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
미래 키워드 - AI2차전지만큼이나 올해 투자 키워드를 꼽자면 챗GPT(ChatGPT)가 아닐까. 인공지능(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미래 무기로 떠오른 챗GPT 역시 푸드테크와의 상관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자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안병익 식신 대표가 방대한 데이터를 앞세워 푸드테크에 올인하는 것도 미래 성장성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가 바라본 AI 시대 푸드테크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까. ‘챗GPT’, ‘AI’는 우리 삶을 정말 바꿔놓을 수 있을까. 안병익 식신 대표의 대답은 주저 없이 ‘예스’다. 이는 그의 지난 커리어 면면에서도 묻어난다. 연세대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안 대표는 1993년 KT 연구개발본부에 전임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인터넷 사이트에서 전자지도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내벤처를 설립, 2000년 ‘포인트아이’라는 회사로 독립시켰다.
본격적인 위치 기반 서비스 및 온·오프연계(O2O) 연관 사업에 포문을 연 것이다. 위치 정보 데이터 사업을 펼쳐 왔던 안 대표는 먹거리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서비스를 론칭했다. 2010년 식신의 모태가 된 ‘시온(SEEON)’을 론칭, 사용자가 특정 장소를 발굴하고 리뷰를 쓰는 위치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시작했고, 2013년 식신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식신은 외식에 특화된 푸드테크 기업으로서 소비자(고객)와 식당을 연결시키고, ‘식신’ 외에도 직장인 전자식권 ‘식신e식권’, 메타버스 서비스인 ‘트윈코리아’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해 나갔다. 특히, 2015년 서비스 출시 이후 햇수로 9년째 사업을 운영 중인 식신의 ‘식신e식권’은 자사 맛집 정보 서비스 데이터와 지역 영업 노하우, 제휴를 통한 마케팅 등을 통해 성장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메디슨, 포스코건설, SSG닷컴(쓱닷컴) 등 880개 기업에서 하루 23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거듭났다. 그 결과 식신e식권은 5월 업계 최초로 월간 손익분기점를 넘었고, 올 하반기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식권은 종이식권과 영수증 사용을 줄여 자원 절약과 폐기물 감소, 탄소 절감의 효과가 있다. 또한 식대의 사용과 정산이 모두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므로 오남용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그야말로 푸드테크의 순기능인 셈이다.
이 밖에도 식신은 다양한 기업의 요구사항에 발맞춰 모듈형으로 설계한 시스템과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AI 오프라인 결제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쌓아 온 기술력을 공인받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코스닥 상장도 준비하고 있는 안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푸드테크의 미래 성장력을 엿들어봤다.
우선, 모바일식권 시장을 개척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식권의 오남용을 막고 싶었어요. 가령, 예전에는 회사 가맹점에서 식사 대신 담배를 사서 식권 장부에 기입하거나, 무단 양도도 가능했죠. 또 종이로 된 식권의 경우, 관리하고 수거하는 것까지 모두 사람의 손이 필요했습니다. 모바일식권은 그런 번거로움을 없앨 뿐만 아니라, 오남용도 불가하게 만들었죠.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되고요. 실제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급되는 종이영수증이 약 128억 건, 이에 사용되는 나무가 약 12만 그루로, 2만20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식신e식권의 일일 사용자 23만 명 기준 연간 약 6348만 건의 종이영수증이 디지털로 전환돼 매년 약 110여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에 챗GPT를 활용한 서비스를 론칭하셨는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챗GPT의 핵심은 대형언어(Large Language Model·LLM)를 한다는 거죠. 사람들은 굉장히 복잡한 언어를 사용하는데 기존에 컴퓨터는 인간의 그런 자연어를 다 처리하지 못했어요. 그걸 확장한 게 챗GPT죠. 챗GPT는 무엇보다 요약, 정리에 능해요. 사람과의 대화가 더욱 편리해진 셈이죠. 저희는 이 점을 활용했어요. 챗GPT 도입을 통해 식신이 보유한 빅데이터의 학습을 기반으로 레스토랑을 더욱 매력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문장 생성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에는 정형화된 구조 안에서 머신러닝을 통한 맛집 추천을 해 왔다면, 앞으로는 추천 샘플 데이터 자체와 함께 매장 데이터를 학습시켜 개인화된 맞춤형 추천을 받을 수 있어요. 예전에는 맛집 검색을 할 때 ‘강남역’, ‘맛집’ 등등 단순하게 키워드를 입력했다면, 이제는 ‘강남역에서 3명이 편안하게 방 안에서 술 한 잔 할 수 있는 가격이 적당한 곳 찾아주세요’라고 입력을 해도 찾아준다는 거죠. 차후에는 챗봇 형태로 국내외 레스토랑 검색 및 추천 서비스가 가능한 ‘AI 맛집 비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사실 맛집 검색은 네이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이미 많지 않나요.
“맞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맛집 검색을 네이버나 유명 SNS를 통해서 하고 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해당 서비스에 광고가 들어가면서 변질된 부분이 적지 않아요. 동시에 스마트해진 소비자들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원해요. 저희 데이터가 공신력을 갖게 된 것도 광고가 없는 100% 순수 리뷰가 쌓여 만들어진 정보이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도 관련 서비스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앞세워 성공을 이룬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포털보다 정보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가령, 미국에서 인기 높은 맛집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옐프는 나스닥에 상장됐고, 일본 식당 리뷰 사이트 타베로그(Tabelog), 구르나비(Grunavi)도 매출이 한 3000억 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 식신도 데이터 기반 정보력을 활용해 경쟁력을 더 키울 예정입니다.”
식신은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고 있는데, 어떤가요.
“네. 국내 기업 직장인 약 1900만 명의 점심식대 시장 규모만 30조 원에 이르고, 이 중 절반인 15조 원 정도는 회사가 식대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식권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에요. 이런 저희 사업모델을 더 확장시키고자 상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푸드테크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세요.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반도체 강국이잖아요. 세계 반도체 시장이 약 700조 사업이거든요. 그런데 푸드테크는 현재 우리나라만 600조, 전 세계적으로는 4경 원이 넘을 정도로 훨씬 파이가 커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고요. 무엇보다 푸드테크는 미래지향적이에요. 단편적으로, 우리나라는 인력난이 심각하잖아요. 배달도, 서빙도 어쩔 수 없이 로봇이 대체해야 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동시에 지금 가장 큰 화두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잖아요. 푸드테크는 ESG와도 결이 같아요. 실례로 저희 고객사 중에 건설사들이 많거든요. 건설사들의 경우, 환경 문제가 굉장히 큰 화두이기 때문에 ESG경영이 필수가 된 만큼, 저희 모바일쿠폰 사용도 적극 활용하시기도 해요. 이처럼 푸드테크는 미래 비즈니스 투자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제 막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필요한 관련법, 제도 등이 있다면요.
“수년 전까지만해도 푸드테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비했어요. 사실, 푸드테크란 용어 자체도 생겨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정부에서는 관심이 없었고, 규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배달 관련법만 해도 운송법, 식품보건법 등등 25개 여기저기 얽혀 있거든요. 기존의 규제나 벽들을 허물면서 만드는 새로운 신종 사업이다 보니 제도 변화가 더디게 진행된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는 정부가 이 분야에 주목한 만큼 앞으로는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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