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위기의 전세 시장, 쓰나미 올까
[스페셜]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 "전세, 전면 개혁보다 안전장치 마련이 우선"
부동산컨설팅 전문가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정부의 전세제도 개혁에 의문표를 붙였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 사기와 관련해 임대차 3법뿐 아니라 현 전세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전세제도의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장치 마련 등 보완책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제도는 집주인, 세입자, 은행, 정부 등 여러 이해관계자 및 기관이 얽히고설켜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개혁은 쉽지 않다”며 “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국세청-정 부-은행-집주인 등이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에 대해 근본적인 안전장치를 만들고 집주인들의 갭투자를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전세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사기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과 동탄 등 지역을 대표로 전세 사기, 깡통전세 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 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 피해자들은 하루 아침에 몇 억 원이 되는 전셋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빌라왕’ 사건을 비롯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 시장의 신뢰 회복이 요원하다는 해석이다.
김 소장은 “세입자에게 집주인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볼 수 있도록 국세청, 정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다양한 기관에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며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전세제도 자체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 "전세, 전면 개혁보다 안전장치 마련이 우선"
전세 사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원인을 짚어준다면.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대출이 자유로워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세입자들이 늘었다. 당시 세입자는 저금리에 전세를 얻을 수 있었고 집주인 또한 전세금을 받아 갭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현재 역전세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고금리에 취약한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는 레버리지(leverage: 고정적 지출과 고정비용이 기업 경영에서 지렛대와 같은 중심적 작용을 하는 일 역할)를 해주는 무이자 대출 구조라고 생각한다. 이 비용을 통해 갭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나중에 세입자들이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단적인 예로 인천 지역의 사기 행각을 보면 갭투자가 자기자본 없이 없이 부동산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여러 비극의 원인이 됐다."

인천이나 동탄 지역의 전세 사기 유형들은 어떤 것인가.
"집주인들이 자본이 없는 채로 세입자들의 돈을 자기 것처럼 사용한 것이다. 사기 일당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전세 만료 후에도 수 개월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하면서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들에게 좋은 것만도 아니다. 채무 변제에 대한 우선순위가 후 순위일 경우 또는 낙찰가가 전세금보다 맞을 때 자기 돈을 모두 받지 못하고 그대로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세금 5억 원, 매매가 7억 원의 오피스텔이라고 가정해보자. 경매에 넘어갈 때 기존의 매매가보다 집값은 떨어진다. 운이 좋게 경쟁에서 낙찰을 받았다고 해도 세금 체납이 있다고 하면 집값에 낙찰을 받아도 문제고 순위에 밀려나면 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으로 역전세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들었다.
역전세는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과 역전이 되는 현상으로 임대차 계약 시점의 전세 가격보다 만기 시점의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 임대인이 차액만큼 여윳돈이 있어 임차인에게 갚아주면 다행인데 집주인이 반환해줄 여윳돈이 없으면 세입자는 전세금을 못 받게 된다.
동탄 전세 사기 사건처럼 임대인이 100채 이상 무자본 갭투자를 했다가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규모 미반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무자본 갭투자가 아님에도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금 차액을 반환해줄 능력이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개입을 해도 문제라고 했는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HUG 혹은 정부가 갭투기자의 주택에 가압류를 걸고 경매에 넘긴다고 갭투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유는 갭투기자가 소유하고 있는 여러 곳의 다세대주택에는 전세금반환보증 자격이 되지 않거나 가입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임차인이 많다.
예를 들어 HUG가 피해 임차인의 대위변제를 위해 갭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주택에 가압류를 걸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2차, 3차 등의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주택이 가압류 되면 임차인들이 뒤늦게라도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려 해도 불가능하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다세대주택 특성상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내려가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전부 보전받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는 국토부와 HUG가 다세대주택 대위변제를 위해 가압류와 경매를 신중히 결정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국세청, HUG, 정부 등 집주인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꼼꼼히 살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임차인이 집에 들어갈 때 임대인의 세금 문제나 가압류, 채무 등 정도 정보를 알람할 수 있게 한다면 세입자들이 안전한 집을 고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전세의 문제는 무엇인가.
"전세제도라는 건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몫 돈을 빌린 것인데 갚을 생각 안 한다는 게 잘못된 것이다. 집주인은 받은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반환해주는 것이 맞지만 사실상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집 살 때 사용하거나 남는 전세금을 내 돈처럼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전세 계약 시 특별히 주의할 점은.
"전세 사기 유형은 △깡통전세(전세금이나 대출이 많아서 집을 팔거나 경매에 넘겨도 전세보증금을 다 반환해주지 못하는 집) △이중 계약(사기 중개사가 집주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세입자한테는 전세 계약을 맺고 전세금을 횡령하는 행위) △중복 계약(1개의 집에 여러 명의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한 후 전세금 횡령) △신탁 계약(신탁 맡긴 집을 신탁자가 임대인으로 계약을 해서 횡령) 등 다양하다.
전세의 개념은 ‘세입자가 집주인한테 돈을 빌려주고 집주인 집에 잠시 거주하는 형태’다.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전세를 보고 '아니 집주인을 어떻게 믿고 거액의 전세금을 맡기지'라며 깜짝 놀란다고 한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집주인에게 돈을 빌려주면 등기부등본에 근저당을 설정한다. 하지만 전세는 계약서밖에 없고 등기부등본에 아무것도 설정되는 것이 없다. 전세 계약 날짜보다 늦게 설정된 근저당의 경우도 경매에 넘어가면 순위에서 밀린다.
그래서 1981년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만들어졌다. 우리가 전세 계약을 하고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는 것은 바로 후순위 물권인 근저당에 이기기 위함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대항력(전입신고+인도·이사)과 확정일자를 받으면 우선변제권이 생겨 경매에 넘어가면 선순위(계약 날짜보다 먼저 설정된 근저당 등)에는 못 이기지만 후순위(계약일보다 늦게 설정된 근저당 등)에는 이긴다.
그래서 은행은 대출해줄 때 세입자가 먼저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대출을 안 해준다. 은행이 이자를 못 받으면 근저당 설정된 집을 경매에 넘기는데 먼저 들어온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으면 경매에 낙찰이 돼도 먼저 돈을 가져가니까 그렇다. 따라서 만에 하나 집주인이 주소를 잠깐만 빼달라고 하면 절대 빼주면 안 된다. 주소 빼줬다가 그 사이 은행에 돈 빌리고 근저당을 설정하면 바로 순위에서 밀려 버린다."

전세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발품을 팔아서 부동산 2~3곳 정도 방문해서 집값 시세와 전세 시세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전세금과 대출금 합이 집값 시세의 70%를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전세는 입지, 학군, 역세권, 브랜드 다 필요 없다. 오직 내 전세금 안전하게 돌려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최악의 경우 경매에 넘어갔을 때 내 전세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경매에 넘어가면 시세의 70~50% 수준에 낙찰될 가능성 높아서 가급적 전세금과 대출 합해서 집값의 70% 이하가 안전하다.
등기부등본을 계약할 때와 잔금을 치를 때 각각 열람해서 나보다 앞선 선순위 채권 있는지 확인하자. 혹시라도 은행이 근저당 잡은 것이 있거나 압류나 가압류 같은 것이 있으면 계약하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전입신고를 하고 이사한 후 확정일자를 바로 받아야 한다. 혹시라도 전세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하고 이사 가야 순위보전을 받을 수 있다.
전세 계약을 하고 나서 계약서 들고 보증보험 회사 가서 가입 가능 유무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가입이 어렵다고 하면 그 전세 계약을 무효화해야 한다. 이때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미리 보증보험에 가입이 안 될 시 본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특약사항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역전세나 깡통전세 및 전세 사기에 따른 보증금 미반환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선 전세 사기를 당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도 하고, HUG에서 운영하는 전세피해 지원센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에 전화 또는 방문해서 피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향후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시행되면 전세피해자가 신청 → 시·도가 기본 요건 조사 확인 → 피해지원위원회 심의 의결 → 국토부에서 피해자로 결정이 되면 특별법에 의거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본인이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지도 모르는 분들이 많고, 피해사실을 알았을 때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전세 만기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거나 내 전셋집 전세가율(집값 시세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70%가 넘는다면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보는 것이 좋다. 몇 차례 연락을 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면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고 전세 계약이 만기되지 않더라도 소송을 통해 경매로 넘길 수도 있다.
단, 경매에 넘기로 했을 때는 내가 얼마 가져갈 수 있는지 세금 체납, 선순위 권리, 집값 시세 등의 분석을 먼저 해야 한다. 변호사를 만나서 상담을 받아도 되고 특별법이 시행되면 피해 신청과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전세 시장이 없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데 어떤가.
"시장이 당장 없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처럼 ‘임대차=전세’라는 공식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당분간은 전세, 월세가 공존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점 월세로 갈 가능성 높다고 생각한다.
전세금액과 매매금액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매매금액과 전세금액 차이를 전세가율이라고 하는데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전세 사기 위험이 커진다. 지금처럼 전세 사기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신용이 바탕이 되는 전세제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존폐의 위기로 갈 수도 있다.
일단 아파트는 당분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데 빌라, 오피스텔은 월세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로 하반기에 정점에 도달할 역전세난을 해결할 방안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얘기해주신다면.
"우선 사기 범죄에 대해 처벌을 쉽게 하고 형량은 대폭 강화해야 한다. 시스템으로 전세 물건 위험을 걸러낼 수 있도록 계약 단계에서 중개사나 보증보험사에서 임대인 정보를 확인해서 사전에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 전세금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해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전세금을 특정 기관에서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세금 예치제도를 활용해 전세금의 30% 정도를 HUG나 특정 기관이 예치하고 집주인은 70%만 받고 30% 예치금에 대해서는 이자만 받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글 정유진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