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금리 인상 눌러 막지만 부실 뇌관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직격탄이 부동산 시장 경색으로 나타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와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인한 건설사 및 제2금융권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더해 금융권을 압박해 시장금리 인하를 유도하며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로 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과감한 대출 규제 완화 정책으로 코픽스를 비롯, 시장금리가 내리며 대출 금리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크지 않다.

시장은 여전히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인상에 방점을 찍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고금리 기조를 더 길게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하향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대출 부실화와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 동결기조를 유지할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가 커지게 되면서 외국인 자본의 자금 이탈이 커지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의 환율 불안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Special] 금리 인상 눌러 막지만 부실 뇌관은
미분양·부동산 PF’ 리스크 확대…금융 규제 완화 효과 주목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이 직격탄을 입으면서 국내 경제 전반의 자금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지난 1월 분양에 나선 11개 단지 가운데 8개 단지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면서 미분양 공포가 커지며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 위기 가능성이 점쳐졌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미분양 공포까지 겹친 것이다. 특히 부동산 PF 부실 리스크가 자칫 경기 둔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25조3000억 원으로 2021년 말(110조2000억 원)보다 15조1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2020년 말 90조3000억 원과 비교하면 35조 원이 급증한 규모다.

업권별로는 보험 44조1000억 원, 은행 34조1000억 원, 여신전문금융회사 27조100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증가한 가운데 제2금융권의 연체율도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증권사 연체율은 8.2%로 2021년 말(3.7%)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말(1.3%)보다는 6배 넘게 오른 규모다.

저축은행 연체율도 2.37%로 2021년 말 대비 1.18%포인트 올랐고, 여신전문금융회사 연체율은 1.07%로 0.6%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사 연체율은 0.4%로 0.33%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까지 포함한 전 금융권 연체율은 같은 기간 0.38%에서 0.9%로 0.5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수치만 본다면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부동산 PF 익스포저 가운데 자금 회수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는 금액은 2조4000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분석한 ‘증권사 부동산 PF 투자자금 회수 여력과 리스크 대응능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28조4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만기 도래 금액은 9조7000억 원이고, 분양을 통해 투자자금 회수가 가능한 분양형 본 PF 사업장 익스포저는 3조7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미분양과 부동산 PF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대출 규제를 대거 풀며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당장 3월 2일부터 다주택자와 임대·매매사업자들도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을 수 있도록 전면 개편된다. 투기·투기과열지역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선 주담대 대출한도와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전입 의무가 폐지되는 등 부동산 대출 족쇄도 대거 풀릴 예정이다.

이외에 시가 9억 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보증도 허용되고, 주담대를 갚기 어려운 경우 원금 상환을 최대 3년간 유예하는 ‘프리워크아웃’도 시행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 역시 폐지된다.

지금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를 연 최대 2억 원까지 취급할 수 있는데, 앞으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범위 한도 내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민·실수요자의 주담대 한도도 사라진다. 현재 서민·실수요자의 경우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취급 시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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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우려 속 금리인상기 지속…환율도 변수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에도 금리인상기가 지속되면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강도 통화 긴축이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021년 8월 0.5%였던 기준금리를 17개월 만에 3.5%(22일 현재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한은 금통위가 2년도 채 안 돼 금리를 3%포인트나 올린 배경에는 유동성 홍수 속에서 과도하게 오른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금리 상승 속도를 높였지만 지난 1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한은이 목표치로 내세우고 있는 물가 2%대보다 2배 이상 웃돈다.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미국과의 금리 인상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경기 둔화 우려로 한은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미국이 긴축 속도를 높이면서 금리 인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 Fed가 지난 2월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4.5∼4.75%로 0.25%포인트 올린 가운데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두어 번(couple) 더 금리를 올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도 올해 미 Fed가 세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강한 성장과 확고한 인플레 뉴스를 고려해 우리는 Fed가 6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 최고금리 5.25~5.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5%대의 고물가로 인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2일 연중 저점을 기록한 이후 다시 1294.9원으로 1300원대에 근접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배경으로 △미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 지속 △글로벌 자산 시장 위험회피 성향 △지난해 4분기 이후 과도한 낙폭 △무역수지 11개월 연속 적자 등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은 Fed의 통화 긴축 강화와 장기화 우려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경향 등으로 당분간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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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스크 ‘뇌관’…고금리 속 금융정책 효과는

부동산 리스크가 경제 전반의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대출 규제 족쇄를 대거 완화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1월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 가격의 하락 폭이 둔화됐고, 시장금리가 꺾이면서 은행의 수신잔액은 줄고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5218억 원으로 지난해 10월 6일 이후 최대 수준에 육박한다. 머니마켓펀드(MMF)는 전월보다 39조 원,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유입은 각각 4조1000억 원, 2조 원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기가 끝물인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올라가는데 수신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못한다면 금융 회사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시장 논리와도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 실장은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시장 논리에 맞는 금융 규제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예컨대 거래 제한은 최소화,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하고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행위에 대해선 엄중하게 처벌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출 규제 완화 등의 정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올해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금리 인하 시그널이 본격화된다는 메시지가 자칫 시장에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이 여전히 유동적인 만큼 금리인상기에 맞는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 시차 효과가 소멸되면 성장 둔화 본격화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에 따른 후폭풍으로 경기 여건 악화와 신용위험 증대, 구조 변화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부동산 침체 지속,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 경제적 불안 요인 등으로 향후 영향은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대내외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의 상호 간 리스크 증폭과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의 단기적 변동성, 중장기적인 취약성 심화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고물가 지속하에 경기 침체가 현실화됐을 때 통화와 재정정책이 실질적인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경제와 금융정책 여건이 악화될 수 있고 주요국 정책 당국의 판단과 다르게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엔 정책적인 신뢰가 약화될 우려가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