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이 됐던 주요 지표들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big story]마이너스 시대, 투자 돌파구를 찾아라
‘지나가는 비바람일까, 거대한 태풍의 서막일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량 가격 폭등과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고환율 등으로 인해 각종 경제지표들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3고(高) 현상’으로 생산과 투자가 줄어들면서 마이너스 경제 성장의 징후들까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제시한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0월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낮춘 1.7%로 조정했다.

주요 기관 중 유일하게 2%대 성장률을 유지하던 IMF마저 한국 성장률을 1%대로 낮춘 것이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0.2%포인트 상향해 2.9%로 전망했다. IMF는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을 통해 세계 경제와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의 수정치다.
[big story]마이너스 시대, 투자 돌파구를 찾아라
한국 경제에 드리운 어둔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있다. 통계청이 지난 1월 31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1월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6% 감소한 114로 집계돼 2020년 4월(-1.8%)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산업생산은 10월(-1.5%)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11월 반등(0.4%) 뒤 감소로 재전환, 하반기 짙어진 경기 둔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3.5%)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이 2.9% 줄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와 제조업 평균가동률(70.3%)은 각각 28개월, 2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0.2% 감소하면서 12년 3개월 만에 4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26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서도 지난해 10~12월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분기(-3.0%) 이후 최저치다.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2020년 3분기(2.3%)와 4분기(1.2%), 2021년 1분기(1.7%)·2분기(0.8%)·3분기(0.2%)·4분기(1.3%), 지난해 1분기(0.6%)·2분기(0.7%)·3분기(0.3%)까지 9분기 연속 증가했다가 지난해 4분기 들어 10분기 만에 감소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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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최근 정부도 우리나라 경제의 둔화가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 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인 10명 중 8명도 올해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비추며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최근 개최한 ‘2023 EY한영 신년 경제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기업 고위 경영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85%는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경제 성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64%,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21%를 차지했다. ‘긍정적’으로 바라본 답변은 5%에 불과했으며, ‘보통’이라고 답한 비중은 10%였다. 전년도 결과와 비교했을 때 부정적 응답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월 당시 실시한 동일한 설문조사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인 45%보다 40%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직면한 기업은 올해 투자 계획을 전략적으로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생존 전략이 보다 정밀해져야 한다는 지적한다.

박용근 EY한영 대표이사는 “지정학적 갈등 상황과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복합위기 아래에서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위기 속 생존과 성장을 위한 단기 및 장기 전략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주식 등 투자 시장 위축…
포트폴리오 변화 필요

투자 시장도 경색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식 시장 위축·부동산 불경기에 따른 거래 급감 등으로 지난해 자산 관련 세수가 1년 전보다 10조 원 넘게 급감했다. 지난 2월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 농어촌특별세, 종합부동산세 등 자산 관련 세수는 66조9422억 원으로 1년 전(76조9992억 원)보다 10조570억 원(-13.1%) 줄었다.

세목별로 보면 토지, 주택 등의 양도차익에 매기는 양도세가 4조4739억 원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주식 시장 위축의 영향으로 증권거래세 역시 3조9527억 원 줄었다. 이외 주식 거래 등에 붙는 농어촌특별세가 1조8868억 원, 상속·증여세가 4122억 원 각각 감소했다. 자산 시장 호황으로 대규모 초과 세수가 발생했던 2021년과 달리 2022년에는 자산 세수가 급감하며 전체 세수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해 자산 세수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72조9650억 원)보다 6조228억 원(-8.3%) 적은 수치이기도 했다.

이처럼 고금리 기조 속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월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 예치금은 100조1849억 원으로 나타났다. 예치금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7월(105조3877억 원)보다 4.9%(5조2028억 원) 감소했다. 서울도 지난해 6월 청약통장 예치금이 총 32조7489억 원이었지만 지난 1월에는 31조1817억 원으로 7개월 만에 1조5671억원(-4.8%) 줄어들었다.

주식 시장도 여전히 한파다. 따라서 현재 투자 시장에서 주식보다 채권이 유리하다는 투자 전망도 곳곳에서 나온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글로벌 경제 둔화 흐름이 보다 뚜렷히 관찰됨에 따라 올해 주식보다 채권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채권은 유동성이 큰 시장에서 안전성이 높은 자산으로 꼽히지만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경우 약정한 이자율을 보장받음으로써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 매수하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채권 투자 시 미국의 경제 상황과 기준금리 결정 등의 변수를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답답한 박스권에 갇혀 있는 투자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big story]마이너스 시대, 투자 돌파구를 찾아라
인구절벽, 주목할 신산업은
현재도 문제지만 미래의 지표는 더욱 암담하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 경제를 가장 위협하는 마이너스 요인은 단연 출생률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사회 안전망뿐 아니라 경제 체질도 약화시킨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자원인 생산인구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지난 2월 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특별 간담회에서 ‘경제 전망과 리스크 요인’ 주제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라며 “인구 문제가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1월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2031~2040년 1.3%를 기록하고, 2041년 0.97%로 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에 대해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는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내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고령 친화적인 근로 환경을 조성해 생산가능인구의 축소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고령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한편, 고령 친화적 직업들이 동시에 여성 친화적인 만큼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울한 전망 속에서도 미래 신사업 투자 기회는 있기 마련일 터. 대표적으로 바이오 의약품, 디지털 헬스케어 등 건강 관련 산업이다. 실제 미래 유망 업종에 대한 투자는 물밑에서 분주하게 돌파구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술적 도구로 가장 많이 각광받아 온 분야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더불어 모바일 헬스케어는 의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손꼽혀 왔다. 여기에 고령화사회에서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도구로서 그 사회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어, 향후 성장세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