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800만 시대, 펫보험 활성화는 농림축산식품부가 6월 발표한 ‘2022년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2만 가구에 달해 전체의 25.4%를 차지했고, 반려동물 추정 개체 수는 799만 마리로 집계됐다.
반려인구는 이미 1500만 명 수준인데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도 더불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양육비 부담으로 인해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는 등 사회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펫보험 활성화를 제시했지만 시장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충돌로 펫보험이 안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를 중심으로 펫보험을 넘어 보호자의 사후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 상품까지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시장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대한수의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이에 반려동물 케어 시장에 대한 진단과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금융위원회, 반려동물 진료 표준화 등 추진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펫보험과 관련 기관 및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그동안 각계에서 검토·연구된 펫보험 활성화 추진 과제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고, 학계와 업계의 폭넓은 의견을 청취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펫보험 활성화와 관련한 관계기관 및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제도 개선 방안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안에 다빈도 진료항목 60개에 대한 진료 표준화를 추진하고, 2024년까지 총 100개 항목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진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 등 펫보험 활성화 기반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세미나 발표 및 논의 내용을 토대로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기관 간 협력을 통한 반려동물 등록·진료항목 관련 인프라 개선 △수의 업계와 보험 업계의 제휴 등에 기반한 협력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보험 업계, 동물병원 진료비 불신 지적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4월 동물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펫보험 활성화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현재 시장이 커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성토했다. 바로 동물병원별로 진료비 격차가 크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 불투명한 진료비에 대한 반려인들의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또 반려동물보험이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고,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도 증가 추세지만 2022년 기준, 총 11개사가 약 7만1896건(보험료 약 287억여 원)을 판매 중으로 가입률은 추정 전체 개체 수 대비 0.9%로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보험사의 관심은 높으나 동물 진료 표준수가, 진료 코드 부재 및 진료부 미발급 등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고 진료비 관련 통계 및 데이터 부족으로 보험료 산정 및 손해율 관리가 어려워 상품 개발 등 시장 확대에 다소 부담이 된다는 진단도 내놨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의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요구가 많지만 현재 동물 진료 시스템 등을 고려할 때 반려동물 보험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반려동물 진료와 관련한 관리체계 미비 등이 반려인의 진료비 부담, 낮은 보험 가입률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수의사법'상 수의사는 동물 진료 후 진료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으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발급 요청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동물 진료 시 수의사가 진료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어 일부 보험가입자는 보험금 청구 시 카드 영수증을 보험사로 전송하고 있는 상황으로 진료 내용 없이 카드 이용금액만 적힌 영수증으로 인해 보험사는 적정 보험금 지급을 위한 손해사정 등 위험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물 진료기록부에 대한 제출이 어렵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또한 진료 질병에 대한 명칭이 각 병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동일하게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 '수의사법' 개정을 통한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서 진료부 발급 의무화를 위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4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펫보험, 다양한 형태로 출시...가입률은 미미
손보 업계는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펫보험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가입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화재는 반려묘의 상해와 질병에 대한 입·통원 의료비 및 수술비, 비뇨기 질환 보장, 사망위로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다. 3년 또는 5년 주기의 갱신을 통해 최대 2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반려견에 대해서는 장기 펫보험 ‘위풍댕댕’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반려견의 의료비, 수술비, 배상책임 및 사망위로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현대해상은 반려견의 의료비, 배상책임 및 사망위로금을 종합 보장하는 ‘건강한펫케어보험’을 내놨다. 이 신상품은 펫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원인이 되는 보장금액을 현실화해 실질적인 병원비 부담을 완화했다.
메리츠화재는 기존 대비 보험료가 최대 28% 저렴해진 국내 최초 장기 반려동물 실손의료비 보험 펫퍼민트의 신상품 2종 ‘(무)펫퍼민트 퍼이앤러브(Puppy&Love)’, ‘(무)펫퍼민트 캐츠앤러브(Cat&Love)’를 출시했다.
DB손해보험은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2023년 부산시 유기동물 펫보험 지원사업’에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해당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금융 상품 늘어
반려동물 관련 금융 상품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의 KB반려행복신탁은 반려동물 주인이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를 미리 지정하고 은행을 통해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부양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만 19세 이상의 개인으로 신탁 기간은 10년이다. 중도해지 의사가 없는 경우 1년 단위로 자동 연장할 수 있다. 납입 한도는 10만~5000만 원이다.
반려동물 전용 적금도 있다. 하나은행에서 내놓은 ‘펫사랑 적금’은 가입하는 즉시 최대 500만 원 한도의 반려동물 배상책임 보험 서비스가 무료 제공된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병원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월 50만 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기본금리 연 1%에 펫사랑 서약 등 조건을 맞추는 경우 최대 0.5%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펫 금융 상품 활성화 위해 제도 개선 필요
대한수의사회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수의사회는 제대로 된 반려동물 보험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동물의료정책 재검토, 약사예외조항, 동물의료법안, 동물 의료 관련 기구 신설 등 전체적인 제도가 개선되고, 미비점이 해결돼야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펫보험에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에게 빈번하게 생기는 질병에 대해 국가의 공적자금이 들어간다면 반려인들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보험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밝혔다.
글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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