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AI 금융 ‘레벨업’, 주목할 뷰 포인트 4
인공지능(AI)과 금융의 만남은 수년 전부터 거론된 화두다. 두 분야의 만남은 금방이라도 새로운 디지털 혁명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줬다. 여기에 더해 최근 챗GPT(ChatGPT)의 등장은 AI금융을 레벨업시킬 촉매제로 주목받고 있다. 초거대 AI에 대한 기대와 의구심이 뒤섞인 지금. 시장의 혼란 속에서 한 걸음 빠져나와 AI와 금융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4가지 결정적 뷰 포인트를 제시한다.
#1. 생성형 AI 시대, 금융업은 어떻게 진화할까사실 금융 업종의 AI 기술 활용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라고 하긴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챗봇, 상담 AI 등 대중 친화적인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왔다. 업종에 따라 이상거래탐지(Fraud Detection System·FDS), 신용평가와 같은 민감한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업무에 접목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AI 기술을 혁신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미국 등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기술,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금융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AI 서비스인 챗봇만 하더라도 단순 질문을 해결하는 데는 일부 유용하게 활용돼 왔지만, 사람을 대체할 정도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기술 환경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퍼스트’를 실행한 탓에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디지털 소외가 부각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다 최근 AI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생겼다. 바로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등장이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는가 하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감정까지 흉내 낸다. 글과 그림, 음성, 비디오의 영역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인다.

AI의 진화는 국내 금융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AI 빅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챗GPT는 금융 서비스 디지털화를 위한 AI의 역할로 챗봇, 가상비서 등을 통한 고객 서비스와 지원, 투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 신용평가·대출심사 등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제공,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지원, 사기 및 위험 탐지, 디지털 콘텐츠 작성과 관리 등을 제시한다”면서 “물론 이와 같은 역할은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 중 일부에 불과하다. 각 금융 회사가 요구하는 작업에 따라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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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챗GPT로 달라질 금융권 미래’ 보고서를 보면, 챗GPT 3.5 등장에 따라 금융업 전반에 AI 열풍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지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외 은행은 챗봇 고도화를 시작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 챗GPT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며 “챗GPT 3.5는 대화의 숨은 맥락을 이해하거나 질문을 기억해 답변할 수 있고, 다양한 대화 스타일과 상황을 학습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시나리오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고객 서비스 개선, 금융사기 방지, 신용모델 구축, 개인화된 상품 제공, 업무 자동화 등의 영역에서 진화한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AI의 활용이 높은 영역으로 보험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가 가장 큰 노동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계약, 청구, 심사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AI를 통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사기 탐지 시스템, 약관 해석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의 판단 오류에 의한 실수와 갈등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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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I 투자는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까2010년대 들어 디지털 자산관리가 금융권의 화두에 오르면서, AI를 기반으로 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만능’은 아니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투자자가 선택한 로보어드바이저의 종류나 투자 유형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부 자산가가 아니라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것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 자문을 대신해주는 개념이라, 유수의 펀드매니저가 직접 관리해주는 포트폴리오를 압도하는 성과를 내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기엔 현재로선 어렵다”면서 “안정적인 수준에서 장기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I 투자 시장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최근에는 AI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기초지수를 설계해주는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이 시장 흐름을 바꿀 새로운 물결로 거론되고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AI를 활용해 개인의 투자 성향과 목적, 생애주기 등을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해준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장점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AI가 제시하는 투자 전략과 분석을 바탕으로 ‘나만의 ETF’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는 ETF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서비스다. 가까운 미래에 국내 시장에서도 다이렉트 인덱싱이 대세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아,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속속 뛰어드는 모습이다.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글로벌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는 2020년 3500억 달러에서 2025년 1조50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화두에 오르면서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를 투자에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알레한드로 로페즈리라 미국 플로리다대 경제학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챗GPT를 통해 금융 뉴스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 수익률 예측 방향이 기존의 무작위 예측 방식보다 훨씬 정확했다.

향후 AI 투자의 비중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AI 부문 관계자는 “기존의 펀드매니저가 갖고 있는 인사이트와 전문적인 투자 지식을 AI가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사람의 판단에는 편향성이나 선입견이 일정 부분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맹점이 있다”면서 “또 AI 투자 모델은 미리 학습한 데이터 알고리즘 안에서는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내놓지만, 갑작스러운 시장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두 영역을 조합한 솔루션이 최상의 방향이라고 본다”면서 “AI의 도움 없이 인간의 결정으로만 투자 운용을 고수하는 것도 어리석고, 100% AI에만 의존하는 것도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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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금융의 비용 대비 효율성은 얼마나 되나일각에서는 AI에 투자했을 때 누릴 수 있는 비용 대비 효율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AI 기술을 서비스에 제대로 접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높은 비용이 든다. 최근 이슈가 되는 초거대 AI, 생성형 AI의 경우 더욱 그렇다”면서 “특히 태생부터 정보기술(IT)에 집중해 온 산업군이 아니었던 전통적 금융사일수록 AI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큰 투자를 하기는 퀘스천마크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트렌드 산업으로 떠오른 만큼 핀테크 업체를 비롯해 수많은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AI 기술을 도입했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무늬만 AI 기술’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물론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는 장기적으로 금융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가 AI에 관심을 보이는 데에는 AI를 통해 인력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큰 배경으로 자리한다. 다만 당장 큰 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금융 서비스에 AI를 접목시켰다고 해서 단기간에 상품 수익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거나 고객군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AI 시스템이 고도화될수록 덩달아 높아질 운영 비용 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챗GPT가 답변 하나를 내놓기까지 수 달러의 비용이 든다”면서 “컴퓨팅 비용이 눈물날 정도로 커, 수익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으로 AI의 고비용 문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초거대 AI는 어마어마한 전력 자원을 소모하는 ‘돈 먹는 하마’로 불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운용에 일반 서버 3000대를 사용하는 전력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연적으로 높은 자원이 사용되는 만큼 그에 따른 탄소배출량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개별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별개로, 그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만큼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4 AI를 둘러싼 리스크에 대한 논의는 충분한가초거대 AI가 불러올 장밋빛 혁신 뒤에는 그만큼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가장 큰 이슈는 AI의 신뢰성이다. 챗GPT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할루시네이션(환각)’이 대표적이다.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 이슈는 거짓과 진실을 적절히 섞은 가짜뉴스, 편향성, 일관성 결여 등을 포함한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상의 위험 또한 AI 기술 적용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이슈다. 이런 이슈는 금융 분야 생성형 AI 알고리즘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예를 들어 가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예측을 잘못한다거나, AI 챗봇이 금융소비자에게 엉뚱한 투자 가이드를 해줄 가능성을 가정해볼 수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다만 AI 활용 과정에서 부적절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금융의 혁신’은커녕 ‘신뢰 훼손으로 인한 퇴보’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AI 모델이 내놓은 결과값의 책임 소재와 문제 발생 시 사후 대응 프로세스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정부는 AI 기반 신용평가모형 검증 체계와 금융 분야 AI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표했다. 초거대 AI에 대한 청사진이 이제 막 제시된 탓에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융 분야에서 이렇다 할 거버넌스는 구축되지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데이터 유출 및 지적재산권(IP) 침해, 정보 신뢰성 한계, 보이스피싱 악용 등의 문제점이 있다”면서 “AI 윤리와 활용 원칙 정립이 필요해, 금융업의 도입 범위와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챗GPT는 학습한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IP 침해에 대한 문제, 최신 정보가 부족한 경우 잘못된 정보 또는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 확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언어 패턴을 학습해 특정 개인과 매우 유사한 말투를 흉내 낼 수 있어 ‘피싱(phishing)’에 쓰일 위험도 우려된다”면서 “AI 기술 개발과 데이터 보안의 균형을 찾기 위한 챗GPT 규제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AI의 활용 가능성과 범위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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