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포스트 코로나 新상권 사용설명서

코로나19 시대가 저물면서 서울 거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마저 밀려들면서 상권 부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가 투자나 자영업 창업에 대한 관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상권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종종 나타난다. 여전히 공실이 많은 지역도 있지만 되는 상권은 줄을 설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권 지도가 소비 주체가 된 MZ(밀레니얼+Z) 세대들의 문화와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지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페셜]상권, 부익부 빈익빈...'갬성'이 명암 갈랐다
부동산R114 상업용 부동산 솔루션 RCS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상가 수는 지난해 2분기 34만6229개소에서 3분기 36만1490개소, 4분기 37만7724개소로 증가했다.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와 강서, 마포 등 업무시설이 밀집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상가가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 3구에서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분기에 상가 1만7259개소가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비 수준이 낮고 주거 수요가 대부분인 도봉, 강북은 상가 수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음식 관련 상가와 세탁, 미용과 같은 생활 서비스 관련 상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거리 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이 늘면서 서울 상권이 살아나는 분위기지만 지역 내 상권 특성과 업종 등에 따라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상이할 것"이라며 "고물가, 실물경제 어려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 수를 고려하면 상권 활성화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창업 투자, MZ ‘갬성’ 담아야 ‘힙’해진다

코로나19 이전 인기를 끌었던 대학가, 이태원, 명동, 동대문, 송파, 경기도 일산 등 대형 상권이 엔데믹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직전부터 뜨기 시작한 이른바 ‘힙’한 상권이 코로나19가 저물어감과 동시에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MZ세대를 겨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MZ의 ‘갬성’을 담은 ‘힙’한 상권이 뜬다는 것. 이는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교통의 요충지가 아니어도 문화 콘텐츠와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수동과 을지로, 북촌, 서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신당동은 제2의 힙지로를 모방해 가며 골목 상권에 힘을 싣고 있다.

아재 입맛 노포의 선전, 그 이유는

40대 회사원 C씨는 “젊은 세대를 피해 꼬리찜이나 설렁탕 등 전통적인 아재 입맛의 식당에 가서 한가하게 소주 한 잔 즐기던 낙이 사라졌다. 최근 2~3년 동안 MZ세대가 몰려와서 식당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전통시장 상권이나 골목 상권이 강한 이유는 한마디로 ‘노포(오래된 가게)’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노포 붐이 불면서 MZ세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노포 도장깨기를 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상권의 가장 큰 장점으로 영업 연수를 꼽는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평균 영업연수는 18.6년에 달한다. 일반 로드숍보다 압도적인 업력을 자랑한다. 그만큼 위기에 강하고 유연하다. 단골고객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편견을 깬 2030 청년 세대가 전통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망원월드컵시장, 광장시장, 인천 신포국제시장 등에서 청년 창업자의 모습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경리단길은 침체기를 맞고 있으나 각자만의 콘셉트로 무장한 ○○리단길, ○○로수길 등 골목 상권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여전히 강세다.

삼청동, 가로수길 등에서 시작된 신흥 골목 상권은 이태원동 경리단길을 거쳐 연남동, 망리단길, 샤로수길, 세로수길, 익선동, 을지로, 문래동 등으로 다변화해 왔다. 이들은 상권마다 차별적인 핵심 테마와 골목길 풍경의 다채로운 변조를 통해 특색있는 체험 공간을 제공하며 기존 상권과 구분되는 새로운 특성을 보유한 상권으로 성장했다. 일부 골목 상권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외식, 쇼핑 등 소비 생활의 일부분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대학가 상권은 위기..."수업만 듣고 간다" 하소연도

코로나19 시대 가장 심각한 위기였던 상권은 대학가였다. 비대면 사이버 강의가 보편화되면서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하는 전국 대학가 상권에 불황이 닥쳤다. 물론 서울의 홍대 상권, 건대 상권 등 대학생들이 아니어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예전만 못하다.

현재 신촌 상권은 홍대 상권에 밀렸다. 이 지역은 홍대입구역에서 이어지는 연남동, 합정동, 상수동 등 3개 지하철역의 고객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주차장 편의성과 홍대 상권이 주는 문화적 컬러까지 입었다. 특히 이대, 연대를 잇는 신촌 상권은 궤멸지경이다. 한 달에도 여러 곳의 점포가 폐업하고 개업하기를 반복한다.

이에 대해 사회대 연세대 A 교수는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이 하숙 또는 자취를 하면서 학교 근처에서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서울 또는 수도권 특수목적고등학교로의 인재 집중 현상으로 인해 학교에서는 수업만 듣고 본인이 선호하는 곳으로 가버리곤 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상훈 스타트 비즈니스 컨설턴트 소장은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의미한다”며 “입시제도가 바뀌는 영향이 상권 수요 층 변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아파트 상가,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직격탄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에 위치한 집합상가(아파트 단지 내 상가 포함)의 공실률은 아파트 상가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2층 이하 소규모 상가의 6.2%보다 1.9%포인트 높은 8.1%를 기록했다. 통상 200개 점포가 입주한 상가로 보면 16곳 이상이 비어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서울 아파트 상가 중 가장 큰 규모 중 하나인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내 올림픽프라자 상가 점주 B씨는 “최근 학군 때문에 3040세대 젊은 부부들이 입주하면서 상가에 직접 와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올림픽 프라자뿐만 아니라 같은 송파 지역 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나 가든파이브에도 비어 있는 점포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가 높은 데다 마진은 예전 같지 않아서 인근에 사상 최대 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이 진행 중인데도 상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여기는 아직도 권리금이 형성돼 있고 임대인이 점포를 내놓아도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이후에는 거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김성순 전무는 “고금리, 대출 규제 등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 되고 있는 만큼 투자 수익을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어떤 업종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똘똘한 1채, 임차인이 확보된 아파트 상가 및 건물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셜]상권, 부익부 빈익빈...'갬성'이 명암 갈랐다
"맛집·볼거리·콘텐츠 있다면 멀리서도 찾는다"

투자 및 창업을 앞두고 있다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 거점 상가 거래 트렌드도 참고해야 한다. 꼭 서울이라고 해서 성공하란 법은 없다. 특히 맛집과 볼거리, 콘텐츠가 있다면 멀리서도 찾아가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반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 부동산플래닛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량은 총 853건에 달했다. 이 중 경기도가 181건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해 가장 많은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서울 85건, 경남 78건, 경북 74건, 전남이 59건의 거래가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국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금액은 1조3852억 원으로 서울이 5167억 원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경기도 2075억 원, 부산 1594억 원, 경남 875억 원, 충남 52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거래량은 경기도보다 적었으나 거래금액이 높은 것은 기본적인 부동산 가격이 경기도보다 비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전국 상업·업무용 빌딩 매매 거래량 및 거래금액은 전년 동월(각 1749건·4조3056억 원) 대비 모두 감소했으나, 직전 월과 비교했을 때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전국 17개 지자체 중 14곳에서 1월 대비 거래량이 증가했으며, 대전 88.9%, 서울 63.5%, 대구와 울산이 각 54.5%, 전남 51.3% 순으로 높았다. 거래금액은 전북 184.9%, 부산 124.6%, 인천 43%, 울산 40.2%, 경남 27.2% 등 13개 지자체에서 반등했다.

상가·사무실 거래량, 경기도가 1위 차지

상가 및 사무실 거래는 서울보다 경기도가 활발했다. 전국 상가·사무실의 2월 매매 거래량과 거래금액은 각각 2830건, 8401억 원으로 이 중 경기도가 857건, 3187억 원을 차지하며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수민 부동산 플래닛 대표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져 오던 시장 하락세가 2월을 기점으로 다른 양상을 보였으나,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온전한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긴 아직 어렵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분위기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보수적인 관점으로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글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