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주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

[special] “식품업계 ‘지재권 침해’ 잦아…핵심은 독창성”
“사실 원조 기업이 승소한 케이스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중간에 합의하는 케이스도 많아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선고된 사례는 더더욱 적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김해주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의 말이다.

식품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서로를 모방하는 ‘미투(me too)’ 제품이 관행화됐다. 법적 분쟁을 겪더라도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기 쉽지 않고, 애초에 고유의 레시피나 디자인의 독창성을 인정받는 경우도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식품 업계에서 식음료 제품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소비자들도 권리 침해를 예민하게 바라보는 만큼 시장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는 추세다. 김해주 법무법인 창경 변호사와 함께 식품에 적용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에 대해 알아봤다.
[special] “식품업계 ‘지재권 침해’ 잦아…핵심은 독창성”
지식재산권은 굉장히 다양한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각 지식재산권 종류와 차이점은.
“쉽게 구분하자면, ‘특허청에 출원해 등록을 해야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와 ‘등록하지 않아도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로 나뉜다. 먼저 ‘기술적 사상’은 특허청에 등록해 특허권과 실용신안권으로 보호할 수 있다. 또 ‘상표, 브랜드 등의 표지’는 상표권으로, 제품의 ‘디자인’은 디자인권으로 특허청에 등록하는 것이 가능하다.

꼭 특허청에 등록을 해야만 모든 상표와 디자인이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상표나 상호, 디자인이라면 등록을 하지 않아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보호받기도 한다.”

식음료 업계에서 맛, 모양 등이 비슷한 미투 제품이 나온다면,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을까.
“식품의 일정한 맛을 내는 ‘레시피’도 특허의 대상이 된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레시피에 해당한다면 특허권이나 실용신안권으로 등록해 보호받을 수 있다. 식음료 제품의 형상, 모양, 색채를 결합해 만든 ‘외형’은 디자인권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만약 미투 제품이 특허권으로 등록된 레시피, 또는 디자인권으로 등록된 식품이나 패키지의 외형을 모방한 것이라면 특허권이나 디자인권 침해에 해당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레시피는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영업비밀로 보호받는 방법도 있다. 식품의 외형이나 포장지도 저작권 혹은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식품의 레시피를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기본적으로 특허청에 등록하려면 그 내용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레시피를 특허 등록할 때도 내용 공개를 조건으로 독점권을 갖는다. 레시피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영업비밀로 보호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 레시피는 특허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사례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 법적으로 성립되려면 3가지 요건을 갖추면 된다. 비공지성(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 경제적 유용성(경제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지닌 것), 비밀 관리성(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 충족돼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기업이 레시피를 법적으로 지키고 싶다면, 가맹점에 레시피를 전할 때 비밀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는 등 관리의 노력을 인정받으면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 있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식품과 보호받을 수 없는 식품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법적으로 보호받으려면 독창적인 레시피나 외형을 가진 식품이어야 한다. 특히 레시피를 특허로 등록하려면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춰야 한다. 기존에 없는 독창적인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레시피를 활용해 용이하게 만들어낼 수 없어야 한다. 예컨대 이미 존재하던 레시피에서 조미료를 조금 더 넣는 수준으로 손쉽게 변형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 정도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식품이나 용기의 외형 역시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어야 하고, 창작성이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특허청 등록을 하지 않고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받는 경우에도 기존의 다른 제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레시피나 디자인은 보호되지 않는다.”
[special] “식품업계 ‘지재권 침해’ 잦아…핵심은 독창성”
제대로 권리 보호를 받으려면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각 제품의 레시피, 외형, 브랜드 명칭을 고려해, 법률적으로 가장 유리한 권리 보호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레시피 특허의 경우, 일부 제조 과정을 변형해 침해를 회피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에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보호하려는 제품의 특성상, 누구나 쉽게 레시피를 유추할 수 있는 경우(이른바 역설계가 쉬운 경우)에는 개발한 레시피를 영업비밀로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사례는 특허로 보호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브랜드 명칭도 중요하다. 상표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으려면 표장에 식별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초코파이’와 같은 상표의 경우 ‘마시멜로우가 들어간 원형의 초콜릿 빵’을 나타내는 보통명칭 내지 관용표장이 된다.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표가 됐다.”

식품 업계에서는 유행하는 제품을 모방해 ‘미투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과거부터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법적 대응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식품 레시피를 특허권으로 등록했다고 하더라도 미투 상품의 레시피가 공개돼 있지 않는 한 그 레시피 침해 여부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제조 방법을 일부 변경했을 때는 침해 입증이 어려운 경우도 다수 있다. 그리고 미투 상품을 개발할 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부 아이디어나 콘셉트, 디자인의 일부만을 차용하는 경우에는 법적 조치가 쉽지 않다. 이런 점들 때문에 소송을 하더라도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등 다른 곳에서 이미 비슷한 식품이 존재했던 경우도 다수 있다. 섣불리 법적 대응을 했다가, 되레 역공을 받아 자신의 특허권이나 디자인권이 등록 무효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 미투 상품에 대한 법적 대응이 미온적인 이유다.”

과거 지식재산권 분쟁을 겪었던 식품 중 승소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사실 원조 기업이 승소한 케이스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중간에 합의하는 케이스도 많아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선고된 케이스는 더더욱 적다.

‘레시피’나 ‘모양’의 침해 입증이 쉬운 편이 아니기 때문에, 주로 상품 명칭이나 상품 포장지 디자인 모방이 인정된 사례들이 있다. 2017년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용기 모양을 따라한 ‘바나나맛 젤리’에 대한 제조판매금지 가처분소송에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부정경쟁행위가 인정된 사례가 있다. 이 사례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특유의 항아리 모양 용기가 그 저명성이 인정돼, 우유가 아닌 다른 제품에 사용된 것 역시 부정경쟁행위라고 인정됐다.

2019년 길림양행의 허니버터아몬드의 포장지와 유사한 타사 허니버터아몬드 제품의 침해 소송에서 상표권 침해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길림양행은 단순히 제품 명칭뿐만 아니라 제품의 포장 전면 이미지 역시 상표로 등록했다. 타사 제품 포장지의 일부 디자인이 다르기는 했지만, 결합된 도형적 요소들의 전체적인 지배적 인상이 유사하다고 보고 권리 침해를 인정했다.”

최근 강릉에서는 커피콩 모양의 빵을 둘러싸고 원조 논란이 빚어졌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레시피는 특허를 등록하더라도 모방 제품의 제조, 판매를 막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강릉 커피콩빵 사례도 양측이 각각 레시피를 특허 출원해 등록을 받을 수 있었는데, 레시피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 때문에 원조를 주장하는 강릉 커피콩빵도 특허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강릉 커피콩빵이라는 상표만을 두고 봤을 때는 보통명칭, 관용명칭 또는 기술적 표장에 해당해서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아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표장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이러한 상표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 방법, 간판, 외관, 인테리어 등 이른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가 유사한 경우도 부정경쟁행위로 보고 있다. 타인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역시도 금지하고 있다. 양측이 제출하는 구체적인 주장과 증거들이 확인돼야 그 결과가 예측될 것으로 보인다.”
[special] “식품업계 ‘지재권 침해’ 잦아…핵심은 독창성”
K-컬처 인기에 힘입어 일본 등 해외 식품 기업들이 국내 인기 제품을 베끼는 사례도 생겼다.
“최근 K-푸드 제품의 인기로 해외 식품 기업이 한국 제품을 모방해 유사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 그로 인한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해당 제품들이 외국에서 제조돼 해외에서 판매되는 상황이라면 한국 특허청에 등록된 특허권이나 상표권, 디자인권을 바탕으로 한국 법원을 통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제조, 판매가 이뤄지는 국가에 등록된 권리나 해당 국가 관계 법령을 통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외에서의 모방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허나 상표 출원 시에 한국 외 다른 국가에서의 등록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식품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인식이나 법적 보호는 우리나라와 다른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이 한국과 크게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에 있어 차이가 크다. 특히 미국의 경우 지식재산권 침해 시 막대한 손해배상액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실제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이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단 모방해서 팔고 보자’는 풍조가 일부 있었다.

지난 2018년부터는 고의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경우 손해 인정액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예전에 비해서는 손해배상 인정액이 다소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원조 맛집의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제품을 출시하는 지식재산권 계약도 늘어나는 것 같다. 식음료 시장의 지식재산권 관련 인식은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고 있다고 보나.
“과거에 비해 식음료 시장에서 맛집이나 식음료 제품의 브랜드 등 지식재산권을 중시하는 분위기다.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리스크 관리나 원조 브랜드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주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 소비자들이 원조 제품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미투 제품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향후 식품 업계의 변화를 전망한다면.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마케팅 분야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트렌디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식음료 제품들이 빠르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인기 제품을 차용한 미투 제품들도 많이 나오고 있어, 지식재산권 분쟁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식음료 분야의 카피 제품에 대한 법적 조치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점점 이런 분쟁에 대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늘어 가고 있다. 관련법 개정을 통해 과거 보호받지 못했던 분야들이 보호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트레이드 드레스 도용이라든지, 아이디어 탈취, 퍼블리시티권 침해 등 기존에는 보호받기 어렵거나 모호했던 부분들이 개정돼 부정경쟁행위로 지정되고 있다. 식품 시장에서의 미투 제품 방지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 제품의 레시피, 패키지 등에 대한 법적 분쟁을 차단하고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달라.
“가장 최소한의 조치는 브랜드 명칭, 제품 명칭에 대해 상표 등록을 받아 두는 것이다. 추후 분쟁에 대비해 제품 개발 과정에 대해서는 사진 등으로 상세하게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미투 제품이 확인된다면 증거를 최대한 모은 후 가급적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와 상의해 신속한 조치를 하는 것이 피해 확대 방지에 유리하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지적재산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제도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ㅣ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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