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ETF] 투자 사이클 주도하는 산업재 주목해야
올해 초 글로벌 금융 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리 좋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선진국 통화정책 당국의 긴축 가속과 시차를 둔 경기 침체 우려는 시기의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침체의 강도 수준만이 시장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올해 금융 시장은 예상과 다르게 견고한 미국 경제를 바탕으로 주식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소비는 통화 긴축 영향으로 조금씩 둔화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반면 기대치를 상회하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본격적인 자본적 지출(Capital Expenditures·CapEx) 사이클이 도래한 것은 아닌가 할 정도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인이 되고 있다.

실제 CapEx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명목 설비투자는 9개 분기 연속 전년 대비 10% 전후의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의 견고한 미국 경제와 주식 시장 강세를 이끄는 주요 동인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경제 프레임 개편과 함께 추진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IIJA)’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 재정지출 확대 △민간기업 주도의 AI 투자가 만들고 있는 CapEx 사이클 등이다.
[Inside ETF] 투자 사이클 주도하는 산업재 주목해야
투자 사이클 정점 통과 시기 주목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 높은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는 현재 미국 주도의 CapEx 사이클이 정점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현재 미국 주도의 CapEx 사이클 모멘텀은 적어도 향후 2~3년 더 연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글라 파동에 해당하는 CapEx 사이클이 평균 10년 주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6년 이후 시작된 것으로 판단되는 미국 주도의 CapEx 사이클은 본격적인 업사이클에 진입해 있는 지금보다는 2~3년 후인 2025년 이후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현재 미국의 CapEx 사이클을 지원하는 핵심 주체가 정부의 재정정책이라는 점이다. 미국 재정정책이 지원하는 기존 인프라 투자가 향후 4~5년가량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 데다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공급 확대가 필요하고, 특히 성장을 통해서만이 궁극적으로 부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정부 주도의 CapEx 사이클은 쉽게 멈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다음으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은 인플레 상승이라는 부담에도 중국 경제를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CapEx 사이클이 수반되는 공급망 재편 과정을 지속 강화할 개연성이 크다.

이러한 CapEx 사이클의 연장 및 강화는 주식 시장 전체에 있어서도 긍정적인데, 과거 CapEx가 상승 궤도를 구가하던 시기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율(12MF EPS) 역시 추세적인 상승 국면에 위치해 있었다는 점은 기억해볼 만한 대목이다.
[Inside ETF] 투자 사이클 주도하는 산업재 주목해야
투자 사이클 이끄는 산업, 반도체는

현재 미국 투자 사이클을 주도하는 산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및 AI 외에 세부 분류상 산업재 섹터에 해당하는 기계, 발전·전력망 및 풍력발전 등 에너지발전, 주택 건설 등에 대해 국내외 산업 전망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기계 업종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은 북미 지역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건설기계 판매 대수가 2021년부터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미국의 건설기계 신규 주문 금액은 2023년 6월 사상 최고 수준인 연초부터 현재까지 누적실적(YTD) 210억 달러(전년 동기 대비+11%)를 기록했다.

북미 건설기계 수요는 비주거용 건설 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현재 비주거용 건설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인프라(55%)와 제조업(18%)이다. IIJA에 따른 인프라 투자와 IRA, CHIPS ACT 등으로 인한 팩토리(factory) 붐(boom)이 수요를 견인 중이지만 아직 초입 단계라고 판단한다.

현재까지 각 주에 발표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IIJA에 따른 지원 계획은 2600억 달러에 달한다. IIJA 법안이 신규 인프라 투자 예산에만 5500억 달러가 편성된 점을 감안하면, 신규 프로젝트들이 계속해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2년간 신흥 시장에서는 자원 부국의 건설기계 수요가 핵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중동과 인도까지 본격적으로 실적에 가세할 것으로 판단한다. 두 지역 모두 인프라 등 대형 건설 발주가 이어지고 있고, 네옴(NEOM·사우디), 가티 샤크티(Gati Shakti·인도) 등 국가 주도 프로젝트로 인한 수요 확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배터리용 광물 채굴 지속으로 자원국 수요도 견조하다.

우리나라 건설기계의 신흥 시장으로의 매출은 하반기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판단한다. 에너지 업계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재생에너지 비중 78%)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전력망 등 에너지발전 산업 전반에 현재보다 2배 규모인 연간 2조 달러가 투자돼야 한다고 보고된다.

특히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발전소와 전력망 투자가 필수적이다. 미 바이든 정부의 대표 정책인 IRA에 따르면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만 총 1조600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전력망 투자, 즉 에너지발전 산업에만 1조1600억 원가량이 투자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발전 역시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현재의 투자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풍력 수요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친환경 정책이 반영된 영향으로 2023년 52기가와트(GW)에서 2025년 69GW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건설 역시 미국 내 건설 지출 확대 및 에너지 산업 투자 확대와 함께 CapEx 사이클 확대를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미국 주택 건설 경기의 반등 가능성이다.

다른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의 자가 보유율을 보이고 있는 MZ(밀레니얼+Z) 세대의 잠재 수요가 강한 반면, 2020~2021년 저금리로 리파이낸싱한 집주인들이 현재 금리로 리파이낸싱을 원하지 않으면서 기존 주택의 매물 소멸로 공급이 타이트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평균 13년 주기인 주택 시장 사이클에서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신규 주택 공급 증가라는 초기 호황의 기회가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nside ETF] 투자 사이클 주도하는 산업재 주목해야
글 류용석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