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변화에 올라타라
만고불변의 진리는 그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정답이 아닌 것들이 두더지게임처럼 수없이 고개를 내밀었다 사라집니다. 그 변화는 한 세대 안에서도 끊임이 없습니다. 마치 비디오나 레코드로 영화와 음악을 접했던 세대가 자연스럽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가히 현대인들의 일상을 바꿨다고 할 만한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것이 2007년 1월의 일입니다. 채 20년도 안 된 시간에 우리들의 일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아마도 모두가 체감하고 있을 터입니다. 최근에는 챗GPT(chatGPT)가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며 세상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챗GPT의 등장은 자산관리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조금 더 앞당겨진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한 단계 질적으로 도약시켜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죠.

2016년경에 국내 은행들의 자산관리 서비스와 관련해 재미있는 실험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 외국계 은행의 파격적인 실험에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죠. 당시 외국계 C은행은 극단적인 자산관리(WM) 올인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 은행은 우선 일반 점포 80%를 줄이고 얼마 안 되는 점포는 수도권과 서울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특히 C은행은 WM센터를 주요 거점에 위치시켜 인근 고객들을 흡수하는 허브(hub) 전략을 펼쳤는데 청담동에 위치했던 점포의 경우 상주인력만 70~100명이었을 정도입니다. 이는 여타 시중은행들이 프라이빗뱅킹(PB)이나 WM 서비스의 벽을 낮추고, 디지털 등을 활용해 고객 근접성을 강화하는 행보와 정반대 모습이었죠. 결과론적으로 C은행은 이후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했고, 국내 소비금융 부문을 접고 말았습니다. 당시 C은행은 자산관리 분야 역시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부분을 간과했던 것일까요.

금융권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는 가팔라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신부유층으로 불리는 ‘디지털 자산관리 세대’들이 급증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자기주도적인 투자 결정에 익숙하고, 능동적인 투자 방식으로 투자 자산도 다양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엄지족’으로 불리는 디지털 기기 활용에서 좀 더 나아가 ‘휴먼터치’(사람 중심의 언택트 기술)를 활용한 컨설팅 활용에도 능동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규모는 온라인 펀드 잔액이 2025년에 100조 원을 돌파하고, 온라인 전용 펀드 비율은 약 3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2022년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정식 출범하면서 ‘초개인화’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이에 한경 머니는 7월호 빅 스토리 ‘디지털 부유층 급증, 투자 트렌드 바뀔까’에서 자산관리 분야에서 감지되는 디지털 전환의 변화를 전하고, 투자 트렌드는 어떻게 변모해 가고 있는지를 조명했습니다. 변화의 중심과 주변은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합니다. 변화의 중심에 올라타야지만 제대로 된 목적지에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