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토큰증권발행 시장 선점 나선다
디지털자산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를 필두로 금융사들이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STO 규제 정비가 가시화되면서 ‘투자계약증권’ 등 기존 발행이 어려웠던 비정형 증권을 연계한 금융 상품을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낙점했다. 최근 정부의 STO 가이드라인 발표 후 다양한 STO 합종연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미술품, 음악저작권, 부동산 등의 자산을 디지털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를 보유한 홀더는 실제 주주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이 단일 자산으로는 펀드 설정액만 약 142조 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STO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상자산 마켓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거래가 도약하는 발판이 될 요인으로 본다. 미술품, 사진 등에 증권성을 부여해 홀더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 업계에서 STO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들이 STO 업무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나 상품화가 가능한 자산을 보유한 사업자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유통 분리원칙’을 기본 방침으로 정했다. 최근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컨소시엄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사, 토큰증권발행 시장 선점 나선다
금융권, STO 생태계 조성 나서…공격적 제휴 단행

신한투자증권은 STO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격적인 제휴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블록체인 기술 전문 기업 람다256와 함께 토큰증권 기술검증(PoC)에 착수했다. 양사가 공동으로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 △디지털 월렛(지갑) 설계 △토큰 발행, 청약, 유통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동 등 증권형 토큰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STO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얼라이언스 회원사의 STO 비용을 절감하고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며, 토큰증권 유통 솔루션 및 블록체인 기술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대출증권을 유동화한 STO 플랫폼 서비스 ‘에이판다’를 올 연말 선보일 계획이다. 대형 부동산부터 발전시설, 항만, 도로 등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기관투자가 위주의 시장이었던 대량 우량 자산에 대한 투자 기회를 개인투자자에게도 제공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합작법인 ‘에이판다파트너스’를 설립,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해 지난해 말 혁신금융 서비스로 인정받았다.

NH투자증권은 토큰증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체 ‘STO비전그룹’을 구성했다. 조각투자사업자(투게더아트·트레져리·그리너리), 비상장주식중개업자(서울거래비상장), 블록체인 기업(블록오디세이·파라메타), 기초자산 실물평가사(한국기업평가) 등 각 영역별 기업 8개사가 참여했다. 영역별 참여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STO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으며, 올해 한국토지신탁, HJ중공업과 선박금융·부동산 조각투자 협약을 맺었다. 최근 음원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 핀고컴퍼니와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B증권은 SK C&C와 디지털자산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관련 TF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채권자산을 기본으로 하는 STO 및 거래 테스트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기반 STO 플랫폼 ‘ADDX’에 2000만 달러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ADDX는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기술을 활용해 토큰증권 거래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유럽과 호주 등으로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자사 플랫폼에서 토큰증권을 중개할 수 있도록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랜드넥스트, 이랜드이노플 등 미술품 조각투자를 자사 플랫폼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증권사, 토큰증권발행 시장 선점 나선다
증권사, 토큰증권발행 시장 선점 나선다
정부, 한국형 STO 제도 기틀 마련 착수


금융권에서 STO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정부도 STO 제도화에 필요한 법령 정비에 착수했다. 하반기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지원해 2024년부터 ‘한국형 STO’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2월 6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증권 여부 판단 원칙 및 STO 유통 규율 방안 가이드라인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다.

금융당국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분산원장 발행을 증권 발행의 한 방법으로 인정하고,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개정 ‘전자증권법’에 담기로 했다.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니라도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직접 토큰증권을 등록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신설 라이선스다.

또 토큰증권을 유통하는 ‘장외거래중개업’ 신설에 관한 내용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후 장외거래 중개 인가 신설, 소액투자자 매출 공시 면제, 디지털증권 시장 신설 등을 후속으로 담기로 했다.

법안 개정이 완료되면 STO는 비정형증권의 하나인 투자계약증권의 발행으로 취급되며, 한국예탁결제원(KSD)이 증권 발행 심사와 총량 관리를 맡게 된다. 발행 총량을 전자등록기관이 점검·관리하고, 분산원장에 기재된 투자자를 권리자로 추정하는 등 토큰증권에 투자자 재산권 보호 장치를 적용하게 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STO 투자가 수익증권에 비해 도산절연, 비정형성 측면에서 투자 위험이 높다고 평가되는 만큼,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를 상대적으로 더 낮게 설정할 예정이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