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희 광물자원산업협회 회장
바야흐로 광물이 돈이 되는 세상이다. 뉴스마다 치솟는 광물 가격 기사로 도배가 되고, 광물 안보 위협론까지 쏟아지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여전히 묘연해 보이는 실정이다.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광물 투자가 국가 비즈니스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들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세계적인 부호들은 늘 시대를 한발 먼저 읽었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에 투자할까’라는 상상 말이다.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 비결도 사람들의 이러한 상상을 제대로 자극했기 때문일 터다. 하지만 과거는 누구도 돌아갈 수 없는 법. 미래의 부를 축적하는 방법은 결국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데이터를 통해 가장 가치 있는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20세기 후반에 세계 경제와 국가 분쟁의 중심에 석유가 있었다면, 21세기엔 반도체가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반도체와 더불어 광물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연기관 자동차 보급을 줄이고 전기자동차(EV) 확대를 추진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2차전지에 주목하며 리튬, 니켈 등 배터리 관련 광물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에는 핵심 광물 수요가 2020년 대비 리튬은 42배, 코발트 21배, 희토류는 7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우리 정부도 팔을 걷어부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33종의 핵심 광물을 선정했고, 반도체·2차 전지 등 첨단 산업 공급망 안정화에 필요한 10대 전략 핵심 광물인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과 세륨·란탄·네오디뮴·디스프로슘·터븀 등 희토류 5종을 집중 관리한다.
핵심 광물의 글로벌 광산 지도와 수급 지도를 개발하고,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해 공급망 리스크도 사전에 감지한다. 핵심 광물 비축일수도 기존 54일에서 100일로 확대해 핵심 광물 전용 기지를 신설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추진하고, 긴급 상황 시 8일 내 수요 기업에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신속방출제를 도입해 수급 충격에 적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이 광업권을 취득하기 위해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이것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나날이 핵심 광물 수급을 둘러싸고 나라 간 치열한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광물 안보를 우려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30여 년 넘게 이 분야를 파고든 정강희 광물자원산업협회장은 국내 광물 시장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었다. 약 30년간 광업에 종사하면서 광물 처리·취급 장비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국내 중소 광업 기업들을 회원사로 하는 광물자원산업협회를 설립했다. 기존 광업 기업 단체인 해외자원개발협회가 대기업과 공기업을 위한 활동에 치우치고, 중소·중견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향후 미래 먹거리는 ‘광물 투자’에 있다고 확신하면서도 작금의 정부 행보만으로는 우리나라가 광물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정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10년간 광물 시장을 평가해주신다면요.
“나날이 기후변화에 따른 청정 에너지 기술은 필수 광물 수요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광물의 경우 2010년대 중반까지는 전체 수요에서 청정 에너지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지만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요. 에너지 전환은 이미 일부 광물에 대한 총 수요 증가의 주요 원동력입니다. 2015년 이후 전기차와 배터리 스토리지는 가전제품을 넘어 리튬의 가장 큰 소비자가 됐으며, 현재 총 수요의 30%를 차지합니다. 각 국가들이 기후 목표를 강화함에 따라 청정 에너지 기술은 대부분의 광물에 대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 부문이 될 것입니다. SDS에서 2040년까지 구리와 희토류는 40% 이상, 니켈과 코발트는 60~70%, 리튬은 거의 90%까지 총 수요에서 이들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광물 투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광물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모든 산업을 연결하는 것 중 하나가 천연자원(광물)입니다. 강철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으며, 의료는 은의 방부성 없이 기능하기 힘듭니다. 농업도 칼륨의 비료 특성 없이는 재배할 수 없습니다.
광물은 지구상 모든 산업의 중추이며 공급이 부족할 때 수요는 증가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필요성과 함께 배터리 금속(리튬·니켈·코발트·흑연·구리·희토류)을 사용하는 전기차가 발전하고 우라늄에서 탄소중립 에너지가 부상하고 있기에 광물 투자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는 세계 인구 증가의 결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함에 따라 1인당 천연 자원 소비도 늘어나죠. 이러한 수요 증가와 한정된 공급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공급 감소 = 이익 증가’인 셈이죠.” 한국광물자원산업협회는 어떤 곳인가요.
“한국광물자원산업협회는 해외 자원 개발 및 광물 무역에서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관계된 기업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본 협회는 광산 개발, 광물 거래, 금속 리사이클링 등에 관련된 회원사 및 회원들에게 국제 원자재 시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분석해 협회 홈페이지 및 협회 네이버 공식 카페에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 원자재 시황에 대한 정보가 약하고 접하지 못하는 광물 투자 기업 및 광업 기업 주식 투자자를 위해서 국제 광물(금속) 가격에 대한 시장 동향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협회는 ‘돈을 벌자’와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투자 가치가 높은 광물을 꼽자면요.
“배터리 광물 쪽에서는 리튬, 구리, 니켈, 코발트, 흑연, 알루미늄, 망간, 희토류, 바나듐, 주석, 탄탈륨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리튬은 대표적으로 2차전지의 원료로 잘 알려져 있고, 에너지 저장 시스템인 ESS 산업에 핵심적인 광물로서, 앞으로의 에너지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물입니다. 니켈의 경우, 배터리와 연료전지 소재에 사용되고, 배터리의 성능과 용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원료이자 촉매에 필요한 광물로서 그 수요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4차 산업 핵심 광물로는 텅스텐을, 그 외 플래티넘, 팔라듐도 투자 가치가 높습니다.”
그야말로 자원전쟁 시대인데 지금 국내 광물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수십 년간 전 세계 광물 시장을 보면서 관련 전문가로서 답답한 적이 많았습니다. 항상 뉴스에서 이른바 광물 안보나 투자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치열한 자원 개발 경쟁에 한국이 다시 뛰어든다’는 식의 정부 측 입장이 뒤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국내에서 개최하는 각종 자원 관련 세미나에 참가했지만 실상 그 절실함을 피부로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통상 광물 수급은 해외 자원 개발에 대기업(메이저)의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데 대기업의 자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돌아오는 답은 ‘자원 개발에 참여가 진행되는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도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자원 개발을 부상시키고 있지만 저희가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미지근하기만 합니다. 말만 있을 뿐 현실적 대안이 부재한 상황이죠.”
해결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결국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관련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에 있다고 생각해요. 해외 자원 개발 및 원자재 무역의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에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죠.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만이 구축한 정보가 많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부족해 직접 광산 개발 및 원자재 확보를 할 수 없기에 정부와 대기업이 협력해야 하지만 상호 간 대화가 잘 안 되는 현실이에요. 따라서 정부 부처가 나서서 중소기업의 광물(금속) 정보를 검토해 직접 원자재 구매를 유도해야 한다고 봐요.
실제로 광산 개발은 생산까지의 기간이 오래 소모됩니다.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 걸려요. 그렇지만 광물 확보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중소기업의 정보로 인해서 빠르게 할 수 있죠. 가령, 아프리카나 남미 등에서는 많은 현지 원주민들이 원시적으로 채굴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국가는 원주민들의 삶을 위해 불법 채굴에 대해서 눈을 감아주고 있는 곳도 상당히 많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런 곳에 현금을 제시하면서 원주민들에게 싼 가격으로 구매하고 있어요. 그러나 현장에서는 한국 바이어는 전혀 볼 수가 없습니다. 물론, 불법 채굴 및 거래는 결코 해선 안 되지만, 적어도 아프리카 및 남미 현지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광물 거래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에 정보 확보를 위한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의 광물 자원 산업 운영과 한국이 벤치마킹할 사례가 있나요.
“가까운 일본만 봐도 정부가 광물 지원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어요. 일본은 지난해 8월부터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시행해 11개 특정중요물자에 대해 해외 의존도를 완화하면서 5000억 엔 규모의 기금도 신설했습니다.
특히 일본은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독립된 위원회로 설치해 운영 중인데 정권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자원 개발 추진이 가능하죠. JOGMEC는 출자·채무 보증을 통해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을 지원하고 있어요. 가령, 리튬의 경우 부존량이 0.006%에 불과하며, 코발트의 경우 채산성이 낮아 콩고민주공화국으로부터 대부분 생산·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 경우 결국 기술 개발을 통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는데 일본의 경우 2010년 JOGMEC가 종합상사인 소지쓰와 공동으로 2억5000만 달러를 호주 희토류 생산 업체 라이너스에 출자하고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산업용 모터, 희토류 사용량을 반으로 줄인 자석 개발에 성공하면서 대중국 희토류 의존도를 2008년 90.6%에서 2020년 57.5%까지 줄이기도 했죠.”
광업 사업 관련 직업 및 비즈니스는 어떤 것이 있나요.
“자원 개발만 보면 지질학(타당성 조사·탐사), 광산개발(토목), 선광엔지니어(정광 처리), 광산 인공지능(AI) 분석, 광업빅데이터분석가 등이 있습니다. 또한 원자재 무역 관련해서는 광물(금속)무역거래(셀러 전문가·맨데이트 전문가·바이어 전문가), LC 거래 전문가(금융), 중개무역 전문가 등의 전망이 밝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광물 자원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시자면요.
“광물(금속) 확보가 미래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는 자원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이 협력해야 이뤄낼 수 있죠. 광물 확보가 안 되면 국가 산업 발전과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며, 이는 곧 국민들 삶에 행복지수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광물자원산업협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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