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더 효과적으로 하는 노하우. 더 칭찬하고 더 기다리기.
소통을 잘하는 노하우
고민 상담 내용의 9할은 관계의 문제이고, 관계 갈등의 9할은 소통의 문제다. 그리고 소통 관련 고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 의견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나 상대방을 설득하고 더 나아가 행동 변화까지 바랄 때는 더 쉽지가 않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엄청난 솔루션을 답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조금 뻔해 보여도, 막상 우리가 잘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솔루션이 있다. 그중에서 최신 연구에서도 여전히 소통의 효과적인 키워드로 언급되는 것 중 2개를 꼽아본다면 ‘칭찬’과 ‘전략적 침묵’이다.

칭찬 없는 조언은 튕겨 나간다
은사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는 한 제자의 고민을 접한 적이 있다. 그 제자는 학위를 마치고 평소 존경하는 은사님께 해당 분야의 문제와 개선점에 관한 의견을 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기특하게 생각하실 줄 알았던 은사님이 언짢아 하는 얼굴이라 당황했다고 한다. 더 속상한 것은 다른 자리에서 자신을 ‘버릇없다’는 등 비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 마음은 논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좋은 뜻으로 한 이야기가 오히려 상대방에겐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키워 놓았더니 본인이 잘나서 된 줄 알고 고마워하지 않는다’와 같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위협감을 느끼면 ‘자아 방어’ 기능이 작동되면서 타인의 의견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자동으로 닫히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적 비판이 오고 가는 파이프라인이 막혀 개인이나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스스로에 대한 평가 점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객관적인 자신의 능력에 비해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평가하는 리더들의 고민을 자주 접한다.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끼는 리더가 직원들이 제안하는 의견에 대해 수용성이 떨어졌다는 연구가 있다. 그런데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에게 자신의 ‘핵심 가치’에 대해 써보도록 하는 ‘자아 강화’ 활동을 한 후에는 직원 의견에 대한 수용성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아부, 아첨은 나쁘지만 ‘진실한 칭찬’은 타인의 자아를 강화해준다. 칭찬으로 소통을 시작하는 것은 상대방이 위협감을 느껴 자기 방어 기능이 강화되는 것을 막고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다.
앞 사연의 제자에게 앞으로 은사를 만나면 “모든 것이 스승님 덕분입니다. 저는 아직 한참 부족합니다. 지속적인 지도 편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답하라 조언했다.
그러면서 말이 잘 안 나오면 거울을 보고 연습하라고 했다. 정보 위주로 효율적 소통을 하다 보면 ‘가벼운 칭찬’ 같은 ‘스몰 토크’가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타인의 장점을 먼저 생각하고 가벼운 칭찬으로 소통을 시작해보자. 그리고 요즘 타인의 의견에 부정적인 경향이 생겼다면 혹시 ‘나는 무능해’ 같은 주관적 평가가 강해졌는지 확인해보고 나의 장점과 핵심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써보는 시간을 권한다.

전략적 침묵, 조언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극에서 용기 있게 ‘직언’을 하는 신하의 연기를 볼 때면 ‘찐’ 충신이란 생각에 뭉클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충언이 오히려 왕의 노여움을 사서 유배 등을 겪게 되는 장면도 접하게 된다. 충언을 멀리하는 왕은 요즘 표현으론 공감 소통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이상적으로는 구성원의 조언을 어느 때든 진심으로 경청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마음이란 시스템이 제한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피로감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마음의 청력이 감소하게 된다.
생명이 달린 응급 상황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소통에 있어 빠른 타이밍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는 ‘전략적 침묵(strategic silence)’이란 소통 기술도 고려해봐야 한다. 조언을 할 용기와 더불어 이야기할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내 의견이 리더와 조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확률을 올리는 데 중요하다.
전략적 침묵에 관한 한 연구를 보면 이를 잘 활용하는 경우에 의견이 더 효과적으로 전달됐고,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전략적 침묵을 잘 활용하는 구성원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전략적 침묵, 다르게 표현하면 ‘이야기를 할 타이밍을 언제로 잡는가’에 관해서는 크게 3가지 요소를 체크해볼 것을 권유했다. 우선 내 의견이 충분히 ‘준비’됐는가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견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리더의 ‘심리적 수용성’에 대한 체크도 필요하다. 과도한 업무로 추가적인 인지 자원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일 때 의견 제시는 비효율적인 결과로 끝나기 쉽다. 그리고 ‘연관성’도 고려해야 한다.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특정 프로젝트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의견이라면 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고려해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듣고 보면 당연한 상식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의견이 있을 때 즉시 이야기하는 것이 구성원으로서 더 진정성이 있는 것이고, 또 빨리 이야기해야 그만큼 리더에게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작동해 이야기하는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기 쉽다.
의견을 전달하는 소통에 있어 타이밍을 조절하는 ‘전략적 침묵’은 자녀와의 소통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도 대답을 안 해 답답하다”는 부모의 고민을 자주 접한다. 부모는 더 좋은 습관을 갖게 하고 빨리 성장시키고픈 마음에 열심히 조언을 한 것이지만 자녀 입장에선 잔소리로 느껴지고, 그래서 생긴 저항감이 건조한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정성과 함께 효과적인 소통엔 연습과 인내가 필요하다.



글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