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길어지는 계절, 깊어 가는 가을과 어울리는 신상 위스키들
가을밤 위스키
1 엔젤스 엔비
‘천사가 질투한 위스키라니….’ 내용은 이렇다. 보통의 위스키는 숙성 과정에서 매년 5% 정도의 원액이 증발하는데,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반면 ‘엔젤스 엔비’는 약 6개월 정도 포트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피니시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는 증발량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다시 말해 천사들도 이 위스키의 ‘참맛’은 모른다는 것. 버번위스키 업계의 전설적인 마스터 디스틸러 링컨 헨더슨이 만들었으며, 포트와인 특유의 건포도 맛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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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드벡 하피스 테일
아드벡은 아일라 위스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흔히 피트 향이라 부르는 강한 요오드 향과 스모키한 맛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반면 신제품 ‘아드벡 하피스 테일’은 그동안 아드벡에서 기대하기 힘들던 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아드벡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엑스 버번 오크통과 더불어 스위트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을 조합해 13년간 숙성했기 때문. 아드벡답게 그냥 달달한 것이 아니라 입안에서 강렬한 스모키함과 풍성한 달콤함이 마구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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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렌피딕 29년 그랑 요자쿠라
글렌피딕은 명성만 믿고 안주하지 않는다. 늘 허를 찌르는 ‘실험’과 ‘변주’로 위스키 애호가들을 놀래키곤 한다. 럼과 맥주, 샴페인, 코냑 등을 담았던 오크통을 활용한 ‘그랑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번엔 일본 오키나와의 대표적인 증류주 ‘아와모리’를 담았던 오크통에서 추가 숙성 과정을 거친 ‘글렌피딕 29년 그랑 요자쿠라’를 선보였다. 맛은 놀라움의 연속. 잘 익은 과일과 캐러멜, 아몬드, 바닐라 풍미 뒤로 일본 증류주 특유의 톡 쏘는 허브 향과 레몬 셔벗의 청량한 맛이 켜켜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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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올트모어 21년
위스키 마니아라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름이다. ‘벤로막’과 ‘달라스모어’ 등의 증류소를 설립한 알렉산더 에드워드가 만든 위스키이기 때문. 스코틀랜드에서 ‘마스터 블렌더들의 비밀 재료’라 불릴 정도다. 그런 올트모어가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12년과 18년, 21년 3종으로 출시했는데 그중 ‘올트모어 21년’은 달콤한 아몬드와 과일, 시트러스와 허브 등 다양한 풍미가 특징. 지난 2019년과 2020년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하는 ‘스페이사이드 최고의 싱글 몰트’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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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원 배치 3
국내 최초 싱글 몰트위스키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기원 배치 3’를 출시한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올로로소 셰리 오크통 숙성 위스키다. 일반적으로 올로로소 셰리 숙성 위스키는 셰리 와인의 진한 과일 향과 크리미한 풍미 그리고 부드러운 끝 맛이 조화를 이룬다. ‘기원 배치 3’의 경우에는 여기에 이곳 위스키 특유의 매콤한 맛이 더해졌다. 첫 향에 폭죽처럼 터지는 크리미하고 달콤한 캐러멜 맛과 혀를 스치고 지나가는 달콤한 과일 향, 긴 그림자를 남기는 ‘매콤달콤한’ 오크 풍미가 기분을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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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