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신경마비도 '골든타임'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눈이 안 감기고 입이 돌아가는 질환이다. 귀 뒤쪽에서 나오는 제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이 손상돼 발생한다. 원인은 염증, 감염, 종양, 외상 등 다양하지만,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대부분은 48시간 내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해야 원래의 얼굴로 돌아간다. 일종의 ‘골든타임’인 셈이다. 그런데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해 비뚤어진 얼굴로 평생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한안면신경학회는 “안면신경마비의 약 70%를 차지하는 벨마비는 초기 스테로이드 치료가 예후를 좌우하는데, 안면마비 증상 발생 후 48시간 내 스테로이드를 투여해야 하며 적어도 72시간은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안면신경마비 환자 10년간 42%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매년 9만 명 안팎의 안면신경마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안면신경장애 환자 수는 2011년 6만3128명에서 2020년 8만9464명으로 최근 10년간 42% 증가했고 최근 5년간으로 비교하면 14% 증가했다.

안면신경마비 증상은 △이마에 주름이 안 잡힘 △눈을 감을 수 없음 △입이 비뚤어짐 △음식이나 물을 마시면 음식과 물이 새어나옴 △청각 이상 △미각 이상이 있다. 안면신경마비 의심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안면신경마비에 어떤 진료과를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급성기 치료를 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한안면신경학회에 따르면 안면신경마비 증상이 생겼다면 우선 귀와 관련된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비인후과가 안면신경 질환에 대해 가장 전문적으로 배우는 진료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에서 안면마비클리닉이 이비인후과 내에 있다.

안면신경마비(말초성)와 뇌졸중(중추성)을 감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은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감별을 하기 위해서는 이마를 살펴보면 된다.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한쪽 이마가 마비돼 움직이지 않지만, 뇌졸중이라면 이마에 마비가 없이 움직인다.


안면신경마비 70%가 벨마비
안면신경마비의 대표적인 원인은 벨마비다. 70% 정도를 차지한다. 벨마비는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에 의해 안면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외에 머리뼈 골절 같은 외상, 청신경 종양으로 인한 안면신경 압박, 중이염 합병증으로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벨마비의 경우 환자의 71%는 자연스레 회복되지만 나머지 29%는 회복되지 않아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된다.

그런데 초기(발생 2~3일 내)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86%가 완전히 회복된다. 조기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은 염증 감소와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를 낸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안면신경마비에 처방이 강력하게 권장되고 있다. 다만 항바이러스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동시에 복용하는 복합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있다. 그러나 안면신경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두 치료제를 모두 처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가 생기면 눈이 안 감기는 경우도 많은데, 안구 보호도 중요하다. 각막이 손상돼 시력이 떨어지는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인공눈물 등을 통해 안구 보호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재활치료는 초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비된 안면신경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근전도 검사를 통해 안면신경 손상 정도를 파악한 뒤 재활치료를 하면 안면 근육의 통제력과 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경 기능을 자극하고 협응력을 향상시키는 운동과 기술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톡스 주사를 통해서도 근육 움직임을 조정해 재활을 하는 것과 동시에 미용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가 심한 경우나 다른 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안면신경감압술, 신경이식술, 신경치환술, 근전위술과 같은 수술적 방법으로 안면 움직임과 대칭을 복원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 예방법은
안면신경마비는 특별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예방법도 뚜렷하게 내세울 것이 없지만, 보통 과로를 한 다음에 많이 발생하므로 평소 신체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한다. 벨마비의 경우 감기나 중이염 등을 앓고 난 다음에 오는 경우도 많으므로 감염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벨마비와 관련 있다고 보고된 비타민이나 미네랄들은 몇 가지가 있다. 비타민B12·B1·B6·C·D및 마그네슘, 아연 등이다.

특히 비타민B12의 경우에는 신경의 손상을 예방하고,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동물실험 및 임상에서도 그 효과를 보고한 바 있다.

용량은 일반적으로는 일일 1000마이크로그램(mcg) 정도를 추천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2500mcg까지 사용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같은 비타민B군인 비타민B1, 비타민B6도 각각 항산화 효과 및 신경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신경 신호의 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나 그 근거나 효과가 B12보다는 약하다.

비타민C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타민C 섭취가 안면신경의 산화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관여하고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줘서 벨마비의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비타민D의 경우에는 벨마비 환자들에게서 혈중 비타민D의 레벨이 부족할수록 안면마비의 강도가 심하고, 불완전 회복률이 높다는 보고가 2020년에 제시된 바 있다.

그 외에도 미네랄 성분 중 일부인 마그네슘, 아연 등도 벨마비의 발생과 회복에 관여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일부 있지만, 사실 이는 안검연축에 더 많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벨마비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와 함께 보조적으로 이들 비타민제를 써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비타민은 전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