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0조2408억 원 규모다.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20조 원을 돌파하며 '빚투(빚낸 주식투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월별 신용거래융자 규모로만 보면 올해 1월 말(16조944억 원)부터 2월 말(17조7612억 원), 3월 말(18조6940억 원)까지 매월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늘어난 배경에는 빚을 내 투자하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 확산되며 주식 빚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경 머니가 국내 5개 증권사(유안타·NH투자·하나·KB증권·미래에셋)를 대상으로 올해 증시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글로벌 긴축 마무리 국면에서도 경기 침체에 따른 리스크로 강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주식 시장 저점이나 반등 시기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미세하게 엇갈렸다. 일부에선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견해를 제기하는가 하면 한쪽에선 추가 하락을 점치며 관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 시스템 리스크에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최근 긴축 흐름이 다소 완화되면서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 무브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경기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시장을 관망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코스피 저점 확인…반등 신호탄?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의 긴축 완화가 뚜렷해지면서 하반기에 주식 시장의 반등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미국발 경기 침체 이슈가 제기되면서 덩달아 관망 흐름도 제기됐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초에 의미 있는 저점을 확인해 하반기 밴드는 2180~2800포인트를 제시한다”며 “올 4분기까지 우상향 추세가 이어지고 2~3분기에 상승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2분기 상승 포인트로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발표로 인한 업황 저점 기대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긴축 종료 기대감, 한국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전환을 이유로 국내 증시가 글로벌 평균 대비 아웃퍼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도 올 하반기로 갈수록 코스피 지수가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로 2200~2750포인트를 제시했다. 김 부장은 “코스피는 올 하반기 박스권 상단을 돌파한 이후 안착할 것”이라며 “반도체가 다시 회복세를 띠고,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글로벌 무역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부 주식전략팀장 역시 “코스피가 올해 3~5월에 바닥 국면을 지났는데 2분기 후반엔 반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반등 관점에서 보면 연간 기대수익률은 20% 수준에 달하는데 4월에만 14%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은 6% 정도 수준”이라며 “올 하반기 코스피 상단은 2650포인트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선 이견 없어…하반기 주식 투자 리스크↑
코스피가 현재 바닥국면을 통과하면서 반등 가능성에 대한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동시에 대외 리스크로 인해 강한 반등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임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자 가장 먼저 증시가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면서 주식 투자를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는 주장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달러 약세 등으로 일부 주식들은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 경기 침체 위험이 높고 신용 위축에 따른 강달러 리스크가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이사는 “실제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지고 있는데 인플레 통제에 따른 성과가 매우 부족하고 Fed가 발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강달러 흐름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 위험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팀장은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과거에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 이후에 실업률이 상승한 모습이 나타났는데 2분기 후반부터는 완만한 고용 시장 악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고용 시장 약화는 물가 하락 요인으로 긍정적인 이슈인 것 같지만 증시 급락장 요인이었던 만큼 단기적으로 악재”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은행권 파산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미 금융당국은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BTFP)을 도입하며 빠르게 대응했지만 단기 유동성이 부족한 미국의 여타 산업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병연 부장은 “Fed가 금리 인하를 할 때는 금융 시장 침체가 본격화된다는 것을 공식화하거나 완화적 조치에 안도하는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Fed와 금융 시장 참가자 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악 지나간 ‘반도체’ 수혜업종 꼽혀…외인 매수세 기대
전문가들은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반도체를, 종목으로는 삼성전자를 꼽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어닝 쇼크 부분을 이미 주가가 반영했고, 저점 이후 분기별 개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승현 센터장은 “가장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삼성전자를 꼽는 이유는 1분기 영업이익 저점 가능성과,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적극적인 감산 발표로 재고 급증에 따른 우려감이 완화됐다”며 “올 들어 외국인 순매수 금액의 80% 이상이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부장도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턴어라운드가 가능한 업종으로 반도체를, 유망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개선 및 수요 확대 요인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반도체 업종은 과잉 투자, 과잉 재고, 수요 감소, D램 가격 하락 등과 같은 4중고에 시달리다가 최근 다시 개선되면서 올 하반기에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재만 팀장은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내 반도체를 순매도했지만 동결 국면에서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포지션을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이번에 외국인이 과도하게 축소했던 국내 반도체 비중을 다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팀장은 “공급망 재편을 위한 투자가 확대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대만, 한국 등 반도체 3대 강국의 생존 전략에도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네패스, 두산테스, SFA반도체 등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업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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