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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수면무호흡증, 그냥 놔두면 병 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성인의 5~20%가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그 위험성을 간과하는 사람이 많다. 잠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심장과 뇌도 병들게 한다. 낮에 졸림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산소에 민감한 장기인 심장과 뇌에도 병을 만든다. 수면무호흡증 어떤 질환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코골이·수면무호흡증, 뇌·심장에 직격탄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잠잘 때 상기도(코 안·입천장·편도·인두·후두 등)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나타난다. 상기도가 좁아지면 코골이, 아예 막히면 수면무호흡증이다. 문제는 호흡이 제대로 안 되면서 우리 몸의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심혈관 질환, 뇌졸중, 당뇨병 같은 온갖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산소에 민감한 장기인 심장과 뇌가 가장 위험하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수면무호흡증 환자 1552명을 대상으로 18년간 관찰한 결과, 수면무호흡증이 심할수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10년까지는 큰 차이가 없다가 10년이 지나면서 심혈관 질환 발생에 급격한 차이를 보였다.

수면무호흡증은 혈액과 혈관을 노화시킨다.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연구팀이 수면무호흡증 환자 20명과 수면무호흡증이 없는 20명을 대상으로 혈액 2㎖를 뽑고 혈액 세포의 노화도를 측정한 결과, 수면무호흡증 그룹이 정상 그룹에 비해 혈액 세포의 노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에서도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난다. 학계에 따르면 유병률은 1~4% 정도다. 소아가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등이 생길 수 있다. 절반 미만에서 얼굴이 길어지고 입천장이 좁아지는 얼굴형의 변화도 생긴다.

수면무호흡증 어떻게 진단할까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4단계로 분류한다. 단순 코골이→경증 수면무호흡증→중등도 수면무호흡증→중증 수면무호흡증이다. 중등도 이상이면 치료가 필요하다. 자가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자는 동안 온몸에 센서를 붙여 뇌파, 근전도, 심전도, 호흡, 혈액 내 산소 포화도 등을 확인하고, 자는 동안 호흡이 얼마나 자주 끊기는지, 얕은 수면, 깊은 수면, 꿈꾸는 수면 등이 적절히 잘 이뤄지는지 알아보는 검사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돼 20%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 수면다원검사는 코골이, 주간졸음 증상이 있으면서 해부학적으로 기도 폐쇄가 있거나, 고혈압, 당뇨병, 고도비만, 심장병, 뇌졸중 환자에 한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 잠잘 때 10초 이상 숨을 멈추거나 숨이 줄어든 횟수가 1시간에 5~14회면 경증 수면무호흡증이고 15~29회면 중등도 수면무호흡증, 30회 이상이면 중증 수면무호흡증 상태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양압기’
수면무호흡증을 진단을 받았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양압기다. 양압기는 마스크 형태로 된 기기로, 얼굴에 쓰면 공기가 나오면서 좁아진 기도를 열어준다. 잘 때 불편해 환자가 적응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양압기는 과거 150만~400만 원을 들여서 구입을 해야 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한 달에 3만8000~6만3000원 지불하면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양압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10 이상이면서 △불면증 △주간졸음 △인지기능 감소 △기분장애 중 하나에 해당하거나,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5 이상이면서 △고혈압 △빈혈성 심장 질환 △뇌졸중 기왕력 △산호포화도 85%에 해당해야 한다. 또 직전 처방 기간 동안의 일평균 기기 사용 시간이 2시간 이상이어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목젖을 잘라 기도를 넓히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다만 수술은 수면무호흡을 유발하는 확실한 해부학적 문제가 발견됐을 때 시도한다. 수술은 한번에 치료가 되는 장점이 있지만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명확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될 때 수술을 해볼 만하다.

수술 없이 고주파로 혀 등 점막을 지져 조직을 축소, 공기 통로를 넓혀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역시 재발 위험이 있다. 소아의 경우는 턱 교정 장치를 쓰거나 혀·입술 근육 운동을 한다. 혀·입술 운동을 해서 근육의 힘이 길러지면, 혀뿌리가 뒤로 밀려들어가 기도를 막을 위험이 줄어 수면무호흡증이 개선된다.

체중 조절 등 생활 속 관리도 매우 중요
수면무호흡증은 예방과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살이 찌면 기도 주변과 혀에 지방 조직이 증가해 기도가 좁아져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체중이 10% 증가하면 수면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6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도 좋지 않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점막이 부으면서 기도가 좁아지고 중추신경계에서 호흡 중추를 억제해 수면무호흡증이 심해진다. 일평균 한 잔의 술을 마시면 수면무호흡증 위험도가 25% 증가한다. 니코틴 역시 기도 근육을 약화시켜 기도를 좁게 만들어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이 된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 방지 기구, 효과 제한적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의 건강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시중에 다양한 코골이·수면무호흡증 기구들이 팔리고 있다. 콧구멍을 넓히는 비강확장기, 잘 때 입이 벌어지는 것을 막는 코골이 밴드·테이프, 아래턱을 앞으로 나오게 해 기도를 넓히는 구강 내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구들은 1만 원 미만부터 수십만 원까지 가격도 다양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증상 개선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콧구멍 속에 장치를 꽂아 사용하는 비강확장기는 콧속 숨 쉬는 통로인 비밸브를 넓혀서 숨 쉬는 것을 원활하게 한다.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은 주로 혀 뒤쪽과 목젖, 편도 등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닫혀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작 넓혀야 할 부위를 넓히지 못해 큰 도움이 안 된다.

잘 때 입 벌림 방지 밴드나 테이프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코골이·수면무호흡증은 기도의 문제지 입이나 코의 문제가 아니다. 기도 문제로 입을 벌리고 자는데, 원인 해결을 안 하고 입만 닫게 한다고 증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구강 내 장치는 아래턱을 6㎜ 정도 앞으로 나오게 한다. 아래턱이 앞으로 나오면 기도가 넓어져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치과 등에서도 코골이·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구강 내 장치를 처방한다. 다만 장치는 개인 맞춤형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구강 내 장치는 매일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것을 사용하면 턱관절 장애가 생기거나 치아 손상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의사가 주기적으로 장치를 교정하고 부작용을 점검해야 안전하다.

글 이금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