집을 매수해도 되는 시기는 언제인가.
“전세가의 흐름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부동산 하락기에는 전세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전세 가격이 올라간다. 향후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80% 선에 이르는 시점이 되면 전세가가 매매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때부터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린다는 뜻이다. 전세 수요가 높아진 이유는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점이 집값을 올리는 동력이 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시점을 5년 뒤로 보고 있다. 전세 가격 상승으로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는 흐름을 충분히 확인한 뒤에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집을 팔면 좋은 시기도 알 수 있나. 이른바 ‘고점’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는지.
“고점은 알기가 어렵다. 고점은 폭등장을 겪어야 알 수 있는데, 폭등을 정확한 수치로 제시하기 힘들다. 과거에 상승했던 패턴을 참고는 할 수 있다. 과거 상승장에는 저점 대비 3배 정도 오른 시점이 고점이었다. 사실 집을 판 사람의 99%는 자신의 매도 결정을 후회하는 기간을 무조건 겪는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을 4만 원에 샀다면, 언제 팔았을 때 가장 만족할까. 최고점인 9만6000원에 팔았던 사람만 만족하게 돼 있다. 9만 원에 팔았던 사람이라고 해도, 주가가 9만6000원까지 오르는 과정을 지켜보며 후회할 수밖에 없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그때 잘 팔았던 거구나’라고 판단하게 된다. 매도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매도에 대해서는 조언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낮은 지금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지금 책정된 아파트 분양가가 앞으로 똑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 오히려 지금은 구축을 매수하는 것보다 청약을 하는 게 더 위험하다. 입주할 때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인해 낭패를 보는 경우를 무수히 봤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계약금 10%에 해당하는 5000만 원만 치르면 되지만, 입주 시까지 중도금 3억 원(60%)과 잔금 1억5000만 원(30%)을 순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본인 자금으로 전액을 완납하기 어려우니 대출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파트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져 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아파트 전체 가격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면 대출금도 그만큼 줄어든다. 최초에 세웠던 자금 마련 계획이 모두 틀어져 버리는 거다. 갑자기 현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데, 어디서 돈을 구해오겠나. 분양권을 갖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체로 패닉에 빠져 버린다. 한두 사람만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파트 단지 1000세대에 입주하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입장이 된다. 그때부터 아파트 분양권을 누구보다 빨리 팔기 위해 던져 버리는 사태가 벌어진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아파트 시장에서 생겨날 수 있다.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최근 미분양 이슈가 커지고 있는데. 추후 할인 분양을 하는 아파트를 기다렸다가 매수하는 것도 가능할까.
“할인하는 아파트는 분양받으면 안 된다. 만약 최초 분양가가 15억 원이었다면 건설사가 그 가격을 책정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14억 원으로 내려갔다고 해서, 건설사가 판단하는 신축 아파트 분양 적정가(15억 원)가 변하지는 않는다. 할인 분양을 그렇게 쉽게 하지는 못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지금 미분양이 생겼다고 해도, 그 아파트를 할인하는 시점은 앞으로 6~7년 뒤다. 그때까지도 팔리지 않았을 때 할인이라는 수단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안 팔린 아파트는 이미 시장에서 ‘안 좋은 물건’이라는 인식을 모두가 갖게 된다. 그런 물건은 상승기에도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이 고점일 때 패닉바잉을 했던 분들은 고금리에 하락장이 겹친 지금이 매우 힘든 시기일 것 같다. 조언 한마디 해준다면.
“패닉바잉을 했던 분들은 지금 대응하기엔 많이 늦었다. 어쩔 수 없는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앞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중간에 반등하는 구간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 매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다만 이미 2021년 고점 대비 집값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반등 구간이 오더라도 높은 가격에 팔기는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실 가장 좋은 매도 타이밍은 알다시피 2021년이었다. 당시 상승장에서 매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논리적 모순처럼 들렸을 것이다. ‘더 오를 건데 왜 팔아’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대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의 매도 타이밍이 주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부동산은 상승장에서 대량 거래가 일어나는 시점이 온다. 그때는 매도가 굉장히 쉽지만 특정 시점을 넘어가면 거래량이 확 줄어든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팔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매도 시점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내가 매도하고 나면 반드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다’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매도하라고 한다. 결국은 본인이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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