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뼈 소실 심각...골밀도 젊을 때 챙겨야
아프지도, 눈에 띄지도 않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골다공증’이다. 조용히 뼈가 줄어들다가 골절이 되면 노인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한국인, 뼈 부족은 심각하다. 성인의 절반은 이미 골감소증을 겪고 있다.

50세 이상 절반은 골감소증
대한골대사학회가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50세 이상 골다공증 유병률은 22.4%, 골감소증의 유병률은 47.9%였다. 50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은 골다공증, 2명 중 1명은 골감소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골감소증과 골다공증은 뼈 소실 정도에 따라 나뉘는데, 골감소증은 골다공증 전 단계로 골밀도 검사 시 뼈의 강도를 나타내는 점수(T점수)가 -2.49~-1일 때를 말한다. T점수가 -2.5 이하일 때는 골다공증으로 정의한다. 뼈는 소실돼도 자각 증상이 없어 골다공증 환자의 90% 이상이 골절이 생긴 후에야 본인이 골다공증인 줄 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결핍, 바깥 활동이 부족해 햇볕을 충분히 못 쬐면서 나타나는 비타민D 결핍이 한국인의 골밀도를 심각하게 낮추는 것으로 분석한다. 골밀도는 젊을 때 최대한 높여 놓아야 나이가 들어서 골다공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골밀도 낮으면 골다공증으로 이어져

골밀도가 낮으면 골다공증으로 이어진다.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뼈에 구멍이 많아지는 병’을 말한다. 뼈에 구멍이 많아지면 뼈의 양이 줄어들고 강도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된다. 보통 우리 몸의 뼈는 성인이 될 때까지 밀도가 높아지다가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뼈에 함유된 무기질과 골량이 감소하며 약해진다.

골다공증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5배가 높다. 그 이유는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폐경’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은 뼈의 생성과 소멸에 관여하는 세포들의 균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이 균형이 깨지면서 뼈가 없어지는 만큼 뼈를 만들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폐경 직후(50세 전후) 5년간 매년 3%씩 뼈가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세가 되면 전체 골량의 20%, 80세가 되면 전체 골량의 40%가 감소해 골절의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남자는 보통 50세 이후로 1%씩 소실된다. 뼈가 소실된다고 당장 뼈가 부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폐경 초에 한번쯤 골밀도 검사를 해서 자신의 뼈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골다공증, 가벼운 상태에도 골절

특히 척추나 대퇴골같이 우리 몸을 지탱하는 뼈에 골다공증이 발생하면 삶의 질은 크게 낮아진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낙상은 물론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내리는 가벼운 활동, 심지어는 기침만으로도 골절이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노년에 발생하는 고관절 골절은 심각하다.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을 해야 하지만 노년층은 고령의 나이로 수술 위험 부담이 크고 수술 후에도 장기간 누워 지내야 하기 때문에 근육량이 빠르게 감소해 욕창과 폐렴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평소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을 경우에는 수술 후 회복이 지연돼 면역 저하 상태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사망률은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유방암, 갑상선암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젊을 때보다 키 4cm 이상 줄면 의심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은 모두 증상이 없다. 20~30대 때보다 키가 4㎝ 이상 줄었다면 골다공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골다공증은 유전적인 요인도 60~70% 작용하므로 부모님이 꼬부랑 허리였거나 골다공증,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경험했다면 고위험군이므로 골밀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류마티스 질환이 있어서 장기간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억제제를 먹은 사람도 골 소실이 많아 골다공증 위험이 높으므로 검사가 필요하다. 골다공증 검사는 엑스선(X-ray)을 이용해 골무기질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하며, 진단은 20~30대 건강한 사람의 평균 골밀도량과 비교해 표준편차가 얼마나 떨어졌는가를 보고 판단한다.

골밀도 검사는 3만~5만 원 정도 하며, 현재 여성은 54세, 66세에 국가에서 무료 검진을 해주고 있다. 폐경기에 골밀도 검사를 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검사비의 30~50%만 내면 된다. 골밀도 검사 시 방사선 조사량은 흉부 엑스선보다 적어 신체적 부담이 거의 없다.

골 감소 막는 식이요법과 운동

골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해야 한다. 젊을 때 골밀도를 저축한다고 생각하고 영양 섭취를 골고루 하고, 운동 등 바깥 활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대한골다공증학회에 따르면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 풍부한 음식(우유·멸치·말린 새우 등)을 챙겨 먹고, 칼슘 섭취가 불충분할 때는 칼슘제를 따로 보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폐경 전 여성과 50세 이전 남성은 하루 800~1000㎎,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은 1000~1200㎎을 보충해야 한다. 비타민D는 햇볕을 쐬어도 충분히 생성되지 않으므로 하루 800IU 이상 보충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과 나트륨은 몸속 칼슘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게 하는 작용을 하므로 섭취를 줄여야 한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조골(造骨)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삼간다. 운동은 걷기, 조깅 등 체중 부하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하면서 식이요법과 운동을 잘하면 골 소실을 거의 막을 수 있다.

특히 의도적으로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은 골밀도를 감소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연구에 따르면 5㎏의 체중을 감량한 뒤 다시 체중이 증가한 여성 그룹이 체중 감량을 한 적이 없는 여성 그룹에 비해 척추 골밀도가 낮다. 50대 이후에는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지므로 식이요법, 운동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골다공증 상태면 약물 치료 고려를

약물 치료는 골다공증으로 인해 작은 외상에도 골절이 발생하는 경우,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에 고려해본다. 골다공증으로 인해 대퇴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사망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위중하다.

병 인지율이 떨어져 골다공증 환자 치료율이 10%에 불과하고 치료를 해도 1년 내 치료 중단율이 70%나 된다. 자기 뼈 상태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치료·관리해야 한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