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 사람들의 테킬라 사랑은 대단하다. 매년 7월 24일을 ‘테킬라의 날(National Tequila Day)’이라는 비공식 국경일로 지정했을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주류 연구 기관 IWSR(In ternational Wines and Spirits Record)에 따르면, 테킬라는 미국에서 보드카와 위스키를 제치고 지난해 증류주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이른바 슈퍼 프리미엄 테킬라다. 여러 부재료와 첨가제, 저렴한 주정을 섞어 쓰던 제품과 달리 100% 블루 아가베(용설란)를 사용하고, 수작업으로 만드는 등 완성도를 높였다. 이전의 테킬라가 빨리 취하기 위해 입안에 ‘탁’ 털어 넣던 술이라면, 슈퍼 프리미엄 테킬라는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술이다. 뉴욕의 유명 바(bar)에서는 클래식 칵테일 ‘맨하튼’이나 ‘올드패션드’에 버번위스키 대신 테킬라를 넣기도 하고, 우리보다 ‘혼술’ 및 ‘홈술’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테킬라 특유의 아가베 향을 이용해 하이볼에 넣어 즐기기도 한다.
지난해까지 주야장천 마시던 위스키가 싫증 났다면, 이제 테킬라를 주목해보자. 테킬라는 유독 여름과 잘 어울리는 술이고, 마침 이제 곧 여름이다.
1 Clase Azul Reposado | 웹 예능 프로그램 <서울체크인>에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들고 등장해 화제를 모은 테킬라. 멕시코 전통 수공예 도자기 보틀과 두드리면 청아한 소리가 나는 뚜껑 등으로 최근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8개월 동안 아메리칸 버번 배럴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덕분에 헤이즐넛·바닐라·아가베 시럽 등 다양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2 Patrón Silver | ‘페트론’이 테킬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확과 증류, 숙성, 제품 포장은 물론 병의 리본 장식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 부드럽고 깔끔한 맛으로 처음엔 살짝 과일 향이 맴돌다 매콤하게 마무리된다.
3 Cenote Añejo | 35년간 코냑을 블렌딩해온, 마스터 디스틸러 아르투고 푸엔테스(Arturo Fuentes)의 관리하에 만든 제품. 지금도 오크통 하나하나를 직접 맛보고 적절한 타이밍에 병입하는 정통 방식을 고수한다. 여느 테킬라에 비해 스모키한 풍미가 도드라지는 편. 달콤한 피니시가 기분을 좋게 한다.
4 1800 Cristalino | 전 세계 프리미엄 테킬라 판매 1위에 빛나는 ‘1800’의 신제품. 원액은 투명하지만, 의외로 아메리칸과 프렌치 오크통에서 16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쳤다. 이후 포트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6개월간 추가 숙성해 완성하는데, 덕분에 바닐라·견과류·시트러스 등 복합적 풍미를 자랑한다.
5 Volcan X.A |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 끝에 탄생한 결과물. 레포사도와 아네호, 엑스트라 아네호 등 다양한 에이징의 테킬라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 만든다. 그래서인지 맛과 목 넘김이 블렌딩 위스키처럼 부드럽다. 여느 테킬라에서는 느끼기 힘든 긴 피니시도 매력적이다.
6 Espolon Añejo | ‘에스폴론 아네호’는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최소 12개월 숙성 후 다시 유명 버번위스키 ‘와일드 터키’를 담았던 오크통에서 2개월간 추가 숙성한다. 덕분에 버번위스키처럼 스파이시 향과 캐러멜 향이 나는데, 여기에 구운 아가베와 말린 과일, 버터 스카치 맛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7 Jose Cuervo Reserva de la Familia® Extra Añejo | 호세 쿠엘보에서는 매년 ‘리제르바 델라 파밀리아’라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인다. 그 옛날, 호세 쿠엘보 가문에서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내놓던 술이다. 3년 이상 숙성한 엑스트라 아네호 테킬라와 30년 이상 숙성한 테킬라만을 블렌딩해 만드는데, 아가베 안쪽만 사용하기 때문에 풍미가 깊고 진하다. 보틀에는 제품 고유 번호와 함께 만든 날짜 등을 새겼다.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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