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오프닝 특수’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부동산발 위기론이 확산되며,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또 다른 부동산 업체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이 미국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죠.
국내 경제 상황도 낙관적이지 못합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올해 3·4분기 경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보면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3%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수출이 10개월째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고, 무역수지는 올해 들어 278억5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이 같은 경제 침체를 반영하듯 투자 시장 역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만 2차전지 관련주의 선전은 난세에 출현한 히어로처럼 극적이었습니다. 마치 지루하게 이어진 참호전에서 홀로 총을 들고 뛰쳐나가며, 주식 시장을 억지로 견인한 모습이었으니까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1~18일 장 마감 기준)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24조 원에 달했습니다. 지난 7월엔 일평균 거래액이 27조 원을 넘어서며,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죠. 일평균 거래대금이 27조 원을 넘어선 것은 동학개미 운동이 펼쳐진 2021년 8월(27조4607억 원) 이후 약 2년 만이라고 합니다. 다만 천정부지로 치솟던 2차전지 테마주는 지난 7월 26일 고점을 찍은 이후 조정 국면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투자 시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할리우드식 ‘히어로 무비’와는 다릅니다. ‘결국은 히어로가 악당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한다’는 해피엔딩이 투자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결국은 개별종목에 대한 투자 가치 판단이 중요합니다.
한경 머니는 9월호 빅 스토리로 ‘투자 시장 뜨겁게 달군 2차전지가 뭐길래’를 다뤘습니다. 이를 통해 2차전지 테마주에 대한 냉철한 팩트체크를 진행했습니다. 반도체에 이어 2차전지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다는데 그 위상과 전망은 어떠한지, 뜨겁게 투자 시장을 달군 2차전지 관련 섹터에는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2차전지주를 둘러싼 과열 논란은 무엇인지, 2차전지 섹터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투자 테마에는 또 무엇이 있는지 등을 차분히 살펴본 겁니다.
영화의 경우 상영 시작도 전에 대략 누가 히어로로 등장하고 주연배우인지를 관객들이 미리 알 수 있지만 투자 시장의 히어로는 장이 마감되기 전까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2차전지의 성장성과 모멘텀, 실적과 이벤트 등을 끊임없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