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코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장암 발생률은 2011년 정점을 찍은 뒤 점점 줄고 있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20~49세 젊은 대장암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는 우리나라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국 중 1위라는 결과가 실렸다. 육류 섭취 증가·섬유소 섭취 감소, 음주, 운동부족, 비만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음주는 젊은 대장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암, 국내에선 세 번째로 많이 발생
대장암은 국내에서 갑상선암, 폐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올해 5월 발표된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를 보면 2020년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모두 2만7877명으로 전체 암 발생자 24만7952명의 11.2%를 차지했다. 사망률도 높다. 2021년 기준 국내 인구 10만 명 중 17.5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암 사망 원인 역시 3위다.
그렇다고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대장내시경 검진이 증가하면서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을 미리 떼어내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정기적으로 내시경만 잘 받으면 조기 발견을 통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고, 5년 생존율 역시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장내시경 검진이 일반화되면서 국내에서는 2011년 이후 대장암 발생률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장암은 대부분 대장에 생기는 용종이 자라서 생기기 때문에 용종만 잘 제거해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40세 이후부터는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

젊다고 방심 금물, 젊은 대장암 세계 1위
젊은 층은 암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장암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젊은 대장암(50세 미만 성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육류 섭취 증가·섬유소 섭취 감소, 비만 증가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젊은 대장암에 있어서는 술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이 2009년 건강검진을 받은 20~49세 성인 566만6576명을 최대 10년 동안 추적조사 해 음주와 젊은 대장암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추적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대장암 8314건을 분석한 결과, 가벼운 음주자에 비해 중증도 음주자는 대장암 발병 위험이 9%, 고도 음주자는 20% 각각 증가했다.
'가벼운 음주자'는 소주 1잔 미만을 마시는 경우, '중증도 음주자' 남성 기준 1~3잔, 여성 기준 1~2잔을 마시는 경우, '고도 음주자' 남성 기준 3잔 이상, 여성 기준 2잔 이상을 마시는 경우로 분류했다.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도 중요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음주 빈도가 주 1~2회면 대장암 발생 위험은 7%, 3~4회면 14%, 5회 이상이면 27% 더 높았다.

변비·혈변 등 배변 습관 변화 오면 의심
대장암이 발생하면 일단 배변 습관에 변화가 찾아온다. 장의 연동운동이 더뎌지면서 변비가 생기거나 피가 묻어나는 혈변, 검은변을 볼 수 있다.
또 대장 안 악성종양으로 대장이 좁아지면서 변의 굵기가 가늘어지거나 복통,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혈변이 나올 경우 흔히 치질로 생각하고 방치하기 쉽지만 대장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장암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대장내시경이다. 40세 이후부터는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내시경을 하면 용종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고, 또 내시경을 하는 동안 용종을 떼어내기 때문에 대장암의 검사와 예방이 동시에 가능하다. 이전과 다르게 변비가 생기거나 변이 가늘어지고 혈변을 보는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온다면 전문의와 상담하고 필요하면 대장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암 발생율 80%, 나쁜 생활습관 때문
대장암의 약 80%는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고기나 소시지, 햄, 베이컨 같은 육가공품을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또 저섬유소 식사, 굽거나 튀긴 음식의 잦은 섭취, 흡연, 음주, 비만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장암은 가족력과도 관련이 있는 암이다.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이 있거나 용종이 있는 경우에는 대장암을 일으키는 나쁜 생활습관은 피하고, 적어도 40세부터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대장암은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암이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대장에 생기는 용종이 자라서 생긴다. 즉, 용종만 잘 제거하면 대부분의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대장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을 76~90%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망률 역시 1996년 국가 암검진 사업이 시작된 이래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 56.2%에서 2015~2019년 74.3%로 증가했고, 연령표준화사망률은 제1차 암관리종합계획(1996~2005년)부터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2016~2020년)까지 39.3% 감소했다.

40세 이후 5년마다 대장내시경 받아야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장내시경 시행 시기와 간격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국가암 검진 사업에서는 50세 이상부터 매년 대장암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분별잠혈검사를 먼저 한 뒤 이상소견이 보이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준다. 반면 유럽소화기학회는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이보다 빠른 40세부터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대장내시경을 받는 간격은 나라마다 다르다. 국내에서는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정상이면 5~10년 후, 용종을 절제한 경우에는 용종의 개수, 크기, 종류에 따라 3~5년 후, 10개 이상의 용종을 제거했을 때는 1년 후 재검을 권고한다.
대장항문 전문가들은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을 고려할 때 40세 이후 최소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진을 기준으로, 보다 정확한 개인별 맞춤 시행 간격은 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