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는 최소 30년 이상 후발효 과정을 거쳐야 맛이 깊어진다. 30년 이상 후발효 된 보이차는 ‘마시는 골동품’으로 불리며 구하기조차 어려워 부르는 것이 값이다. 일반적으로 보이차의 가격은 매년 10~15% 복리로 계산된다. 중국 부호와 우리나라 보이차 애호가들은 희소성이 매우 큰 진품 생차인 노생차에 유독 관심이 많다. 고가이면서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손자가 마시는 차로 장기 숙성하면서 보관할 수 있는 유일한 차라고 할 수 있다.
보이차가 고가로 판매되는 이유
청나라 시대 황제의 전유물에서 청나라 말기인 1900년대에 보이차에 대한 중국 유산계급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1912년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이 들어섰지만, 1931년부터 시작된 중일전쟁,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내전 등으로 정치, 경제가 어려워졌다. 이후 1945년 일본이 항복한 후에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의 마오쩌둥 주석이 승리했다.
1949년 10월 마오쩌둥 주석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면서 유산계급들이 즐겼던 보이차 생산을 중단시켰다. 1966년 문화대혁명 때 유산계급의 탄압이 극에 달해 보이차 문화는 10년간 후퇴하기도 했다. 운남성 보이차산에서 농부들이 보이차를 만들 수 없게 되면서 차나무를 베어내고 바나나, 고무나무 등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홍콩, 대만에서 기존에 구입했던 보이차가 동이 나기 시작하자, 보이차의 가격이 급등했다. 1972년부터 일부 차창에서 보이차를 만들었지만 과거의 부귀를 누릴 수가 없었다. 또 생차(生茶) 대신 골동품화시킨 인공 숙차(熟茶)를 만든 뒤, 자연적으로 숙성된 숙차로 둔갑시켜 시장에 출시했다. 보이차 수출이 급증하자 대량 생산을 위해 산을 계단식으로 개간한 뒤 대지차를 육성 재배해 대량의 숙차 생산 기지를 만들었다.
홍콩·대만 사람들은 대부분 노생차와 차나무 수령 100년 이상 된 교목 고수 찻잎으로 만든 생차를 오랜 기간 묵힌 자연 숙차를 원했지만, 그 당시에 수출할 보이차는 하나도 없었다. 1973년 곤명차창이 습창발효 방식으로 악퇴발효숙차(渥堆醱酵熟茶), 즉 인공쾌속발효 보이차 제조 방법을 개발해 45일 동안 5년 이상의 노생차와 비슷한 숙차를 생산했다. 이때부터 보이차의 대명사로 인공적으로 만든 악퇴발효숙차가 떠올랐다. 이 기술은 중국의 국가기밀로 취급됐고, 이후에는 맹해차창, 하관차창, 보이차창에서도 악퇴발효숙차를 생산하면서 전통적인 숙성 생차는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2000년까지 중국에서는 보이차를 저장하는 것조차 사치였기에 노생차를 마시지 않았다. 홍콩, 대만에서 기존의 노생차를 마시던 사람들이 악퇴발효숙차의 향과 맛에 계속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 정부는 악퇴발효숙차만을 보이차로 고집했다.
2000년 이후부터 차나무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차나무에서 채집한 찻잎으로 고수 생차를 생산하면서, 전통 숙성 생차가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처음 악퇴발효숙차를 마셨던 사람들은 품질이 떨어지는 대지 찻잎으로 만든 악퇴발효숙차를 보이차로 잘못 알고 있었다. 수령 100년 이상 된 교목 고수차는 전체 보이차 생산량의 0.6% 정도로 시중에서 사기도 어려우며, 고가에 거래되기 때문에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 투자 가치 있는 보이차 구입 방법
보이차 품질을 선별해 구입하는 것은 전문가도 매우 어렵게 생각하지만, 몇 가지 유의사항을 알게 되면 가성비 좋은 보이차를 구매할 수 있다. 대기업형 차창에서 대량으로 생산한 보이차는 품질을 믿을 수 있지만, 대부분 대지차로 만든 생차 혹은 인공적인 악퇴발효숙차다. 고수차는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고가로 판매된다.
차 농부들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가문의 명예를 걸고 생산하는 보이차는 가성비가 좋으나, 첩첩산중의 차산까지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중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차창에서 구입한 보이차의 경우 턱없이 비싸지만, 대부분 가짜다.
운남성의 보이차를 생산하는 차창의 경우, 보이차 산지별로 보이차 가격이 다르다. 보이차는 만드는 기술과 계절의 차이로 인해 맛에 차이가 생긴다. 또한 고수차(차나무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집한 차), 소수차(차나무 수령이 100년 이하 된 차나무에서 찻잎을 채집한 차), 단주(수령 300년 이상의 차나무 한 그루에서 채집한 차) 중 어디에 속하는지에 따라 품질과 가격이 각각 다르다.
보이차의 진위를 속이는 방법으로는 산지와 차나무 수령을 거짓으로 말하는 경우, 값싼 찻잎에 비싼 보이차 산지의 찻잎을 섞어 비싼 산지의 이름으로 판매하는 경우 등이 있다. 고수차에 대지차(계단식으로 밭을 개간해 차나무를 재배한 대지차 혹은 재배차)를 병배해 고수차로 둔갑시킨 뒤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악퇴발효숙차’를 오랫동안 숙성시킨 ‘진년보이생차’라고 속여 판매하기도 한다.
보이차를 구입할 때 개인 차창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일정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보이차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믿고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대기업형 차창은 품질 면에서 장점이 많지만, 단점은 전통적인 수작업이 아니라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대량으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이차 품질 연구소를 운영해 맛과 향,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다. 교목 고수차보다는 대지차 생산에 중점을 둔다. 그러므로 해발 1600m 이상의 높은 지역에서 채집한 교목 고수차보다는 해발 1000m 이하에서 재배되는 대지차로 병배해 보이차를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정한 맛과 향의 품질을 엄격하게 규정해 상품을 생산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전통 보이차 규정에서 벗어난 가짜 보이차다.
특히 대기업형 차창에서 생산하는 100% 순료로 제다(차나무의 싹과 잎, 줄기를 공정해 차로 만드는 기술)한 교목 고수차는 브랜드 가치 때문에 농가보다 4배, 개인 차창보다 2배 이상 고가로 판매된다. 현재 중국에서 보이차를 생산하는 10대 대기업형 차창으로는 대익, 운채칠남, 합화창, 진승호, 용윤, 임창고차, 중차, 하관, 맹고용씨, 노동지 등이 있다.
반면 개인 차창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1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교목 고수차의 찻잎을 채집한 뒤, 전통적인 보이차 제다 방법을 재현해 수작업으로 만든다. 맛과 품질 면에서 매우 우수하고 100% 순료를 사용한다. 대신 생산량이 적으며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 차장의 경우 정부로부터 ‘S’ 마크를 취득한 신뢰할 수 있는 차창을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차농이 직접 만든 보이차를 구입할 때 높은 품질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경우가 있다. 다만 이런 상품은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보이차를 구입할 때는 유명한 차산인 만송, 괄풍채, 박하당, 노반장, 빙도, 석귀 등의 순료로 제다한 중국 10대 차창의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 신뢰할 수 있는 양심적인 보이차 전문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려면
필자가 13년 동안 운남성 차산 마을을 매년 두 차례 이상 다니면서 연구한 ‘진짜 보이차를 구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중국 정부가 제정한 보이차의 정의를 벗어나면 가짜다. 2008년 12월 1일 중국 정부에서 보이차 지리표지산품보호관리법 국가표준조례를 발표하고, 2009년에 시행할 때 조례 세칙에 ‘보이차란 보이차 산지 환경 조건에 부합하는 운남 대엽종 찻잎으로, 햇볕에 말린 쇄청모차를 특정 가공 공정을 거쳐 만든 독특한 품질의 차’로 명시했다.
보이차 산지는 운남성 북위 21~25도, 동경 30~38도 지역으로, 해발 800~
2300m의 산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 범위를 벗어난 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들면 보이차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같은 운남성에 속해 있지만 곡정시, 소통시, 여강시의 3개 시 그리고 노강주, 적경주 2개 주에서 생산되는 보이차는 가짜다.
보이차의 원료인 찻잎도 운남성의 대엽종(찻잎 크기가 10cm 이상)이 아니면 가짜다. 운남성에 소엽종(찻잎의 크기가 10cm 이내)이 약 10% 정도 생산되는데, 이 소엽종의 보이차도 가짜다. 의방, 만송 등의 산지에서 ‘소엽종’은 찻잎이 대엽종 중에서 ‘작은 찻잎’이라는 뜻이다.
보이차를 만드는 건조 공정에서 만약 자연 햇빛에 말리지 않으면 가짜다. 대기업 차창에서 대량 생산이 되거나 여름철 우기에 홍배기를 사용해 말린 것, 건조기에 넣었다가 비닐하우스에 말린 것도 가짜다. 운남성의 자연 햇볕에 말린 쇄청모차가 진짜이며, 솥 혹은 기계 열풍의 홍배기를 사용해 말리면 운남녹차, 건조기에 넣었다가 비닐하우스에서 말리면 반쇄청모차라고 부른다.
둘째, 지역명과 쇄청모차의 원료를 속이면 가짜다. 보이차는 운남성의 다양한 지역에서 찻잎을 채집해 생산한다. 차나무는 원시형 야생차나무, 재배형 야생차나무, 원시형과 재배형의 특징을 가진 과도형 야생차나무, 문화대혁명 이후에 심은 대지형 차나무가 있다. 학문적으로 야생차나무는 원시형 차나무를 의미하지만 운남성의 과도형 야생차나무는 수령이 오래되면 고차수, 노차수라고 지칭한다.
전통적인 보이차는 교목형 차나무, 반교목형 차나무로 해발 1600~2700m에서 자라며, 대지형 차나무는 해발 600~1000m에서 자란다. 교목형 혹은 반교목형 차나무 수령 100년 이상 된 찻잎으로 보이차를 만들면 포장지에 산지를 표시하고, 마을 이름까지 표기해야 한다.
보이차 산지는 서쌍판납의 신(新)·구(古) 육대차산으로 구분한다. 구 육대차산은 이무 지역을 중심으로 유락, 의방, 망지, 만살, 혁등, 만전이다. 신 육대차산은 맹해 지역 중심으로 포랑산, 남나산, 남교, 맹송, 경매, 포랑, 파달, 하개, 파사, 만노 마을이다.
현재 최고의 보이차는 이무 지역의 만송·괄풍채·박하당, 맹해 지역의 노반장, 임창 지역의 빙도·석귀 마을 등에서 생산된다. 4대 보이차는 만송, 노반장, 빙도, 석귀 보이차다.
교목형 고차수에서 찻잎을 채집해 만든 보이차의 공급이 부족해졌다. 이에 운남성 국경 지대인 미얀마의 찻잎, 최근 개간한 차밭에서 생산되는 대지차의 찻잎을 교목형 혹은 반교목형 고차수 찻잎과 병배한 후에 특정 지역의 교목형 혹은 반교목형 보이차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생산 지역을 속였기 때문에 가짜로 분류한다.
예를 들면 보이차의 포장지에 구 육대차산 중 이무 지역의 ‘낙수동(落水洞)’ 마을로 표기됐는데, 내용물은 낙수동에서 채집한 찻잎이 아닌 경우도 물론 가짜다. 포랑산의 노반장 보이차는 워낙 고가여서 노반장 차산의 찻잎을 10%, 신반장 혹은 반분 차산의 찻잎을 90% 혼합해 노반장으로 파는 경우도 많은데 모두 가짜다.
교목형 고수차일지라도 지역을 속이거나, 대지차를 교목형 고수차로 속이거나, 원료를 속이거나, 원산지를 속이면 가짜다. 특히 만송 보이차는 1년에 25kg밖에 생산되지 않으므로 만송 고수차라고 하면 진위를 의심해야 한다. 보이차의 찻값은 산지별로 가격이 형성되므로 산지 차 가격보다 낮거나 터무니없이 비싸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차와 숙차의 발효 방법을 속이면 가짜다. 보이차는 후발효를 거치면서 특유의 맛과 향을 갖게 되고, 오랫동안 보관할수록 희소가치가 있어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보이차의 후발효 방법은 두 종류로 구분하는데, 생차가 장기간 스스로 자연 발효하면 ‘자연완만발효차’ 혹은 ‘자연발효차’라고 한다. 인위적인 악퇴 과정을 거쳐 쾌속 발효시킨 악퇴발효숙차는 ‘인공쾌속발효차’, ‘인공발효차’이며 ‘숙차’로 통칭한다.
고차수의 찻잎을 채집해 만드는 전통 보이차는 ‘고수 생차’로,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숙성돼 짙은 밤색과 함께 다양한 맛과 향을 갖게 된다. 세월이 오래된 생차는 ‘노생차’라고 한다.
중국은 대약진운동 기간에 야생차나무밭을 개간해 차나무도 심고, 찻잎을 채집하기 쉽도록 해마다 가지치기도 시행했다. 이때 재배된 차나무를 야방차 혹은 황지차라고 한다. 그 후 1980년대에는 더 많은 찻잎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평지와 산 경사면에 계단식 차나무밭을 조성한 대지차는 일조량이 많아 찻잎은 떫은맛이 강하고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pigallocatechin gallate·EGCG)가 많다. 대지차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미생물을 이용해 연구·개발한 것도 ‘인공쾌속발효법’으로 생산한 악퇴발효숙차, 즉 ‘숙차’다.
넷째, 저장 연도, 즉 빈티지를 속이면 가짜다. 과거 중국에서는 보이차를 장기간 보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최근 오랫동안 저장된 보이차일수록 인기가 많고 고가품으로 취급받게 되면서 보이차의 저장 연도 즉, 빈티지를 속이는 가짜가 많다.
보이차는 저장 기간에 따라 5년 보이차, 10년 보이차, 20년 보이차, 30년 보이차 등으로 구분하고, 보이차를 일정 기간 저장해 보관하면 ‘진년 보이차’라고 한다. ‘진년’이란 해가 묵었다는 뜻으로 영어로 빈티지(vintage)를 말한다. 일부에서는 부지년, 원년, 특급진장 등으로 부른다. 진년 보이차를 지칭하는 용어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노차’이며, ‘보이노차’는 통상적으로 생차를 자연 완만 발효한 차다. 생차는 ‘노생보’라고도 하며, 인공으로 강제 발효시킨 인공쾌속발효차인 숙차는 ‘노숙보’라고 한다.
2000년 이전에 만든 보이차 중에 특히 호자급이나 인자급 등 이른바 골동보이차를 ‘노차’라고 부르며, 가격은 최소 2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 일반적으로 생차의 경우 100년 이상 저장이 가능하므로 저장 연도를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투자 가치가 있는 보이차를 구별하거나 구매할 때는 보이차 지식 정보가 중요하므로 보이차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글·사진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