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키워드 - ESG·인구절벽

‘지속가능성’, ‘인공지능(AI)’, ‘고령화’, ‘친환경’ 등 미래를 전망하는 키워드엔 현재 우리가 직면할 위기와 기회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리고 그 위기와 기회 사이에 ‘푸드테크(foodtech)’가 미래 먹거리로 뜨겁게 부상 중이다. 21세기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푸드테크의 잠재력과 관련 비즈니스 투자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special]미래 먹거리 게임체인저, '푸드테크'가 뜬다
중동 사막에서 완전 제어형 인공 재배 스마트팜으로 채소를 키우고, 기계가 조리하고 서빙하는 무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AI가 추천하는 개인 맞춤 맛집과 식단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최저가로 최상의 식재료를 구매하며, 식물성 대체육이 온전한 고기의 맛을 구현하는 세상.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그려졌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고, 나날이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바야흐로 푸드테크의 시대가 온 것이다.

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 전반에 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기술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신산업을 의미한다. 식물성 대체식품, 식품 프린팅, 온라인 유통 플랫폼, 주문 키오스크, 배달·서빙·조리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2020년 기준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5542억 달러, 우리나라는 61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 모두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가 확산하고, 개인 맞춤형·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는 등 식품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 국내 식품 업계에서도 푸드테크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7년까지 거대 신생 기업(유니콘 기업)을 30개 육성, 관련 수출액 20억 달러(약 2조6300억 원), 10대 핵심 분야에 대한 기술 경쟁력 확보와 푸드테크 혁신 기업 육성, 산업 저변 확대, 산업의 성장 기반 마련이라는 3대 추진 전략을 통해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푸드테크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미래 키워드와 상관관계를 들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는 단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ESG경영은 시대적 필수조건이 됐다.

푸드테크의 핵심 경쟁력도 ESG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째 소비자들이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성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대체육은 가장 인기가 많은 분야 중 하나다. 대체육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를 대체하기 위해 콩과 같은 식물성 원료로 생산하거나 동물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인공고기를 의미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체 단백질 식품 시장은 2035년에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대체육의 경우 2030년경에는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추월할 전망이다.
실제로 고기를 대체육으로 대체한다면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에 달한다. 대체육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고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양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special]미래 먹거리 게임체인저, '푸드테크'가 뜬다
[지난 7월 26일부터 3일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농식품 기술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 내부 모습.]

지난 7월 26일부터 3일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A홀의 제1회 농식품 테크 스타트업 창업박람회 행사장에서도 참가 기업과 관람객의 주된 관심사는 ‘친환경’과 ‘탄소중립’이었다. 대다수 기업이 홍보 전단 등에 ‘지속가능성’, ‘ESG’, ‘친환경’ 등의 키워드를 강조했고, 관광객들도 관련 기술에 관심을 나타냈다.

관람객이 북적이는 곳은 대체식품 코너였다. 녹두, 대두, 단호박으로 만든 대체달걀부터 버섯으로 만든 치킨, 배양줄기세포로 대체육을 만드는 스타트업 부스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special]미래 먹거리 게임체인저, '푸드테크'가 뜬다
[모양부터 식감 맛까지 실제 달걀과 흡사한 메타텍스쳐에서 만든 대체달걀]

특히, 식물성 달걀을 만드는 ‘메타텍스쳐’, 버섯과 콩 등을 활용해 친환경 대체육을 생산하는 ‘위미트’ 부스 앞에는 각 사의 제품을 맛본 관광객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모양은 물론 맛까지 실제 달걀과 흡사한 메타텍스쳐의 ‘스위트에그’를 맛본 30대 여성은 “아무런 정보 없이 먹었으면 그저 똑같은 달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 정도 맛을 구현할 수 있다면 간헐적 비건도 가능할 맛”이라고 호평했다.

‘위미트’의 대체육으로 만든 치킨을 맛본 중년의 남성도 “흔히 대체육이라고 하면 맛이 없거나, 뭔가 인공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이건 이질감이 거의 없다”며 “원재료도 천연 콩과 버섯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호 메타텍스쳐 이사는 “메타텍스쳐의 궁극적인 목표는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혁신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끄는 것”이라며 “동물성 식재료를 식물성 식재료로 대체함으로써 우리는 인간 건강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및 동물 복지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현석 위미트 대표도 푸드테크의 지속가능성 논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우리보다 보편화된 서구권 중심의 해외 시장에서는 시장 규모도 크고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미래에는 기후위기로 식량안보가 중요해지기 때문이죠. 가령, 싱가포르는 정부 주도하에 2030년까지 식품 생산력을 10%에서 30%로 높이기 위한 ‘30바이(by)30’ 등 국가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세계의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을 싱가포르로 모아 그 방법을 모색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대체육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 수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학교나 군 급식의 정기적 채식 식단 도입, 기존 축산업에 탄소세 부과 등 극초기 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화·인구절벽의 대안으로 부상
지속가능성, 환경, ESG 외에도 푸드테크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고령화’와 ‘인구절벽’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저출산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으로 2012년 대비 0.52명 감소했으며 기대 자녀 수 역시 2010년 대비 0.28명 감소한 1.68명으로 나타났다.

출산아는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반면 사망자 수는 37만28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해 인구 자연 감소가 가속화됐다. 이처럼 출생아가 줄어들고 노년층은 늘어나면서 2050년 국내 인구구조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0.1%를 차지하는 초고령화사회로 들어선다. 반면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현재 72.1%에서 51.1%로 감소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고령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동 공급이 줄어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경제 성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심지어 이미 지방의 인구절벽은 ‘노화’가 아닌 ‘소멸’의 단계를 마주할 정도다.

이처럼 고령화 시대에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푸드테크 비즈니스 모델은 현실적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외식 업계에서는 서빙로봇뿐 아니라 AI 셰프까지 등장하며 무인화 서비스 성장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업계에서도 푸드테크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다.

AI 농산물 선별 시스템을 개발·보급하는 에이오팜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가의 부족한 일손을 AI로 대체하도록 AI 선별기를 개발해 화제를 모았다.
농산물 품질 선별 작업을 인력에 의존할 경우 숙련된 인력도 1시간에 1000개 이상 선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에이오팜이 개발한 AI 선별 시스템은 시간당 3만2700개의 농산물을 처리한다. 에이오팜의 선별기는 사과, 참외, 감귤, 감, 복숭아 등 5개의 과일을 골라낼 수 있다.
에이오팜 관계자는 “농가에서 일손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에이오팜의 선별기는 작업 속도나 정확도 면에서 사람보다 빠르고 정밀하다. 향후 고령화 시대에 노동의 역할은 상당수 기계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 황금알도 지목된 푸드테크지만, 관련 사업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식품과 AI·로봇 기술 관련 전문가가 부족하고 높은 비용으로 시설·장비의 확보가 어렵고, 무엇보다 푸드테크 관련 기준, 규격 등이 명확히 정비되지 않아 제품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

30년 이상 천연 기능성 바이오 소재를 연구·개발(R&D)한 아이엔지알의 피재호 대표는 “국내 식품 관련 법규로는, 세포 배양으로 얻은 원료가 식품 원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한시적 원료로 먼저 등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임상(인체 적용 시험)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식물세포 배양 기술보다는 식용동물 세포 배양 기반 배양육 생산 기술이 더 높은 잠재적 위험성(프리온 또는 동물 바이러스 감염 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양육 생산 기술과는 다르게 식물세포 배양 기반 식품 원료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부지원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민호 이사도 “현재 푸드테크 기업들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식품 안전 규정과 품질 보증은 새로운 식품 기술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쌓는 데 필수적이다. 정부에서는 푸드테크 제품에 대한 안전성과 투명성을 인정해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지적재산권(IP) 보호로 푸드테크 기업이 개발한 혁신과 기술을 보호해주는 명확한 규제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글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