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김대현 S&P 금융기관 평가담당 이사 인터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채를 늘려 자산을 증식하는 것은 당연한 미덕이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부채 증가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부채가 늘어난 배경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빚내기)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자본시장 내에서 반복되는 투기, 좀비기업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경제 성장을 갉아먹는 과도한 부채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경 머니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채 공화국으로 전락한 한국의 부채 면면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해본다.

인터뷰 ① 김대현 S&P 금융기관 평가담당 이사

“현재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최근 경기 침체 및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현 S&P 글로벌 신용평가 금융기관 평가담당 이사는 “현재 전국 3600여 개의 부동산 PF 사업장들 가운데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 및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며 “향후 이들의 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관련 익스포져가 확대돼 왔는데, 증권사들의 경우 PF에 대한 직접 대출 형태보다는 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형태로 리스크가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ABCP에 대한 보증잔액은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의 약 30%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다.

저축은행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PF에 따른 부실 및 정리 작업을 거치면서 관련 익스포저가 크게 감소했다가 최근 몇 년간 다시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다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적절한 심사 기준 및 리스크 관리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시중은행들이 부동산 PF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PF에 따른 건전성 악화를 겪었던 경험치가 있기 때문”이라며 “은행들의 경우, 사업성이 양호한 수도권, 주거용 프로젝트, 선순위 형태의 익스포저가 높은 반면,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경우, 상업용 브리지론을 중심으로 더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부동산 PF에 대한 리스크를 두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대책을 함께 내놓고 있다.

그는 “최근의 국내 경제 상황 및 부동산 경기를 고려했을 때 부동산 PF에 따른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악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적으로 은행 시스템을 뒤흔들 정도의 리스크로 전이되지는 않겠지만 일부 문제가 되는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형태의 리스크는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만기연장, 상환유예 대출의 경우 은행 건전성에 크게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는 9월 말 종료가 예정돼 있는 상환유예 대출의 경우 리스크가 클 수 있는데, 관련 익스포저는 은행 전체 대출의 1% 미만으로 제한적이다”며 “은행들이 높은 담보를 확보하고 있는 점,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고 있어 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