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금융 시대의 다크호스 - 다이렉트 인덱싱]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 김태용 KB증권 WM Tech솔루션부 이사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 물결로 주목받는다. 기존의 펀드,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 중 골라서 구매하는 ‘기성복’에 가깝다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하나부터 열까지 개인의 핏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한 ‘맞춤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은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키포인트다.
(왼쪽부터)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김태용 KB증권 WM Tech 솔루션부 이사.
(왼쪽부터)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김태용 KB증권 WM Tech 솔루션부 이사.
“우리가 생각하는 다이렉트 인덱싱은 ‘상품’이 아니라 ‘전략’을 선택하는 서비스다.”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에 KB증권이 발빠르게 출사표를 던졌다. KB금융은 지난해 8월부터 KB금융그룹 차원의 전사적 지원 아래 서비스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KB자산운용과의 협업을 통해 솔루션 개발을 완료했고, 4월 말부터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KB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은 초개인화 투자 시대에 맞춰 자신에게 꼭 맞는 포트폴리오를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는 투자 솔루션을 표방한다.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을 완료했다고 해서 그대로 고정되는 구조도 아니다. 투자자가 자신의 계좌에 들어 있는 종목을 상황에 따라 제외하거나 새롭게 추가할 수 있다.

KB증권이 다이렉트 인덱싱을 선보이며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이 서비스가 단순한 ‘상품’이 아닌 증권사가 제시하는 ‘전략’에 방점을 찍은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상무)은 “지금까지는 투자자들이 기성품처럼 나와 있는 펀드, ETF 중에 골라 가입했다면, 이제는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살펴본 투자 전략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결국은 다이렉트 인덱싱이 기존 펀드, ETF를 모두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특히 다이렉트 인덱싱은 초개인화를 표방하는 만큼 각각의 고객 성향에 맞춘 투자 전략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전략을 발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AI 기술로 인한 업무 효율화 덕이라는 게 신 본부장의 설명이다.

KB증권은 포트폴리오 전략을 일회성으로 제공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한 ‘전략 백화점’으로서의 역할을 꿈꾸고 있다. KB증권의 신동준 본부장과 김태용 WM Tech솔루션부 이사를 만나, 자산관리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에 대해 들어봤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
-최근 다이렉트 인덱싱이 주목받고 있는데, 배경은 무엇인가.
김태용 KB증권 WM Tech솔루션부 이사(이하 김 이사) ETF가 많은 투자자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워낙 분산된 포트폴리오이다 보니 수익이 아주 높지는 않았다. ETF보다는 좀 더 압축된 형태, 즉 20~50개 정도의 콤팩트한 종목 수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어 하는 니즈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초개인화 맞춤형 투자에 대한 투자자의 요구가 꾸준히 늘어나며 다이렉트 인덱싱이 주목받게 됐다고 본다.


-기존의 펀드, ETF와 어떻게 다른가.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이하 신 본부장) 펀드가 액티브 투자, ETF가 패시브 투자라고 한다면 다이렉트 인덱싱은 그 중간 정도의 성격이다. 패시브 투자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섹터와 종목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다이렉트 인덱싱을 ‘나만의 ETF’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ETF와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펀드나 ETF는 전체 포트폴리오 안에서 개별 종목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힘들지만, 다이렉트 인덱싱은 자신의 계좌 안에서 매매 현황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종목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진 않을까.
신 본부장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지, 투자자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방치하는 서비스는 아니다. 고객에게 ‘당신은 이런 투자 성향이니, 이런 종목을 추가하거나 빼면 어떨까요?’라는 아이디어를 건네주고, 그 전략을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마음에 드는 방향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고객에게 제시하는 전략의 예를 들어줄 수 있나.
신 본부장 메타버스나 친환경 트렌드가 이제 막 떠올랐던 시점을 예로 들어 보자. 투자자 입장에서 장기적인 트렌드라는 명확한 확신이 생겼다고 해도, 관련 인덱스가 없어 손쉽게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을 활용한다면, 메타버스 펀드나 ETF가 나오기도 전에 나만의 인덱스를 구성할 수 있다.

실제로 KB증권의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는 고객이 관심을 가지는 특정 이슈를 연결해 테마와 종목을 추출해주는 형태로 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미 유사한 사업부를 통해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분야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한 기업 등을 골라낸 뒤, 그중에서도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을 추려 50개 종목의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시받는다면 고객 입장에서 충분히 설득되지 않겠나. 앞으로는 이처럼 증권사의 투자 자문 역할이 생각보다 크게 강조될 것이라고 본다.

김 이사 전략을 한 번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부분이 KB증권 다이렉트 인덱싱의 강점 중 하나다. 고객에게 50개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전략을 제공했는데 몇 달 뒤 테마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때가 바로 리밸런싱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종목을 편입할 것을 권한다거나, 몇몇 종목은 수명이 다했다는 판단을 고객에게 전할 수 있다.
김태용 KB증권 WM Tech솔루션부 이사
김태용 KB증권 WM Tech솔루션부 이사
-다이렉트 인덱싱에는 AI 기술이 접목된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나.
김 이사 우선 시장에서 화두가 되는 테마를 추출할 때 AI 기술을 활용한다. AI 자연어 처리 기법을 활용하면 유행 종목에 대한 핵심 단어를 신속하게 조합해 테마를 찾을 수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여러 지수를 조합해 자신이 원하는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결국은 테마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캐치해 나만의 인덱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AI 기술이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 본부장 사실 초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다이렉트 인덱싱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었던 배경에도 AI 기술이 존재한다. 과거 펀드나 ETF 포트폴리오의 경우 펀드매니저들이 수많은 리서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목을 골랐다. 하지만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과거에는 몇 시간씩 소요됐을 과정이 불과 몇 초로 단축됐다.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게 됐다.

대량 주문 집행에도 AI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모든 고객이 동일한 포트폴리오를 갖는 펀드 상품과 달리, 초개인화된 다이렉트 인덱싱에는 수많은 개별 고객이 보유한 수천만 개의 포트폴리오가 존재한다. 이 많은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기존의 증권사 주문 집행 시스템에 비해 훨씬 업그레이드된 기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이 같은 일괄 매매 기술을 갖춘 곳은 자사를 제외하면 몇 군데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부분이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AI 기술을 활용한 투자가 수익률 등 실질적 성과 측면에서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신 본부장 아직은 투자의 최종적인 ‘답’을 내놓는 것까지 AI에 맡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투자를 위한 기초 작업의 80%를 AI가 빠르게 처리해주고,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최종 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역할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최종 결정도 AI가 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AI의 기술력과 사람의 직관을 결합한 투자가 가장 파워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테스트한 결과, 똑같은 알고리즘을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일정 부분 프리셋을 주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는 상당한 투자 수익률 차이가 있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기 사이클, 핵심 어젠다를 반영한 일종의 ‘바둑판’을 마련해준 뒤 AI에 결정하도록 만들었을 때 훨씬 수익률이 좋은 종목을 골랐다. 아직은 AI와 사람의 역할이 공존하는 상황이라, 어느 쪽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KB증권 다이렉트 인덱싱의 장점을 꼽는다면.
신 본부장 자신이 직접 고른 투자 포트폴리오가 현재 시장 상황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균형 잡힌 구성인지 확인하는 기능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넣었다. 특히 5개가량의 전략 아이디어를 ‘전략 보관함’에 넣어 두고, 각각의 포트폴리오별 시뮬레이션 비교를 통해 최종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가들의 투자 전략’이라는 콘셉트로 워런 버핏, 피터 린치 등 유명 투자자들의 아이디어를 포트폴리오에 적용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고객이 직접 원하는 종목을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도 있다. 펀드매니저만 쓸 수 있었던 기능을 개인투자자도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향후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의 전망은.
신 본부장 결국은 다이렉트 인덱싱이 기존 ETF, 펀드를 모두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굳이 오랜 기간에 걸쳐 펀드 상품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ETF는 당분간 다이렉트 인덱싱과 공존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상당 부분 대체되지 않을까 싶다.


KB증권이 다이렉트 인덱싱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신 본부장 그동안은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명확한 자문을 해주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는데, 다이렉트 인덱싱을 통해 투자 전략부터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충분히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투자자가 편안한 환경에서 초개인화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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