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한국어 공연이 지난달 30일부터 부산에서 본격 항해를 시작했다.
<오페라의 유령>조승우의 도전, 이번에도 통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조승우. 사진제공: 에스앤코]

이른바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이 작품은 뮤지컬 거장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 걸작으로, 1986년과 1988년 각각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지금까지 전 세계 188개 도시에서 1억4500만명이 넘게 관람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불린다. 작품은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은 광기의 천재 ‘유령’, 오페라 주역을 꿈꾸는 신인 가수 ‘크리스틴’, 용감한 귀족 청년 ‘라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무엇보다 13년 만에 한국어로 성사된 이번 공연은 조승우, 전동석, 최재림, 김주택 등 국내 최정상의 실력파 배우 4명이 유령 역으로 캐스팅돼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조승우가 있다. 캐스팅된 작품마다 ‘티켓팅 전쟁’을 이끄는 그의 이번 도전은 뮤지컬 팬들에겐 선물이자, 배우 자신에겐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아보였다.

실제로 지난 1일 공연 후 조승우는 제작사 에스앤코를 통해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내 옷이 아닌가, 내겐 너무 큰 옷인가, 수많은 편견, 선입견들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었다”며 “많이 떨고 실수도 많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은 무대에서 지킨 것 같다. 부족했던 제게 응원과 박수를 주셔서 감사함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고민과는 달리 이날 기자가 본 조승우의 연기는 역시 노련했다. 조승우는 극중 ‘유령’이 지닌 고독함과 광기, 크리스틴을 향한 집착과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자기만의 화법으로 쏟아내 관객들을 압도했다. 비단 이날 일부 넘버에서 음정이 고르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정확한 발성과 대사전달력, 섬세한 감정표현, 능수능란한 완급조절 등은 다시 한 번 무대 위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는데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오페라의 유령>조승우의 도전, 이번에도 통했다
[크리스틴 역할을 맡은 손지수. 사진제공:에스앤코]

아울러 이날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손지수는 그야말로 클린한 연기를 선보였다.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이미 다양한 오페라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소프라노 출신답게 이날 공연에서도 ‘생각해줘요(Think of me)’ ‘바람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그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등의 넘버에서 청아하고 깔끔한 고음처리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넘버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을 부르는 대목에선 폭발적인 고음과 수려한 테크닉으로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아직 입체적인 감정표현을 연기하는 데는 다소 아쉬움도 묻어났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로 주목할 만하다.
<오페라의 유령>조승우의 도전, 이번에도 통했다
[<오페라의 유령> 속 가면무도회 장면. 사진제공: 에스앤코]

배우들의 호연과 세기의 넘버들과 더불어 이번 공연의 백미는 역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객석 위로 추락하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가면 무도회, 지하 호수를 비롯해 매혹적인 장면들이 많다. 매 공연마다 오토메이션 큐 82회, 장면 전환 22회, 객석으로 수직 낙하하는 초대형 샹들리에, 41명의 배우가 형형색색 의상을 입고 춤추는 가면무도회 등 130분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한편, 11주간 펼쳐지는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은 6월 18일까지로, 7월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