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경제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화석연료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발견과 활용은 인류에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바로 탄소 배출이다. 이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인류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그 가운데 ‘수소’가 있다.수소가 만드는 깨끗한 세상
우주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많이 존재하는 수소H는 산소와 만나 물을 만들고, 깨끗한 환경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가 연료로 각광받는 이유는 청정하면서 생산, 저장, 운반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과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여러 원료에서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소를 원료로 에너지를 만들고, 교통·발전·산업·가정 등 사회 전반의 에너지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맥킨지는 2050년 수소가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해 이산화탄소를 매년 60억 톤가량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수소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는 분야로 자동차가 있다. 물 이외의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이며, 초미세먼지를 99%까지 걸러낸다. 이런 수소차의 원리를 그대로 주거 공간으로 옮긴 것이 수소 전기 하우스다. 발전용 연료전지가 보급되면 주거 공간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도 점차 수소에너지로 교체될 것이다.
각 가정에서는 수소와 연료전지만 있으면 자가발전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또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한 물은 정원의 식물을 키우기에 충분하며, 대기 중 미세먼지를 흡입 및 여과하는 연료전지를 이용하면 실내 공기를 정화해 쾌적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
거스를 수 없는 탄소 중립 시대
수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시대에서 탄소 중립 시대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이미 전 세계는 탄소 중립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으며, 미션을 부여해 기후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세계적 협의인 제27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렸다. 전 세계 159개 국가 및 8,300여 개 기업이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은 1조 유로 규모의 그린딜Green Deal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10년간 5,030억 유로를 지원할 방침이며, 미국은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 및 사회복지 예산을 수립했다. 중국은 2060년까지 139조 위안 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고, 일본도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에 10년간 사용할 2조 엔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금융업계도 탄소 중립을 위해 하나로 뭉쳤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탄소 중립을 위한 금융연합체 GFANZ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가 설립됐다. GFANZ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 이상 줄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석탄 사업에 금융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기업들의 사업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경영 전략으로 적극 수용하고 혁신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아마존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동시에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방침을 세웠다.
미래에셋증권은 2022년 12월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기후변화대응 평가에서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리더십Leadership 등급인 A-를 획득했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동참하고자 ‘적극적인 기후변화대응’을 ESG 3대 핵심 영역 중 하나로 설정하고, 세부 중점 추진전략으로 친환경·저탄소 금융 확대,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자산 탄소 배출량 관리를 수립했다. 그뿐 아니라 현재 RE100 이행을 위해 고객과 함께 탄소 중립을 향한 체제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금융시장을 선도해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신환경 경영 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총 7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예고하는 등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업종에서도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탄소 중립을 향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수소에너지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탄소 중립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지대했다. 하지만 날씨와 지역에 따라 생산량을 제어하기 어려운 데다 에너지 사용을 확대할수록 시간대에 따라 전력 과공급 혹은 부족 현상이 빈번해지는 특징 때문에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201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299건의 출력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출력 제한이란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이 과잉돼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발전 사업자의 출력을 제어하는 조치를 말한다. 재생에너지의 특성에 따라 출력이 수요보다 높은 경우, 이때 만든 전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수소로 저장해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에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과공급량을 활용할 수 있는 12.5메가와트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설비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6년 3월까지 정부 지원금과 민간 부담금 총 620억원을 투자, 수전해 시스템을 실증할 예정이다. 성큼 다가온 수소 경제 시대
수소가 지닌 특징은 우리가 당면한 에너지 고갈 문제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화석연료와 달리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고효율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자동차와 난방 및 발전 등에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연료전지로 일원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이에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17년 자신의 저서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에서 “수소는 인간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경제와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계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현재 수소 경제는 수소 전기차와 연료전지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의 일상도 수소와 전지를 주요한 에너지 수단으로 하는 체계 속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맥킨지 전망대로 수소에너지의 수요가 증가하면 수소 생산과 저장 및 운송 관련 산업에서 일자리가 생기고, 수소 전기차뿐 아니라 열차·선박·드론·건설기계 등의 운송 분야에서 산업 인프라가 조성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수소 경제는 가까운 미래에 있지 않다. 하지만 수소에너지를 지금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한 인류 모두의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깨끗한 지구 만들기 프로젝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글. 조영준(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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