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페라리가 ‘로망’이라 불리는 으뜸 이유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페라리만의 문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페라리 고객들은 같은 브랜드의 차를 탄다는 것만으로도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급기야 오너들만의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페라리 오너스 클럽(Ferrari Owners’ Club)’이 대표적이다. ‘페라리 오너스 클럽’에는 약 30개 국가 1만3000여 명의 페라리 오너들이 활동 중인데, 그 누구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홍보에 앞장서며 수십 년간 페라리가 고수해 온 철학과 문화를 공유하고 전파한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페라리 관련 동호회는 차치하고서라도 페라리가 추구하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체험과 시승 프로그램을 연계한, ‘페라리 투어 코리아’와 ‘에스페리엔차 페라리(Esperienza Ferrari)’가 운영된다.


실내에서도 GT카다운 면모는 돋보인다. 특히 질 좋은 가죽으로 감싼 시트는 값비싼 가죽 소파에 앉은 듯 고급스러우면서도 안락하다. 거기에 직접 수놓은 자수와 스티치를 보고 있자니, 하염없이 쓰다듬고 싶은 마음까지 생긴다. 슈퍼카답지 않게 디지털 요소도 대거 탑재했는데, 26인치에 이르는 커브드 계기판은 물론 심지어 조수석 대시보드 앞에도 가로로 긴 화면을 심었다.

하지만 운전이 편해졌다고 해서 만만히 볼 상대는 결코 아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두는 순간, 한층 높아진 사운드를 비롯해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시원하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실제 페라리 로마는 620마력의 괴물 같은 출력과 최고 시속 320km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을 숨기고 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모두 기존 페라리보다 편안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 GT카라는 특성에 맞게 재빠른 반응보다는 보다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유독 굽이친 와인딩 구간이 많았던 남해의 시승 구간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한번 곱씹어봤다. 슈퍼 럭셔리 브랜드의 자동차를 탄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분명한 건, 페라리는 달리는 즐거움뿐 아니라 소유의 즐거움도 선사하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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