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자연재해 최악 전망...경제적 손실은
올해 세계 각국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에 큰 곤욕을 치를 전망이다. 대형 산불, 이상 고온, 슈퍼 엘니뇨 등 역대급 자연재해가 줄지어 예측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지구온난화의 역습에 전 세계적인 경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캐나다 전역에서 타오르는 산불 영향에 미국 동부 지역은 오렌지색 연기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이 때문에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각국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유엔 본부 건물조차 볼 수 없게 된 것은 이런 노력이 실패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럭키 트랜 미국 분자생물학자가 캐나다의 대규모 산불과 이에 따른 미국 전역의 연기 피해 사태를 보고 트위터에 올린 글의 일부다. 실제로 캐나다의 대형 산불로 미국 북동부와 중부 지역의 대기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졌다. 이 때문에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1억 명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기오염 경보’를 발령했다. EPA는 대기질지수(AQI)가 151 이상일 때 모든 사람의 건강에 안 좋은 수준으로 보고 경보를 내린다. 이에 따라 미국 국민들 중 상당수가 야외 활동을 중지했고,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는가 하면 항공기 운항이 금지되기도 했다.

AQI는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농도에 따라 대기질을 0에서 500으로 수치화해 녹색→노랑→주황→적색→보라→적갈색 6등급으로 구분한다. 미국 수도인 워싱턴 DC의 시 정부는 6월 8일 AQI에서 두 번째로 나쁜 보라색(purple) 경보를 발령했다. 보라색 경보는 AQI가 201∼300을 말한다. 연령이나 호흡기 질환 여부와 무관하게 모두의 건강에 매우 해로운 대기 상태를 의미한다. 시 정부는 시민들에게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밖에 나갈 경우 마스크를 쓸 것을 당부했다.

뉴욕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AQI가 364까지 치솟아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최악의 대기질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AQI가 300이 넘으면 최악인 위험 단계에 해당한다. 천식이나 심혈관 질환 등이 있는 환자나 임산부, 노인은 자칫하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외출을 중단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999년 EPA가 대기질 측정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버몬트,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캔자스, 버지니아, 조지아,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15개 주에서 미세먼지와 연기로 대기질이 위험 수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미국 전역이 이처럼 캐나다의 대형 산불에 몸살을 앓으면서 기후변화가 지구촌의 최대 위험요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캐나다에선 이미 산불 때문에 전국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4월 말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에서 시작한 산불은 지난 5월 말 동부 노바스코샤주와 퀘벡주 등으로 확산됐고,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이렇게 산불이 확산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 6월 9일 기준으로 산불로 인해 4만㎢가 잿더미가 됐다. 한국 국토 면적의 40%가 불에 탄 셈이다. 또 산불로 곳곳에서 도로, 주택, 고압 송전선 등이 파괴됐고, 퀘벡주 주민 2만여 명 등 캐나다 전역에서 12만여 명이 대피했다. 주요 원유 생산지인 앨버타주의 석유·가스 생산도 타격을 입었다. 특히 이번 산불로 온실가스 5480만 톤 이상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한 달치가 산불 한 번에 발생한 셈이다.

캐나다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올해 산불 피해는 지난 10년 평균보다 13배나 더 심각하다. 산불은 오는 8월까지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산불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 산불 때문에 발생한 연기와 미세먼지가 미국은 물론 대서양을 건너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상공으로 이동했고, 4600㎞ 떨어진 노르웨이 상공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구촌 자연재해 최악 전망...경제적 손실은
대형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유독 기승을 부리는 캐나다 산불의 원인으로 덥고 건조해진 환경을 꼽고 있다.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토양의 수분 함유량이 감소해 산불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앤서니 테일러 캐나다 뉴브런즈윅대 연구원은 “올해 캐나다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역대급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봄이 지속됐다”며 “특히 산불이 크게 번진 동부 지역에선 봄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또 대기오염으로 지구온난화가 덥고 건조한 환경을 확산시켰다고 밝혔다. 퀘벡 지역에선 올해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눈이 녹았는데, 예년보다 상승한 기온이 눈이 녹는 시기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피유쉬 자인 캐나다 산림국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덥고 건조한 극한 환경을 조성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산불로 인한 연기가 북극 상공으로 이동하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기가 눈과 얼음 표면에 그을음을 가해 어두운 색으로 변하면, 더 많은 열이 흡수되기 때문이다.

니콜라오스 에반젤리오 노르웨이 기후환경연구소(NILU) 선임연구원은 “지난 수십 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고위도 지역의 화재가 증가하면 북극 지역에 더 많은 그을음이 생길 것”이라면서 “열이 흡수되면서 기온이 오르면, 다시 북반구 지역에서 더 강하고 잦은 산불이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선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시베리아 기온이 30도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지 않은 6월에 40도에 가까운 폭염이 밀려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 세계 극한 기온을 추적하는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 박사는 6월 3일 시베리아 튜멘주의 얄루토롭스크 기온이 역대 최고인 37.9도를 기록했으며, 6월 7일 알타이주 주도 바르나울의 기온이 38.5도, 알타이주 도시 바예보의 기온이 39.6도까지 치솟는 등 시베리아 곳곳에서 역대 최고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에레라 박사는 “이런 폭염 기록이 세워진 것은 50∼70년 만”이라면서 “폭염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새로운 기록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폭염의 주범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오마르 바두르 세계기상기구(WMO) 기후감시정책국장은 “시베리아는 지구상에서 극한 고온의 강도 증가가 가장 빠른 온난화 지역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폭염이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을 녹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구동토층은 월평균 기온이 0도 이하인 달이 반년 이상 지속돼 영구적으로 얼어붙어 있는 상태의 땅을 말한다. 러시아의 경우 영토의 65%가 영구동토층으로 분류된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량으로 배출된다. 지구온난화가 동토를 녹이고, 녹은 동토가 다시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악순환으로 기후변화의 속도를 점점 빠르게, 예측불가의 영역으로 만든다. 특히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최소 20배 이상이어서 지구온난화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엘니뇨로 전 세계 3조 달러의 경제 손실 전망

전 세계 저명한 과학자 50명은 6월 8일 발표한 과학저널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에서 “2013~2022년 10년간 지구 온도가 0.2도씩 상승하는 등 지구온난화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사상 최고치를 매번 경신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온난화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2010~2019년 세계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53기가톤(이산화탄소 환산톤)인 반면 2012~2021년까지의 10년은 54기가톤으로 증가했다. 1초에 17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더구나 2013~2022년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로 기온 폭이 산업화 이전보다 1.14도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억제할 확률을 5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도 500기가톤(2020년 IPCC 보고서)에서 올해 초 기준으로 250기가톤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피어스 포스터 영국 리즈대 교수는 “앞으로 10년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어떤 조치와 결정이 내려지는지에 따라 기온이 계속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여름에는 또 엘리뇨 때문에 상당한 자연재해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가 이르면 오는 7월 말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엘리뇨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MO는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7월 말 60%, 9월 말까지 80%라고 추정했다.

윌프란 모우포우마 오키아 WMO 지역기후예측담당 부장은 “엘리뇨는 전 세계적으로 날씨와 기후 패턴을 바꿀 것”이라며 “앞으로 2년 내 지구 기온이 심각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엘리뇨 현상은 전 세계적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일부 지역의 가뭄과 폭우 등 이상 기후 등을 원인으로 평균 2~7년마다 발생하며 보통 9~12개월간 지속된다.

엘리뇨는 지난 2018~2019년을 끝으로 한동안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엘리뇨의 반대격으로 5개월 이상 저수온 상태를 유지하는 라니냐 현상이 2020년부터 올 초까지 지속됐다. WMO는 이 기간 라니냐의 냉각 효과에도 지난 8년간 평균 기온 중 가장 따뜻했으며 라니냐가 없었다면 온난화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세계는 이제 엘니뇨의 발전을 대비해야 한다”면서 “엘니뇨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와 결합해 지구 온도를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올해 들이닥칠 엘니뇨는 역대 네 번째 ‘슈퍼 엘니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높은 경우를 슈퍼 엘니뇨라고 분류하는데, 미국 지구물리유체역학연구소(GFDL), 미국 해양대기연구소(COLA), 호주 기상청 등의 예측 모델이 올여름 이후 슈퍼 엘니뇨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상 관측이 현대화된 1950년대 이후 슈퍼 엘니뇨는 1982~1983년, 1997~1998년, 2015~2016년 등 딱 3번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다가올 네 번째 슈퍼 엘니뇨가 역대 최악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슈퍼 엘니뇨가 현실이 되면 기상 이변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 민감한 천연자원이나 식료품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이 엘니뇨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도 높이고 해군의 군사 작전을 바꾸게 하는 등 엘니뇨는 막대한 파급력을 가진 기상 현상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진은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202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3조 달러(4000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슈퍼 엘니뇨에 따른 이상 기후로 무엇보다 식량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보인다. 날씨 변화로 농산물 출하량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첫 번째 슈퍼 엘니뇨 시기였던 1982년 9월부터 1년 사이 옥수수 가격이 44.7% 급등했다. 대두(47.5%), 대두유(65.1%), 소맥(10.6%) 등의 가격도 급상승했다. 올해도 슈퍼 엘니뇨 탓에 농산물 생산이 큰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딜립 마발란카르 인도 공중보건연구소장은 “엘니뇨가 인도의 몬순(계절풍)을 방해하면 농업에, 결국에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무튼 기록적인 폭염, 이상 고온에 산불·폭우, 홍수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엘니뇨까지 겹치면서 올해엔 자칫하면 최악의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각국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자연재해 등 각종 재앙에 대비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글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