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는 달리 배우자의 반대로 이혼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사례다. 홍 감독은 2015년부터 김민희와 연인관계를 맺으면서 ‘공개 불륜커플’이란 오명을 얻었다. 사실상 본처와의 결혼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는데 법원은 홍 감독의 이혼 소송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혼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판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사실혼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내연녀 혹은 내연남과의 관계에서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분쟁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 버린다.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 변호사와 1문 1답을 통해 관련 쟁점들을 정리해봤다.
실제로 내연남·내연녀를 둔 자산가들의 경우, 배우자들이 이혼을 해주지 않는 사례가 많나요. 대개 어떤 이유에서죠.
“우리나라 판례는 (현실적으로는 파탄주의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고수하고 있으므로, 내연남·내연녀를 둔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타방 배우자로서는 손쉽게 이혼을 거부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혼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로는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 않은, 나아가 상대방을 (법률적으로도) 배신자로 낙인 찍어 둔 채 지속적으로 이를 상기시키고자 하는 감정적인 이유가 아마도 제일 크겠지만, 법률상 배우자와 사이에 자녀가 있고 내연남·내연녀와도 자녀가 생긴 경우에는, 자신이 상속인에서 빠짐으로써 내연남·내연녀와 그 사이에서 난 자식이 상속인이 되면 훗날 자신의 자녀가 받을 상속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최태원-노소영 사건의 1심 판결과 같이, 본처가 이혼하면서 재산 분할로 가져가는 재산이 상대 유책배우자의 전체 (상속)재산에 비해 크게 줄어들게 되면, 이러한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상속재산 분할과 이혼재산 분할은 가족 내 재산(=가산)을 분할하기 위한 절차로서 상호 연관성 속에서 살펴야 할 부분이 있고, 그런 점에서 앞의 판결은 비판의 여지가 큽니다. 반대의 경우로, 본처(본남편)의 자산이 훨씬 많은 경우에도, 이미 내연녀·내연남이 있는 상대 유책배우자에게 재산 분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서 이혼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본인이 유책배우자이면서도 재산 분할을 피하기 위해 이혼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사망할 경우, 배우자와 내연관계자 사이 발생할 수 있는 상속 관련 분쟁에는 어떤 것들이 많나요.
“원칙적으로 내연관계에 있는 자에게는 법적으로 상속을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다만, 피상속인이 생전에 내연관계자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들이 있는데, 그 비중이 큰 경우 상속인들은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됐음을 이유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 역시 법정상속인이므로 내연관계자 사이에서도 직접 유류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죠. 다만 공동상속인이 아닌 제삼자에 대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전 1년간 행한 것에 한해유류분반환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당사자 쌍방이 증여 당시에 유류분권리자에 손해를 가할 것을 알고 증여한 때에는 상속 개시 1년 전에 한 것에 대하여도 유류분반환청구를 허용하고 있는바(민법 제1114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50809 판결 등 참조), 상대방이 법적 배우자가 있는 것을 알고 내연관계를 맺으면서 재산의 증여가 일어난 경우, 이 조항의 적용이 뜨거운 쟁점이 됩니다.”
유언으로 배우자가 아닌 내연관계에 있던 사람에게만 상속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만약 예외적으로 가능한 경우가 있다면 어떤 경우들인가요.
“피상속인에게는 재산 처분의 자유 내지 유언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민법에 정한 방식에 따른 유효한 유언을 통해 법률상 친족관계가 없는 제삼자(내연관계자)에게 전체 재산이든, 특정재산이든 상속(=유증)을 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합니다. 문제는 앞에서 본 것처럼, 이러한 유증이 법정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므로, 법정상속인들과 사이에 법적 분쟁이 제기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물론 법정상속인들이 생전에 이미 유류분 이상의 재산을 증여받았거나, 각자의 상속분이 유류분을 초과하면, 제삼자(내연관계에 있는 자)에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간혹 생전에 내연관계에 있는 자에게 아파트를 증여했을 경우, 추후 피상속인들의 남아 있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증여세를 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데, 왜인가요. 유증을 했다면 결과가 달라지나요.
“증여세 납세의무는 수증자에게 있으므로(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제1항) 피상속인이 생전에 상간자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경우 수증자인 내연관계에 있는자가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몇 가지 경우에는 질문하신 것과 같은 부담이 상속인들에게 생길 수 있습니다.
첫째, 돌아가신 분이 증여세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납부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입니다. 예컨대, 국내 거주자인 내연남이 해외 거주자(비거주자)인 내연녀에게 국내 아파트를 증여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 외에도 ① 수증자의 주소나 거소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증여세에 대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 ②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강제징수를 해도 증여세에 대한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경우에도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가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제6항). 이 연대납세의무는 납세의무자가 돌아가신 경우 상속인들인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상속됩니다. 본인이 그제서라도 납부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상속인들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고 내연관계에 있는 자에게 구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물론, 증여된 아파트에 이 구상권을 가지고 보전 처분을 하는 등의 조치를 미리 할 수 있겠지요.”
또 다른 사례도 있나요.
“그나마 아파트를 증여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면 다행이지만, 거액의 현금을 인출해 취득자금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내연녀에게 몰래 증여한 경우라면, 그 돈에 대해서 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상속개시일 전 1년(2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재산을 처분해 받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인출한 금액이 2억 원(5억 원) 이상인 경우, 그 사용처가 증명되지 않으면 이를 상속인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상속인들은 내연녀에게 구상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내연관계에 있는 자에게 유언으로 유증을 하면, 수유자인 상간자는 상속세 납세의무를 부담합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조 제1호 가목·제5호 가목·같은 법 제2조 제1항). 이 경우 법정상속인인 배우자 및 자녀들과 수유자인 내연관계자는 상속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조의2 제3항). 다만, 이는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하므로, 배우자 및 자녀들이 상속세 전액을 납부했다면 상간자가 부담했어야 하는 금액은 구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내연관계자에게 증여하고 증여세는 납부됐더라도, 이후 5년 이내에 사망하게 되면, 그 사전증여재산이 상속 개시 시점의 가치로 상속재산에 가산됨으로써 상속세율을 증가시켜 상속인들의 상속세 부담이 가중됩니다. 상속인들은 기납부된 증여세를 공제받으므로 이를 이유로 내연관계자에게 구상 내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습니다.”
내연관계에 있는 자와 배우자, 자녀들 사이 상속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요.
“가능하면 본인의 생전에 실제 생활관계와 법적관계를 일치시켜 두면 좋겠지요. 그 과정에서 재산의 배분에 관해 합리적인 방안을 협의로 도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많은 경우 감정이나 복잡한 가족문제가 얽혀 이와 같이 처리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어차피 이해관계인들 간 협의가 어렵다면, 피상속인이 생전에 단독으로 미리 내연관계에 있는 자와 배우자 및 자녀들에게 유언 또는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배해 두고, 이때 법정상속인들의 권리(유류분)가 침해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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