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우 애자일소다 대표·한국외대 정보통계학과 교수

[big story]AI가 1000페이지 보험약관 분석하는 시대 온다
보험사 업무 중 가장 많은 수작업이 필요한 영역은 어디일까. 바로 보험금 청구 처리 프로세스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 과정을 단축하면 상당한 업무 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보험사 약관과 규정, 법력의 논리적 해석까지 AI에 맡기는 미래가 그려진다.

AI 전문 기업 ‘애자일소다’를 이끄는 최대우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국내 공공기관, 은행, 카드사, 보험사,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200회 이상의 데이터 분석과 AI 프로젝트를 수행한 분석 전문가다. 2000년대 국내에서 생소했던 분석 언어 ‘R’을 최초로 소개한 인물로, 현직 한국외대 정보통계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특히 ‘금융권 비즈니스에 강화학습을 적용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주목받은 바 있다.

최 대표는 “AI의 도입 단계를 3가지로 나눠보면, ‘보는 능력’, ‘읽는 능력’, ‘최종적 판단 능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보는 단계에서 약간의 해석이 가능한 읽는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현재 AI 기술 수준을 설명했다. 앞으로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보험약관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AI가 자동으로 해내는 단계까지 꿈꿔볼 수 있다.

그는 “앞으로는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 가입자가 진료비 영수증, 의사 소견서 등 각종 서류 사진을 보험사에 제출하면 AI가 진단명 등을 추출해 약관 일치성을 가리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보험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AI 기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 발전 가능성을 최 대표에게 물어봤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big story]AI가 1000페이지 보험약관 분석하는 시대 온다
금융 산업에서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보험업이 꼽히는데. 구체적으로 보험업의 어떤 업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나.
“보험사의 업무 중에서 가장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 보험금 지급 심사다. 금융소비자가 관련 서류와 함께 보험금을 청구하면, 해당 청구 내역이 보험 상품 약관과 일치하는지 파악하고 문서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과정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엄청난 정확성과 노동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보험금 지급 프로세스에 AI가 도입되고 있다. 자동차 사고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예로 든다면, 통상적으로 파손 차량 사진을 보고 보험금을 얼마나 지급할지 결정한다. 이 판단을 AI 알고리즘이 할 수 있다. 애자일소다가 보험개발원에 공급한 알고리즘도 AI가 사고 차량 사진만으로 수리비 등을 산출해주는 솔루션이다.

앞으로는 실손보험이나 상해보험 가입자가 진료비 영수증, 의사 소견서 등 각종 서류 사진을 보험사에 제출하면 AI가 진단명 등을 추출해 약관 일치성을 가리는 단계까지 갈 것이라고 본다. 특히 최근 챗GPT(ChatGPT)로 인해 AI가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져, 관련 기술 도입에 대한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재 기술 수준을 진단한다면.
“우선 AI의 도입 단계를 3가지로 나눠 보면, ‘보는 능력’, ‘읽는 능력’, ‘최종적 판단 능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는 보는 단계에서 읽는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단순히 정보를 보는 것을 넘어 약간의 이해가 가능해진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험업에서 굉장히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보험약관에 대한 해석이다. 보험약관을 보면 적게는 300페이지에서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 구조를 다 알아야 한다. 아직까지 AI가 약관을 완전히 해석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AI가 보험사기를 탐지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 보험금 청구가 들어왔을 때 보험사 입장에서 가장 좋은 프로세스는 최적의 판단을 통해 빠르게 지급하는 것이다. 만약 이상한 정황이 있다면 보험 가입자를 직접 만나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 조사 과정에도 노동력과 비용이 든다. 보험 납입금 총액보다 조사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에는 보험업에서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사기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 부정·사기탐지시스템(FDS)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사기 판단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데이터다. 앞으로 보험 청구나 사기 관련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고 기술이 발전하면 이 영역도 점차 고도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다.
“생성형 AI와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특정한 업무를 모두 맡기기에는 훈련이 안 돼 있다. 기존 AI 알고리즘과 생성형 대화 AI를 결합한 형태를 보험 업무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기존 AI 솔루션을 통해 정확한 정보는 생성할 수 있지만 너무 딱딱한 측면이 있었다. 이 정보를 챗GPT에 준다면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방향으로 재가공해줄 수 있지 않겠나. AI 기술의 결합을 통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대하는 쪽으로 생각 중이다.”

글로벌 보험 시장에서 AI를 적용한 비즈니스 사례를 든다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례는 미국 ‘레모네이드’다. 모바일로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보험금 가입과 지급을 자동 처리해 인건비를 줄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영국 AI 유니콘 기업인 ‘트랙터블’도 대표적인 사례다. 차량의 사고 사진만으로 수리비를 예측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지금은 보험금 선납을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험업의 AI 기술 도입을 통해 소비자가 얻을 실익이 있을까.
“AI 기술을 통한 정확한 판단과 의사결정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AI 기술을 통해 보험사기를 예방한다면 보험금이 엉뚱한 사람에게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율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보험 시장에서 애자일소다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개인적으로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로 보고 있지 않다. 보험사들은 AI 기술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업무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완전한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대다수의 AI 스타트업을 보면 자연어 처리 등 특정 AI 기술 하나만을 갖춘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는 머신비전, 자연어 처리, 최종 의사결정을 위한 강화학습 등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갖춘 것에 대해 ‘왜 그렇게 많은 분야를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궁극적으로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 사람에게 눈과 귀, 뇌가 있는 것처럼 AI 솔루션도 넓은 영역을 소화할 수 있어야 종합적인 서비스로 발전한다. 결국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가 아니라면 AI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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